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 지역의 낙후된 전통 시장들이 사실상 시장 기능을 상실하면서 폐업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선 대형 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코로나19 이후 배달 등 온라인 시장까지 급성장하며 설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있던 자리는 재개발·재건축 등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박재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재형▶기자
35년 전, 33살의 나이로 대구 만평 시장에서 정육점을 시작한 성경난 씨.
당시 만평 시장에는 연일 손님들이 넘쳐났고 덩덜아 성 씨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손님이 크게 줄었고 이젠 단골손님 위주로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한때 70개 넘는 점포가 밀집했던 만평시장은 이젠 남아있는 가게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인터뷰▶성경난/대구 만평시장 상인
"(자제분들 있으시지요?) 네, 시집, 장가 다 보냈어요. 아이들 6,7살 때 와서 시집, 장가가고 40살이 넘었어요. (이 시장에서) 제일 오래되고 말고요. 여기 없어요 사람."
시장 주변으로 대형 마트와 편의점이 속속 들어오고 코로나19 이후엔 온라인 시장까지 급성장하며 시장은 점차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최근 상인과 지주들은 폐업을 결정했고, 시장은 재건축을 통해 주상복합건물 건립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인터뷰▶정의정/대구 만평시장 상가번영회장
"재래시장이 전부 슬럼화되다 보니까 화재 위험도 있고 그래서 재건축해서 상인들 재산권 형성도 하고 재건축 시행하게 되었고"
50년전인 1971년 전통 시장으로 문을 연 대구 신암시장도 지난 4월 말 폐업하고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35년 동안 시장에서 양복점을 운영해온 올해 80살의 최상대 씨. 한때 3명의 재단사를 데리고 일할 만큼 호황을 누렸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한 달에 주문 한 건 받기가 쉽지 않은 처지입니다.
◀인터뷰▶최상대/대구 신암시장 상인(40년)
"많이 아쉬운 것은 내가 이 양복점을 끝까지 못한다는 게 아쉽지요. (여기 신암시장에서요?) 네네. 시대에 따라서 변화를 하는데 제가 이의걸 일이 없잖아요."
지난 2019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전통시장 인정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이후 대구에서는 만평시장, 신암시장, 동국철물시장, 보성황실시장 등 4개 전통시장이 문을 닫았고 이 자리엔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접근성, 상인들과 손님들의 밉지 않은 흥정으로 정겨움이 묻어았던 동네 전통시장들. 급변하는 유통시장 변화와 개발 바람을 이겨내지 못 하고 하나, 둘 소리 없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MBC 뉴스 박재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