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구MBC NEWS 심층보도

[심층] 껑충 뛴 묘목값···"이상기후가 묘목값 상승을 부추겼다?"

서성원 기자 입력 2025-03-11 16:03:59 조회수 5

"예년에 비해서는 묘목 출하가 좀 늦습니다."
경북 경산시는 전국 최대 묘목 생산지입니다.

2007년에는 경산시 하양읍과 진량읍 일대가 종묘 산업 특구로 지정될 만큼 수백 개의 묘목 농가가 즐비한 곳입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금호강 주변의 사질(모래 성분) 땅에 묘목을 키워서 뿌리 발달이 좋은 특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묘목을 사서 옮겨심으면 건강하게 잘 자란다고 해서 묘목을 사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묘목 농가들이 여러 해 땀을 흘려 키운 묘목은 해마다 2월 중순쯤이면 출하가 이뤄지는데요.

2025년에는 아시다시피 2월에 갑작스럽게 닥친 추위로 출하가 조금 늦춰졌다고 합니다.

중장비의 기계 소리와 분주한 손놀림으로 생기가 넘치는 묘목밭
애초 계획은 3월 4일쯤에 경북 경산의 묘목 농가를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눈과 비가 내리는 바람에 방문 일정을 늦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이나 비가 내려서 땅이 젖으면 묘목을 캐내는 작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월 6일 오전에 경산의 들녘을 찾게 됐습니다.

이틀 전 내린 비가 아직 덜 마른 곳도 있었지만, 묘목을 심어놓은 밭 이곳저곳은 그야말로 생기가 넘쳐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취재진이 경북 경산시 공무원의 안내를 받아 찾은 묘목밭에서는 정성스럽게 키워서 겨울을 난 대추 묘목을 캐내는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중장비가 묘목을 캐내서 흙을 털어내면 여러 명의 작업자가 달라붙어 빠른 손놀림으로 묶음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작업한 묘목은 바로 옆에서 기다리던 화물차에 실려 새 주인을 찾아 떠나갔습니다.

"농사짓기가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이처럼 들녘 곳곳이 분주해졌지만, 묘목값이 껑충 뛰는 바람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화물차를 이끌고 묘목을 사러 온 한 분에게 묘목값에 대해 슬쩍 여쭤보니 가격이 이전보다 오르기는 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농사짓기는 좀 어떠시냐는 질문을 드렸더니 속에 담아뒀던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이기희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농사짓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힘들어집니다. 묘목값이나 인건비가 너무 올라버려서 걱정이 상당히 됩니다. 제가 볼 때는 지금 농민들이 부채가 상당히 많습니다. 인력은 없고 외국 사람 없으면 농사짓지도 못해요. 그런데 외국 사람 인건비가 12만 원에서 15만 원까지 하니 인건비 주고 나면 농민들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묘목값이 평균 10% 정도는 오른 거 같습니다."
경산시와 경산 묘목영농조합법인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2025년 2월 말 기준으로 볼 때 대추 묘목은 1년 전인 2024년보다 40~50%는 값이 올랐다고 합니다.

감이나 밤 묘목도 가격 오름세가 심하다고 했습니다.

거래량이 많은 사과 묘목은 10% 안팎의 상승세를 보인다고 했습니다.

묘목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 10% 정도는 가격이 오른 거 같다고 합니다.

"이상기후가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겁니다."
이처럼 묘목값이 오른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2024년만 해도 늦가을까지 기승을 부린 더위 등 이상기후의 여파로 묘목 작황이 좋지 않았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정희진 경산 묘목영농조합법인 조합장 "2024년에 더워서 접을 붙이는데 물이 차서 죽은 나무도 있고, 생산량이 2024년보다 감량이 한 20%에서 30% 됐다고 보면 됩니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았군요?) 그렇습니다. 사과만 봐도 날씨가 더워서 색깔이 안 나요. 그래서 사과 묘목 찾는 사람들도 지금은 착색계를 많이 찾아요. 그리고 어떤 묘목이 그 해에 수요가 많다고 해서 그 묘목을 당장 많이 내놓을 수도 없습니다. 묘목은 1년 만에 나오는 게 아니고 어떤 것은 3년, 보통 2~3년 만에 묘목이 나오기 때문에 수요에 맞추기도 어렵습니다."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부 묘목은 품귀 현상도 있습니다."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부 묘목은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농원의 저온 저장고에는 묘목이 절반 정도는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온 저장고에 남아있는 대부분의 묘목은 이미 판매 예약이 끝난 것이라 팔 수 있는 것은 얼마 안 남아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묘목값이 올랐다고 그만큼 수익이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묘목값이 올랐다고 해서 묘목 농가가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농자잿값이 오르면서 경영 비용이 는 것도 묘목 가격 상승을 부추긴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정희진 경산 묘목영농조합법인 조합장 "모든 게 다 올랐어요. 농자잿값도 올랐고, 접붙이는 접목 값도 올랐고, 묘목을 키우려면 밭을 빌려야 하는 데 몇 년 전보다는 약 20~30% 더 줘야 밭을 빌릴 수가 있습니다."

이상기후의 충격파가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인 만큼 경북 경산시는 안정적인 묘목 생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더 신경을 쓸 계획입니다.

김성은 경산시 농업기술센터 종묘산업팀장 "시장 가격을 전반적으로 관에서 좌우할 수는 없는 거고, 농가에서 묘목 자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 사업이라든지 보조 사업을 통해서 생산 기반을 구축해 드린다거나 정책적으로 농가들이 좋은 품질의 과실을 생산할 수 있는 무병묘를 공급하는데,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봄이 다가오면서 전국 최대 묘목 생산지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이상기후의 여파가 불러온 가격 상승이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란 게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의 한결같은 반응이었습니다.

  • # 상승
  • # 경북경산시
  • # 묘목
  • # 묘목값
  • # 경산종묘산업특구
  • # 묘목출하

Copyright © Daeg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서성원 seosw@dgmbc.com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