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를 뒤흔든 가짜뉴스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짜뉴스는 단순한 잘못된 정보를 넘어 누군가의 교묘한 의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판단을 트리거나 오도해 잘못된 의사 결정을 이끌어, 그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대구문화방송은 가짜뉴스의 실태와 뿌리, 배경 등을 분석하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 뉴스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전현직 언론인들과 언론 운동가, 미디어 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싱크탱크인 '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이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토대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전현직 언론인들이 만든 씽크탱크, 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 출범
'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은 전국언론노조 전 위원장인 최상재, 이강택, 강성남 씨를 비롯해 현업 언론인들과 언론 운동 활동가들이 중심이 돼 만든 씽크탱크 형태의 단체입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준비 작업을 거쳐 2025년 5월 22일 출범했습니다.
'세움'은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회복하고 사회적 평등과 공동체 유지를 위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적입니다.
이러한 세움이 출범식과 함께 첫 행사로 준비한 세미나의 주제가 바로 '가짜 뉴스와 민주주의'입니다,
전현직 언론인들이 가짜뉴스와 관련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미나에서 매스컴 박사이자 세움의 연구위원인 김춘효 박사가 발표한 논문이 큰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2024년 1월부터 2025년 5월까지 9개 매체(신문 3곳, 지상파 방송 3곳, 극우 유튜브 채널 3곳)의 '중국인'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김 박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짜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져나가는지 그 숨겨진 메커니즘을 파헤쳤습니다.

진짜 뉴스와 가짜뉴스,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는 단순히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정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진짜 뉴스가 되려면 기자가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여러 정보원을 통해 사실을 검증하며, 사회적으로 믿을 만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가짜뉴스는 어떨까요?
미국 CIA 출신 정보 분석가 오티스는 "일반 언론이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면, 가짜뉴스는 사람들을 속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같은 메시지를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반복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국내 연구자 이향선은 가짜뉴스를 "거짓임이 증명 가능한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정치·경제적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 퍼뜨리는 정보"라고 정의했습니다.
핵심은 '거짓'과 '의도성'입니다.
결국 검증할 수 없고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는 가짜뉴스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검증의 필터'를 거쳤느냐는 것입니다.

'중국인' 키워드로 본 한국형 가짜뉴스의 실체
김춘효 박사 연구진은 국내 가짜뉴스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인'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했습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동시에 극우 매체들이 자주 공격 대상으로 삼는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 몇 가지 흥미로운 패턴이 있었습니다.
첫째, 모든 매체가 중국인을 '큰손 고객이면서 문제 고객'으로 인식했습니다.
한국 부동산과 관광업에 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공중도덕 의식이 부족한 민족으로 묘사했습니다.
또한 모든 매체가 중국인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둘째, 극우 매체가 주도한 쟁점들이 주류 언론으로 확산하지 않는 한국만의 특징이 나타났습니다.
서구에서는 유력 정치인이 극우 매체의 주장을 주류 언론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지만(2016년 트럼프가 대표적), 한국에서는 이런 협업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셋째, 일부 극우 매체들은 저널리즘의 기본 조건인 사실 확인과 검증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주요 정보원은 검증되지 않은 칼럼니스트의 주장, 출처 불분명한 해외 SNS 영상, 극우 집회 참가자의 발언 등이었습니다.
이는 언론 보도라기보다 '선전 선동'에 가깝다고 평가됩니다.

