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민주운동이 2022년으로 62주년을 맞았습니다. 1960년 2월 28일, 당시 자유당 정권이 학생들의 야당 유세장 참석을 막기 위해 일요일이었지만 대구 시내 공립학교 8곳에 등교 지시를 내리자 대구 지역 고등학생들이 항거하며 일으킨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학생 저항운동이었습니다. 최근에는 2.28 민주운동을 기록한 미국 정부의 공식 문서도 처음으로 발견됐는데요, 2.28 민주운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대구MBC 시사 라디오 방송 ‘여론현장’ 김혜숙 앵커가 2.28민주운동 기념사업회 백재호 기획홍보국장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Q. 2월 28일 바로 2.28 민주운동 기념일입니다.
1960년 2월 28일, 대구 지역 고등학생들이 이승만 정권에 저항해서 일어났던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으로 평가를 받고 있죠. 그런데 이 대구 2.28 민주운동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공식 문서가 첫 발견이 돼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내용은 무엇인지, 또 어떤 사료적 가치가 있는지 2.28 민주운동 기념사업회 백재호 기획홍보국장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A. 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Q. 네 반갑습니다. 어느덧 62주년이 됐습니다. 벌써 60년이 넘었는데 이번에 발견된 미국 정부의 공식 문서는 뭡니까, 이게? 제가 언론 보도된 사진을 보니까 좀 비밀문서로 분류는 돼 있던데요?
A. 이번에 발견된 문서는 1960년 2.28 민주운동의 상황이 기록된 문서로서는 최초로 발견된 외국 정부의 공식 문서입니다.
두 종류의 문서인데요. 하나는 1960년 3월 초에 주한 미국 대사 매카나기가 미 국무부에 보낸 전문이고 다른 하나는 당시 미 8군 사령부의 일일 정보 보고서입니다.
미국 정부의 공식 기록에 2.28 민주운동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이번 문서 발견의 가장 큰 의미라고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Q .그러면 60여 년 동안 이러한 공식 문서가 묻혀 있었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62년 만에 그러면 발견된 겁니까? 발견된 경위는요?
A. 작년(2021년) 11월 말쯤이었는데요. 제가 2.28과 4.19 관련 자료를 찾던 중에 4월 혁명 사료 총집이라는 책에서 이번 문서들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Q. 4.19 자료에서?
A. 4월 혁명 사료 총집, 보통 4월 총서라고 이렇게 부르고 있는데요. 8권으로 된 방대한 자료집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문서들은 그동안 4.19 자료로 분류되어 있어서 아주 많은 자료집에 수록돼 있었고 영어로 된 문서인데다가 아주 문서의 극히 일부분만 2.28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견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운 좋게 찾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그러면 국장님께서 4.19 총서 훑어보시다가, 4월 혁명 총서 훑어보시다가 2.28 자료를 발견을 하신 거예요, 지난 연말에?
A. 맞습니다.
Q. 그러면 그 내용이 또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그 내용, 파악된 2.28 관련된 미국 본국으로 보낸 어떻게 보면 보고서 형태일 텐데 어떤 내용 담고 있던가요?
A. 매카나기 보고서는 다시 2개의 보고서로 나눌 수 있는데요.
60년 3월 1일 자와 3일 자입니다. 1일 자 보고서는 60년 2월 27일 대구 상황을 기록해 주고 있습니다.
그때는 대구에서는 자유당 유세의 참석 인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경찰이 노골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고 기록하고 있고, 3일 자는 2.28 당일 상황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2월 28일은 정상적이라면 일요일이고 휴일이기 때문에 그날의 등교는 대구에서 열리는 민주당 집회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보인다.”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1천 명 이상의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했으며 100명의 학생들이 경찰에 구금되었다“라고 당시 대구 상황을 기록하고 있었어요.
현재까지 국내에 알려진 2.28 민주운동의 상황과 거의 같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Q. 그러면 우리가 알고 있는 2.28 민주운동의 계기도 이승만 정권이 당시 대통령 선거 앞두고 장면 박사 유세에 시민과 학생들 못 가게 일요일 등교 지시 내렸던 것, 그래서 그 항의의 성격으로 학생들이 거리 시위 벌였다.
이거에 대해서 정확하게 기술이 되어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A. 맞습니다.
Q. 그런데 그 당시 국내 언론 기사를 보면 오히려 학생 시위를 불순분자의 선동이라든가 북한 사주, 이런 운운하는 내용들도 있었거든요? 그럼 미국에서는 이 학생들의 시위 성격을 좀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보세요?
A. 이번에 발견된 미국 측의 문서들은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3월 3일 자 매카나기 보고서는 “신문들은 정부에 대한 충성도의 정도에 따라 그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학생들을 일요일에 학교에 붙잡아둔 것이 잘못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신문도 있고, 학생들의 시위를 널리 홍보하고 있는 야당이 잘못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신문도 있다“라고 이렇게 기록하고 있었어요.
