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농작물 재해보험은 갑작스러운 재해를 입은 농민에게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데요.
지자체마다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품목이 다르다 보니, 단호박같이 경북에서는 가입조차 할 수 없는 품목도 있습니다.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있는 만큼 가입 지원 대상을 보다 확대해달라는 농민들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서현 기자입니다.
◀기자▶
예천군 용문면 한 밭에 단호박이 무더기로 쌓여 있습니다.
"치울 여력이 없어 밭에 놔둔 단호박 수백 개가 썩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수해로 버린 단호박만 20만 개 가까이 됩니다."
밭 바로 옆 비닐하우스 안에 후숙하기 위해 적재해 뒀던 단호박 150톤이, 지난달 15일 폭우로 잠기면서 모두 썩은 겁니다
◀홍중기 예천군 용문면 단호박 농가▶
"후숙 과정에서 놔뒀는데, 물에 다 떠서, 둥둥 떠다니더라고. 다 떠서 냇물로 이쪽으로 유실된 것도 있고."
겨우 사람을 불러 꼬박 사나흘 동안 하우스 안에서 단호박을 끄집어냈지만, 그마저도 모두 버려야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한 해 농사를 순식간에 망친 건 물론이고 계약업체에 빚만 떠안게 됐습니다.
문제는 수확한 이후라 보험 안 되지만, 수확 전이라 해도 또다시 이런 재해를 입었을 때 피해를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길조차 없다는 겁니다.
현재 경북에서 단호박은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홍중기 예천군 용문면 단호박 농가▶
"다 농민이 삭히는 거죠. 농민이 이제껏 다 삭히고 오는 거죠."
단호박이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품목으로 지정된 건 지난 2019년부터인데, 현재는 경기도와 제주시에서만 보험을 들 수 있습니다.
경상북도는 주요 작물을 위주로 보험 가입을 지원하다 보니 제외된 작물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갈승 경상북도 농정기획팀장▶
"농작물 재해보험 대상 품목이 주산지 위주로 지정되다 보니 일부 품목이 빠진 경우가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품목이 확대될 수 있도록 농림부와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경북도 내 단호박 재배 규모는 경북도청에서 호박 종류를 통틀어 집계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경북 북부 지역에서만 100ha 정도로 추정됩니다.
예고 없는 재해 앞에 농민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합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CG 황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