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9년 대구경북신공항을 전망해 보는 연속 기획, 세 번째 순서로 독일 한 지방공항을 소개합니다.
1990년대 통일 직후 독일은, 동·서독의 경제력 차이가 극심했습니다.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유럽연합과 독일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지방공항 투자였습니다.
동독 지역의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이 대표적인데요, 30년이 흐른 지금 이 공항은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물류 공항으로 성장했습니다.
김서현 기자가 독일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짙은 어둠을 뚫고 날아온 비행기 한 대가 환한 조명이 켜진 공항 화물터미널에 착륙합니다.
국제특송 기업, DHL(데하엘)이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운영하는 화물터미널 안.
세계 각지에서 온 택배 박스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쉴 새 없이 이동합니다.
시간당 최대 15만 개의 화물이 분류됩니다.
이렇게 분류된 택배는 항공 화물을 나르는 '터그카'에 실려 다른 대륙으로 떠날 비행기로 옮겨집니다.
DHL 익스프레스가 유럽의 항공 허브를, 벨기에에서 옛 동독 지역인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으로 이전한 건 지난 2008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르쿠스 오토 DHL 부사장▶
"(새 물류 시설을 위해) 진입 지역도 닦아야 하고 활주로도 바꿔야 하고 격납고도 세우고 분류 시설도 세웠습니다. 즉 (정부) 허가 부처가 우리에게 건축 허가를 내줬고 우리는 또 공항에 야간 비행에 대한 영업 허가도 받았습니다."
대형 물류기업이 이전하면서 라이프치히·할레공항의 화물량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했고, 지금은 한 해 화물 처리량이 140만 톤에 달합니다.
화물량으로만 따지면 1년에 190만 톤을 처리하는 유럽의 허브,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이은 독일 제2의 공항인 셈입니다.
특히 라이프치히 할레 공항의 1년 여객 수는 대구공항과 비슷한 200만 명으로 연간 6천만 명이 찾는 프랑크푸르트의 1/30 수준이지만, 화물량은 무려 70% 수준까지 따라잡은 상태입니다.
◀슈테펜 뵈트거 라이프치히·할레공항 물류 부문 부사장▶
"독일의 가장 오래된 고속도로 나들목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유럽이 연결됩니다. 우리가 선로와 도로 같은 인프라와 함께 유럽의 중심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상 화물터미널은 공항에 입주한 항공사나 운송 전문 기업이 직접 운영합니다.
하지만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은 물류 기업에만 의지하지 않았습니다.
활주로 바로 앞에 직접 화물 창고 겸 터미널을 운영하면서, 검역과 세관 절차를 간소화했습니다.
공항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화물터미널입니다. 아우토반을 통해 들어온 화물을 이곳에서 받아 검수하고, 불과 약 100미터 떨어진 활주로로 바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우베 슈아르트 라이프치히·할레 공항 홍보 담당자▶
"(다른 공항과 달리) 여기서는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공항에 오면 각 항공사와 화물운송업자, 발송자에게 한 번에 항공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담당자 한 사람 하고만 얘기하면 됩니다."
공항이 위치한 옛 동독 지역은 1990년 통일 직후, 실업률이 20%에 육박했습니다.
유럽연합과 독일 정부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낙후된 동독 지역에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했는데,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이후, 공항 지분의 77%를 소유한 작센주 지방정부가, 공항 인프라에 대한 추가 투자를 공격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마틴 둘리히 작센주 경제·노동·교통부 장관▶
"우리 지방정부는 출자자로서 공항에서 수익을 얻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역에 대한 간접적인 효과는 있죠. 기업의 모든 투자가 새로운 세수가 되고 그 세수가 점차 늘어납니다."
과거 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도시는 이제 중부 독일의 대표 공항을 보유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첨단 물류 허브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이 독일 대표 물류 공항이 될 수 있었던 건 좋은 위치나 인프라도 있지만 공항을 통해 도시를 성장시키려고 하는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코디 김복중 번역 송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