
대구 지역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할인 분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계약자들과 시행사 간의 심각한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시행사가 기존 계약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소급 적용하겠다는 확약서 조항을 회피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는 '꼼수 할인 분양'에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대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소송 승소 사례를 통해 이 판결의 의미와 앞으로의 파장을 짚어보겠습니다.

미분양 아파트···'분양 지원금' 논란의 시작
사건의 무대가 된 곳은 2024년 입주를 시작한 대구시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시행사는 2021년 12월부터 이 아파트 500여 가구를 분양했습니다.
그러나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자, 2024년경부터 신규 수분양자를 모집하며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신규 계약자들은 최대 4,800만 원의 '분양 지원금(고객 축하금)' 명목으로 사실상의 할인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 금액은 당시 27평형 아파트의 분양가가 중도금 이자 등을 제외하고 약 5억 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문제는 이전에 계약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기존 계약자들은 시행사가 작성해 준 ‘확약서’를 믿고 있었습니다.
이 확약서에는 시행사가 향후 미분양 세대를 판매할 때 분양가, 발코니 확장비를 직접적으로 할인하거나, 플러스 옵션 품목에 대한 혜택 지원, 또는 중도금 무이자를 시행할 경우, 기존 계약자에게도 동일하게 소급 적용하기로 확약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기존 계약자들이 확약서에 따라 자신들에게도 소급 혜택을 요구하자, 시행사는 약속 이행을 거부했습니다. 시행사는 "우리가 직접 할인 분양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시행사의 논리는 이러했습니다.
2023년 7월부터 분양대행업체와 분양 대행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미분양 세대에 대해 분양 대행 수수료를 지급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즉, 분양대행업체가 수수료의 일부를 활용하여 신규 수분양자에게 분양 지원금을 제공한 것이므로, 자신들이 확약서에서 정한 것처럼 분양가를 ‘직접적’으로 할인한 사실이 없다고 발뺌한 것입니다.
기존 계약자인 송민준 씨는 배신감이 많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뒤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5천만 원, 6천만 원씩 할인을 해줘 버리니까 완전히 쉽게 말하면 기분양자들은 사기당한 그런 기분이 많이 들죠."

시행사의 '꼼수'와 법적 분쟁···법원 "실질적 할인 분양"
결국 기존 계약자들은 시행사를 상대로 약정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은 2025년 10월 23일, 기존 계약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시행사에 책임을 물었습니다.
재판부는 시행사가 190여 명의 원고들에게 분양 지원금에 해당하는 약 73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시행사의 주장이 '꼼수'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며, 다음의 핵심적인 사정들을 지적했습니다.
먼저 시행사가 분양대행업체를 사실상 통제했다는 건데요.
분양대행업체는 홍보 업무 수행 시 반드시 시행사와 사전 협의하여 승인받아야 했고, 분양 홍보물 제작이나 내용에 대해서도 서면 동의 및 검토받아야 했습니다.
또한 분양 대상 물건의 분양 가격 및 조건은 시행사가 정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분양대행업체가 시행사의 동의 없이 분양지원금 지급을 약속할 수 없었음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는 과다한 분양 대행 수수료입니다.
시행사는 분양대행업체에 평형에 따라 최대 6,600만 원의 분양 대행 수수료를 지급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광고선전비와 운영비 전액까지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수수료 지급액이 통상적인 분양 대행 용역 대금으로는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보았습니다.
세 번째는 분양 대행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시행하며 시행사가 중지를 요청하면 즉시 중단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이는 시행사와 대행업체가 애초에 분양 대행 수수료의 일부를 신규 수분양자에게 분양 지원금으로 지급할 것을 전제로 수수료를 고가로 산정했음을 보여준다고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시행사가 분양대행업체를 통해 신규 수분양자에게 분양 지원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아파트를 분양 지원금만큼 할인해 분양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피고가 직접적으로 분양가를 할인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편법 할인 분양 관행에 제동···승소의 의미와 향후 전망은?
이번 판결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 편법적인 할인 방식을 동원하는 시행사들의 관행에 강력한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기존 계약자의 소송을 대리한 강동원 법무법인 정의 대표변호사는 "할인 분양하는 경우에 기계약자들에게 소급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을 한 경우에는 그 약속을 시행사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을 법원이 다시 한번 확인한 것입니다"라고 판결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특히 시행사가 기존 계약자들에게까지 소급 할인 혜택을 주면 손해를 볼 것 같으니, 약속을 피해 가기 위해 분양 대행사가 할인 분양을 한 것처럼 꼼수를 썼던 부분을 법원이 정확히 지적하고 바로 잡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현재 1심 판결이므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향후 시행사가 분양 대행 수수료 인상이나 분양 지원금 지급 등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할인 분양을 시도할 때, 기존 분양자의 권리를 지키는 중요한 법적인 근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법원은 2024년에도 대구의 또 다른 아파트 시행사가 공매를 거쳐 신규 계약자에게 할인 분양한 사건에서 기존 분양자에게 차액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번 판결이 더해지면서, 미분양 해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존 계약자와 신규 계약자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저버린 시행사의 행태를 바로잡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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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0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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