학생 시위에 대한 국내 언론 시각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 8군의 일일 정부 보고서에는 “2.28 학생 시위가 일어난 배경에는 당시의 열악한 취업 전망이 있다“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후의 선거 유세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다른 도시들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Q. 우리의 2.28이 3.15 마산 의거 그리고 4.19 혁명으로까지 이어져서 사실 4월 26일에 이승만 대통령이 결국 대통령직을 사임하지 않습니까? 그런 어떻게 보면 추세 전망도 미국 문서에 담겨 있었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게 확산될 수 있다?
A. 예, 맞습니다.
Q. 2.28 민주운동,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이렇게 민주화 운동의 효시가 됐기 때문일 텐데요, 그렇죠?
A. 네, 맞습니다. 2.28 민주운동은 1960년 2월 28일 대구의 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돼서 일어난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입니다.
2.28에서 시작된 학생 시위가 3.15를 거쳐서 4.19 혁명에 이르렀고 4월 26일 이승만이 하야함으로써 일단락이 되는데요.
이 두 달간의 기간을 통칭 4월 혁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4월 혁명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시민혁명의 경험을 국민들에게 하게 해 준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이 위대한 사건의 출발이 바로 2.28 민주운동이었던 것이죠. 따라서 대구가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발상지다, 이렇게 얘기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Q.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은 6.25 한국전쟁 이후에 남한에 세워졌던 단독 정부의 초대 대통령인데, 이게 한국전쟁 직후여서 미국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을 텐데 2.28이라든가 3.15 마산의거 그리고 4.19 혁명 등과 관련해서 당시에 어떤 비사 같은 것도 있습니까?
A. 60년 4월 26일 이승만이 하야하기 전에 송요찬 계엄사령관하고 매카나기 미국 대사를 연이어서 만납니다.
매카나기 대사는 한 30년 동안 아시아 지역에서만 근무한 전문적인 직업 외교관이었는데요.
좀처럼 자신의 개인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매카나기는 시위가 본격화하는 4월 19일 이후에 한 세 차례 정도 이승만을 만나서 미국의 입장을 전달했는데요. 매카나기와의 면담이 이승만의 하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당시의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이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발견된 문서 중에서 미 8군 일일 정보 보고서는 그 당시의 영자 신문인 코리아 타임즈나 아니면 미국 쪽 언론인 보이스 오브 어메리카 또는 스타스 앤 스타라이프 같은 국내외 언론을 인용해서 작성을 했지만 매카나기 보고서는 오로지 미국 대사관의 판단에 따라 작성된 보고서입니다.
그래서 매카나기 대사가 이승만의 하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 그리고 이런 것들을 볼 때는 미 8군 보고서보다는 매카나기 보고서가 좀 더 비중이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Q. 이번에 2.28 공식 문서 발견을 계기로 2.28이 제대로 시민들에게,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될 텐데 사실은 지역 언론들도 매년 이 시기 좀 보도를 합니다만 잘 모르고 있다, 이런 게 참 아쉬운 점이거든요?
A. 네 맞습니다. 2.28 민주운동은 권위주의 정권 30년 동안에 입 밖에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그동안 잊혀진 민주화 운동이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는데요. 지난 2000년에 2.28 민주운동 기념사업회가 만들어지면서 역사적 의미를 찾는 작업이 본격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Q. 그러니까 4.19혁명이라든가 5.18 광주민주화 운동에 비해서 조금 소외돼 있는 2.28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라든가 의미 내용 전달하는 일, 더 적극적으로 또 하셔야 되겠네요?
A. 네 맞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매카나기 보고서하고 미 8군 보고서는 경북대학교 영문학과 김노수 교수가 번역과 분석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김 교수께서 미국이 본 2.28 민주운동이라는 제목의 논문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미국 쪽 자료인 매카나기 보고서에 이어서 유럽과 일본의, 일본 쪽에 2.28 관련 기록들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저희들은 보고 있고요. 앞으로 발굴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2.28 민주운동, 정말 정부 수립 이후 첫 민주화 운동, 민주화의 효시라고 볼 수 있을 텐데 대구 시민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역사적인 사건임이 분명합니다. 시민들에게 마지막으로 좀 전하실 말씀 있으실까요? 지금 시민주간이기도 한데요?
A. 우리나라에는 법적 지위를 가진 민주화 운동이 7개가 있습니다, 2.28을 포함해서. 이 7개의 민주화 운동 모두 시위 참가자 대부분이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시위 지도부의 일부분은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도 계셨지만 학생, 넥타이 부대, 택시 기사, 이런 분들이 평소에는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대거 참여하고 투쟁했기 때문에 역사를 바꾼 민주화 운동이 성립할 수 있었는데요.
그 평범한 시민들이 승산이 있어서 싸운 게 아니라 싸워야 했기 때문에 싸운, 한마디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 하는 정신이 바로 2.28 정신이고 민주화 운동의 정신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2.28 민주운동 기념사업회 백재호 기획홍보국장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