극우 담론의 진원지,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2011년 창간된 인터넷 매체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 이전까지는 언론계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란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의 중심지로 급부상했습니다.
이 매체는 중국인을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와 연결시키며 혐오와 적대 감정을 부추깁니다.
사람들을 '우리 편'과 '적'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조장하는 것입니다.
스카이데일리가 퍼뜨리는 극우 담론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됩니다.
1. 냉전적 반공주의: 북한과 중국을 '공산주의 적국'으로 규정
2. 민주주의 체제 부정: 1987년 이후 구축된 민주 공화정 체제 자체를 부정
3. 반민주당: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을 모두 '종북 빨갱이'로 매도
4. 친미 사대주의: 미국의 보호 아래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
특히 이들은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북한의 사주를 받은 폭동"이라고 왜곡하며, 당시 진압을 "구국의 결단"이라고 미화합니다.
1997년 대법원이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판결한 사실은 의도적으로 생략하면서 말입니다.
더 나아가 '중국 공산당-시진핑-북한-민주당'을 하나로 묶어 "공산당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미국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선동합니다.
심지어 "탄핵당했지만 재선된 트럼프처럼 윤석열도 그런 길을 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왜 공격받았나?
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주의를 관리하는 헌법기관입니다.
그 권위는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투명성에서 나옵니다.
스카이데일리가 선관위를 집중 공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의 이유로 부정선거를 언급하자, 스카이데일리의 주장은 더욱 극단적으로 변했습니다.
단순한 부정선거 주장에서 '민주당-종북 좌파-중국 간첩-구국의 결단-트럼프 지지'라는 복잡한 음모론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은 간첩들이 선관위 서버를 해킹하고, 헌법재판소에 잠입하며, 경찰로 변신해 탄핵 찬성 집회를 조종한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퍼뜨렸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편(윤석열, 박근혜, 트럼프)'과 '적군(선관위, 헌재, 경찰, 민주당, 중국, 북한)'으로 나누며 국가기관의 권위를 훼손하려 했습니다.

누가 중국인을 희생양으로 만드는가?
스카이데일리 보도의 가장 큰 특징은 "검증은 없고, 선동만 있다"는 점입니다.
제보자를 밝히지 않는 익명 기사가 대부분이고, 정보원도 불분명합니다.
미국에 있다는 '블랙 요원', 국내외 극우 인사들, 해외 SNS 영상 등이 주요 근거로 제시됩니다.
더욱 특이한 점은 기자가 아닌 칼럼니스트들이 '중국인'을 이용해 혐중과 반공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사의 검증되지 않은 보도를 바탕으로 칼럼을 쓰며, 여기에 가정과 추론을 덧붙여 논리를 비약하고 선동을 가속합니다.
극우 유튜버들은 이런 혐중 담론을 적극 공유하며 '에코 챔버(같은 의견만 반복되는 공간)'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이들은 중국인에 대한 분노를 조장하고, 민주당에 '중국 공산당 프레임'을 씌워 부정선거 음모론과 연결합니다.
서구 연구 결과처럼 극우 활동가들이 진보 진영보다 소셜 미디어를 더 적극 활용하며 허위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는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류 언론과 공영방송의 대응
흥미롭게도 주류 언론들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겨레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이후 혐중 프레임과 거리를 뒀습니다.
중국인을 부정선거 음모론의 희생양으로 악용하는 극우 매체들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며, 혐중 가짜뉴스의 원인과 유통 경로, 한국 민주주의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내란 이전까지는 스카이데일리의 일부 주장을 공유했지만, 2025년 2월 사설에서 "근거 없는 중국발 부정선거 의혹 제기는 국익을 저해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후 부정선거 관련 사안들을 팩트 체크 형식으로 다루며 음모론을 비판했습니다.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는 '검증의 필터'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유통된 가짜뉴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특히 MBC는 '스트레이트'와 'PD수첩'을 통해 음모론의 실체와 이를 확산시키는 사람들을 분석했습니다.
선관위의 개표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검증했습니다.
KBS도 '추적 60분'을 통해 부정선거를 누가 주장하고, 어떤 내용인지 검증하며 음모론이 온라인을 통해 어떻게 확산하는지 보도했습니다.
공영방송들은 극우 세력들이 왜 '중국인'을 희생양으로 삼는지를 부각하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가짜뉴스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춘효 박사의 연구는 한국에서 가짜뉴스가 어떻게 극우 담론과 결합해 특정 대상을 희생양 삼아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극우 매체들은 사실 검증 없이 주장만 앞세워 혐오 보도를 양산하고, 극우 유튜브를 통해 그 영향력을 확대합니다.
하지만 가짜뉴스의 위협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특히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의 발전으로 가짜뉴스의 생산 속도와 정교함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더욱 어려워지는 '탈진실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가짜뉴스는 단순한 오보가 아닙니다.
사회적 신뢰를 침식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며, 국제 질서에까지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위협입니다.
이 복잡한 '거짓의 동역학'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때, 비로소 진실이 승리하는 건강한 정보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 가짜뉴스의 거미줄을 끊어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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