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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산불이 지나간 자리···이제 산사태를 대비해야 할 때

윤태호 기자 입력 2025-07-21 11:51:03 조회수 3


최정해 (경북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한국급경사지안전협회 급경사지 재해예방단 부단장)
2025년 봄,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은 지역 주민들에게 큰 충격과 불안을 안겨주었다. 다행히 산불은 빠르게 진화되었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시작되면서, 이번에는 산사태라는 또 다른 재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은 지반이 약화 상태이기 때문에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산불은 단순히 나무와 숲을 태우는 것이 아니다. 산림이 불에 타면서 나무뿌리가 사라지고 이를 통해 유지되던 지반의 결속력이 급격히 약화한다. 이로 인해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물을 머금은 토양이 쉽게 붕괴해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산불 피해 지역은 일반 산림 지역보다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최대 200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산불 이후 1~5년은 산사태 발생률이 가장 높은 시기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10년 이상까지도 위험은 지속된다.

이처럼 산불과 산사태는 서로 다른 재난이지만 하나의 연쇄 고리로 작용하며 지역 사회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러한 복합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측과 신속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대구시는 함지산 일대를 중심으로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 지정하여 현장 조사를 실시하였다. 특히 민가와 인접한 지점을 우선 관리 대상으로 삼아 토양 함수량, 경사도, 배수 상황 등을 면밀히 분석하였다. 또한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해서 기존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여 토양 함수량이 60%를 초과할 경우에도 경보를 발령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대응과 더불어 산사태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 피해 범위와 피해 정도를 사전에 예측하는 연구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만을 예측하는 것을 넘어 발생 시 흘러내리는 토사의 이동 경로, 속도, 도달 거리 등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피해 지역과 인명 피해 가능성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연구는 주민 대피 경로를 사전에 설정하고 시설물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산불로 인해 나무와 수목이 사라진 지역은 토석류가 더 먼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으므로, 예측 정확도가 곧 피해 규모를 줄이는 핵심 요소가 된다.

산사태 대응은 단기적 조치와 중장기적 복원 전략이 함께 병행되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배수로 정비, 흙막이 설치, 응급 사방공사 등을 통해 즉각적인 붕괴 위험을 차단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조림과 생태계 복원을 통해 지반 결속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더불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실시간 경보 시스템 교육과 대피 훈련도 정기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2025의 함지산 산불은 단지 ‘불이 났다’는 사실 하나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 이후 찾아오는 집중호우와 산사태 그리고 주민 안전에 대한 고민까지 모두가 하나의 연속된 재난 시나리오로 연결되어 있다. 산불 이후의 집중호우는 단순히 기상 현상의 겹침이 아니라 인재(人災)를 막기 위한 사전 준비의 시험대이다. 이제는 이러한 복합 재난 상황에 대비해 행정, 과학, 주민 대응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재난은 늘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찾아온다. 그러나 그 재난에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피해의 크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한 면밀한 사전 조사와 산사태 피해 예측 기술의 고도화 그리고 주민 참여 중심의 대응 체계가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안전한 대구, 안전한 산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정해 교수
2004년 - 2008년 일본 나고야대학교 도시환경학 연구과 졸업 (공학박사)

2008년 - 2010년 일본 오카야마 대학교 객원 연구원

2010년 - 2017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 연구원 (산사태 예측 관련 연구)

2017년 - 현재 경북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경북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한국급경사지안전협회 급경사지 재해예방단 부단장

산림청 산사태현장 조사단 위원

202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표창(산사태 위험성 평가)

2025년 제35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수상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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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yth@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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