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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한 기억을 수집하다···'가까이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 주변부의 삶

◀앵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낡은 거울과 때 묻은 장판들이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런 소재를 바탕으로 가까이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삶, 소외된 계층의 이야기와 애환 등을 가득 채운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우리네 일상을 담아내 더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박재형 기자가 소개해 드립니다.

◀박재형 기자▶
'숨이 찬다' '버텨 봐야죠' '그런 날이 언제?' 

빔프로젝트를 쏴 거울에 비친 글자들입니다.  거울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20년 운영한 치킨집을 폐업한 사장, 일감이 없어 생계에 허덕이는 외국인 노동자 등 아픈 현실이 녹아 있습니다.  활 도구인 거울은 존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정정화/거울 기증자
"친정 언니한테 결혼할 때 선물 받았던 거울이라서, 거울이 작품에 사용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거울이 어떻게 해석되고 어떻게 꾸며졌을까 굉장히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최원규 작가는 8개월 동안 대구 시민들의 거울 150개를 수집해 그 거울에 얽힌 스토리를 환영처럼 띄웠습니다.

전시장 한쪽을 가득 채운 방바닥의 장판. 이 바닥재 위에서 숨 쉬고, 먹고, 잤던 이들의 삶이 한 자, 한 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작가는 대구 경상감영공원, 달성공원, 2·28 기념공원 등지에서 60대 이상 노인 50명을 인터뷰하고 낡은 장판을 모았습니다.

폐지 줍는 노인, 삶의 황혼을 맞은 은퇴자,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70대 어르신처럼 주변부의 다양한 삶도 우리 곁에 엄연히 존재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인터뷰▶최원규 작가
"내가 잊고 있었던 것들이 어떤 것인지,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주변의 삶들에 대해서 조금 더 애정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써 외면하고 싶은 현실, 그러나 대구의 현재를 있게 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어쩌면 가까이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그들의 삶일지도 모릅니다. MBC 뉴스 박재형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

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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