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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40도·매일 열대야···'극한 고통' 무뎌진 쪽방 주민들

손은민 기자 입력 2025-06-27 18:00:00 조회수 4

◀앵커▶
폭염 때 야외보다 더 위험한 실내가 있습니다. 

쪽방인데요.

지역 연구진들이 2년간 조사했는데 쪽방 주민들, 한낮 최고 40도까지 치솟는 더위를 견디고 밤에도 '실내 열대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손은민 기자입니다.

◀기자▶
대구 중구의 쪽방촌입니다.

오전 10시 반, 바람이 들까 방마다 문을 반쯤 놨고, 한 주민은 더위를 피해 아예 복도로 나왔습니다.

밤에는 잠을 잘 못 잤습니다.

◀쪽방 주민▶
"(여름엔) 한 시간도 못 자요 밤에는. 그래서 맨날 넓은 데 바깥에 공원에 나가 있잖아. 수면 유도제를 먹어도 안 되고···"

여름엔 밤잠을 거의 못 자고 종일 땀을 많이 흘려 기운이 없거나 짜증과 두통, 어지럼증을 느끼는 게 일상입니다.

◀쪽방 관리자▶
"좁은 방 한 칸에 거기서 가스버너 놓고 라면 끓여 잡수시고 하니까 방 안이 덥죠"
◀쪽방 주민▶
"다 아파. 하다못해 어디가 아파도 아파···"

쪽방촌 주민들은 얼마나 고통을 겪으며 살고 있을까?

경북대와 계명대 연구진이 지난 2년 동안 대구 쪽방 40곳에 열 환경을 측정하고 쪽방 주민들의 반응과 증상을 조사했습니다.

6월부터 8월까지 평균 쪽방 온도는 32.1도.

최고 40도까지 오르는 날도 많았고 실내 습도는 30%에서 90%까지 오르내렸습니다.

특히 쪽방 주민들은 한밤중 위험한 과열 환경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쪽방 주민의 여름 평균 수면시간은 4.2시간.

열기를 방 안에 가두는 쪽방 구조가 만든 이른바 '실내 열대야'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둔감했습니다.

◀류지혜 경북대 건설환경에너지융합기술원 연구교수▶
"열적 민감도라는 지수를 도출했는데 일반 성인 대비 (쪽방 주민은) 70% 정도 둔감화된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체내 열이 상승하는데도 불구하고 둔감하게 반응한다면 온열질환이 악화하고···"

고온의 환경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온열 질환 증상에 무뎌져 있고 위험 상황이 와도 알아채지 못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쪽방 주민의 78%가 '견딜 수 없는 더위를 경험했다'고 했는데 대응법은 68%가 '참는다'고 답했습니다.

연구진은 쪽방처럼 여름철 야외보다 더 위험한 실내 환경이 존재하고 이런 '실내형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오현주 대구쪽방상담소 사업팀장▶
"폭염 정책 등이 야외 노동자나 야외 노인이나 이런 분들에게 집중되다 보니까 실내 체류형 쪽방 노숙인 같은 경우에는 좀 더 여기에 맞는 실질적인 정책이나 제도가 필요하고···"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대구에는 533명이 평균 9.3㎡ 쪽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쪽방의 열 환경 구조와 위험도를 진단하고 고위험군을 찾아 맞춤형 대책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그래픽 한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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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민 hand@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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