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할인점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전격적으로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3월 4일 새벽 0시 3분쯤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했고, 법원은 대표자 심문을 한 뒤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홈플러스는 현재 대금결제 등과 관련한 문제는 없지만 2월 28일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돼 금융 조달 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오는 5월쯤 자금 부족 사태가 예상된다고 법원은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결정과 함께 '사업 계속을 위한 포괄 허가 결정'도 함께 발령해 홈플러스는 회생 신청 전과 같이 정상 영업을 계속하면서 회생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홈플러스는 이번 조치는 사전예방적 차원이라며, 대형마트와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의 영업은 정상적으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협력업체와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회생절차에 따라 전액 변제하고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홈플러스 노조 "계엄 선포하듯 회생절차 신청"···"대주주 MBK의 무책임한 경영 때문"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3월 4일 성명을 내고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며, 약 2만 명의 조합원과 그 가족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김광일 대표이사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조와의 대화를 약속했지만 오늘 아침 (회생 신청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기 직전에야 노조와 소통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선포하듯 모든 것이 비밀리에 집행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회사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며, 사측이 회생 절차를 신청한 사유와 부채 규모,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 회생 계획서와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을 즉각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노조는 또 "회생 절차가 시작되면 고정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심각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법원이 회생 개시 결정을 내리며 MBK의 하수인 격인 현 공동대표 체제를 관리인으로 유지한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수천 명의 직영 직원을 감축했고, 임금도 최저임금과 몇십 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또다시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노동조합은 끝까지 싸워 홈플러스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노조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이르게 된 건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무책임한 경영 때문이라며 정부가 즉각 개입해 공공자금 투입, MBK 책임 강제 등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1997년 대구에 삼성홈플러스 1호점 개점···삼성물산→테스코→'MBK파트너스'로 주인 바뀌어
매출 기준으로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는 1997년 출범한 삼성물산 유통 부문의 할인점 사업이 그 모태입니다. 

같은 해 9월 대구에 '삼성홈플러스' 1호점을 열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IMF를 거치며 1999년 경영권이 영국 최대 유통업체 테스코에 넘어갔고, 2015년에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됐습니다.

당시 MBK파트너스가 테스코에 지불한 금액이 7조 2천억 원에 달하고, 인수 자금 가운데 5조 원을 홈플러스를 담보로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가 인수'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이후 2020년 1호점인 대구점을 매각하고 이듬해에는 대구스타디움점을 매각하는 등 지금까지 대형마트 점포 20여 개를 매각해 부채 4조 원가량을 갚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4년에는 슈퍼마켓형 점포인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을 시도했지만 아직 성사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