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9월 4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공개석상에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8월 26일 법원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이후 처음인데요, 마침 이날은 국민의힘이 전국위원회를 열어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 개정안 의결을 하려는 전날이기도 했습니다. ‘양두구육‘이라는 한자 성어에 대한 논란을 피해 가는 대신 ‘지록위마‘라는 새로운 단어를 제시하기도 했고, 국민의힘의 ‘심장‘인 대구에서 대구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기자회견 장소로 선택한 곳은 김광석거리였는데요, 왜 하필 ‘김광석‘이었을까요? 이준석 전 대표의 주요 발언들을 정리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제가 대구 내려와서 어디 시장에만 들린다고 해도 원래 국민의힘에서는 미관말직에 있는 당직자라도 다 와서 여기 줄 서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한 분도 함께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당이 가지고 있는 ‘찍히면 죽는다’ 문화, 이것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데. 잘 생각해 보십시오. 여기 나타나면 찍히는 게 아니라 여기에 안 온 분 모두가 여기 오신 분들한테 찍힌 거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타조처럼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있으면 그날이 오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많은 분이 지금 여러분을 대표해서 대구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무엇보다도 참으로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해나갈 정치가 기대되는 그런 날인 것 같습니다.
양두구육이라는 사자성어 하나 참지 못해서 길길이 날뛰는 사람들은 공부할 만큼 했는데도 지성이 빈곤한 것이겠습니까? 아니면 각하가 방귀를 뀌는데 맞춰서 시원하겠다고 심기 경호하겠다는 그런 사람들이겠습니까? 대법원에서도 양두구육은 문제없는 표현이라고 판결문에 적시한 마당에, 이것을 문제 삼은 사람들은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사리 분별이 안 됐던 것이고, 지시도 없었는데 만약 호들갑 중인 것이라면 영혼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정치할 자격이 없고 배지를 떼야 합니다.
지금의 이 모든 정치적인 추태는 이등병의 편지가 방송 금지곡이었고, 이문세 씨와 전인권 씨가 창법이 미숙한 가수라고 지적받던 시절을 회고하면 실소를 금하기 어려운 것처럼 그저 어두운 시절에 대한 회상 정도로 남을 그런 촌극입니다. 가사가 마음에 들지 않고 노래 부르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수에게 노래 부르는 창법을 지적하던 그 세태, 바로 대한민국의 정치가 지금 겪고 있는 아픔입니다. 비유를 하면 조롱하고 비꼰다고 지적하고 사자성어를 쓰면 동물에 사람을 비유한다고 흥분하는 저 협량한 사람들에게 떳떳한 우리가 굴복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민 모두, 특히 국민의힘의 모든 구성원에게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 지적할 그런 자유만큼의 윤석열 정부에 대해 지적할 자유가 있습니다. 당연히 대통령인 당원도 당 대표에 대해서 그의 행동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내부 총질이라고 지적하고 그 모욕적인 내용을 여럿에게 돌려서 회람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본질에서 동일한 자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자유를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향유하기 위해서 그들이 뭐라 하든지 금지곡을 계속 부르겠습니다.
사자성어만 보면 흥분하는 우리 당의 의원들을 위해서 작금의 상황을 표현하자면 지록위마입니다. 윤핵관들이 사슴을 가리켜서 말이라고 했을 때 왜 초선 의원들이 그것을 말이 맞는다고 앞다퉈 추인하며 그것이 사슴이라고 바른말을 하는 일부 양심 있는 사람들을 집단 린치합니까? 초선이라서, 힘이 없어서 그렇다는 비겁한 변명을 대구에서는 앞으로 절대 받아주지 마십시오.
대구의 의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싸웠고 무엇을 위해 희생해 왔으며 지금 어떤 탄압을 감내하고 있습니까? 대구 시민은 항상 보수 정당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당이 바르게 가고 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야지 이 버팀목을 바탕으로 무리수를 두고 그것에 동조하고 호가호위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사법부의 판단마저 무시하려는 그런 행태에 만약에 대구의 의원들이 앞줄에 서 있다면 대구 시민 여러분께서 준엄하게 꾸짖어 주십시오. 그리고 그들에게 어떤 꾸짖음을 주어도 그들이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들을 더 이상 고쳐 쓸 수 없다는 확신이 있으실 때는 그들을 바꿔 쓸 수 있다는 그런 위기감의 확신을 그들에게 심어주십시오
2022년 지금 대구 시민들은 다시 한번 죽비를 들어야 합니다. 어렵게 되찾아온 정권, 그리고 처음으로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두고 적극 참여한 대선의 결과, 이것이 결코 무너지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복지부동하는 대구의 정치인들에게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더 약하라는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아무리 배운 것이 많아도, 근정훈장을 달고 나와도, 부당함을 마주쳤을 때 주먹패 출신이던 김두한 의원만큼이라도 행동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코 우리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당헌·당규를 졸속으로 소급해서 개정해서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덮으려고 하는 행동은 반헌법적입니다. 부끄러움과 함께 개탄스럽습니다. 헌법과 당헌·당규를 헌신짝처럼 여기는 집단이 앞으로 누구를 비판하면서 정당성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명절에 정치 이야기하면 다툼이 일어난다는 이야기, 들을 용기가 없어서 들을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그럽니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자 하는 사람에게 화를 내고 귀를 닫는 젊은 세대는 없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꼭 열어주시고 같이 소통해 주시고 다시 한번 여의도의 그들이 두려워할 수 있는 세대 포위론을 완성해주십시오.
Q. 윤 대통령, 후회할까?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작금의 상황에 대해서 후회할지 안 할지 등에 대해서 예단하고 싶지도 않고, 지금 또 후회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생각해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부메랑입니다.
Q. 추가 징계 이뤄진다면?
모든 징계라고 하는 것은 형평이 무너진 순간 그것은 위력을 잃게 됩니다. 만약에 제가 사자성어를 썼다고 해서 징계받는다고 하면 그것은 역사에 길이 남을 조롱거리가 될 것이며, 저는 앞으로 사자성어를 썼던 모든 당내 정치인들을 윤리위에 여러분이 회부해 주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제가 기억나는 역사 속의 표현이 몇 개 있거든요? “보수의 존립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육모방망이로 대가리를 깨버려야 된다” 정도면, 저는 이 정도면 품위 유지가 안 된 정도가 아니라 이거는 뭐 어디까지 가야 할까요? 윤리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영상편집 윤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