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2022년 6월 '9유로 티켓'을 석 달 동안 한시적으로 도입했습니다. 한 달에 9유로를 내면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독일의 근거리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였습니다. 시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독일은 2023년 5월 '49유로 티켓'을 도입했습니다. 한 달에 49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한 달에 7만 원 정도를 내면 독일 전국 근거리 대중교통 수단인 기차, 버스, 전차뿐 아니라 일부 구간 페리 이등석까지 무제한 이용할 수 있습니다(고속/초고속 열차는 제외됩니다). 현재 독일 베를린 시내만 이용할 수 있는 공공교통 한 달 정기 이용권은 91유로인데요, 전국을 다닐 수 있으면서 이 가격의 절반에 불과하니 이 티켓을 사기 위한 티켓 구매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독일은 왜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확대하고 있는지, 대구MBC 시사 라디오 방송 '여론현장' 김혜숙 앵커가 독일 고영인 통신원에게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어봤습니다.
Q. 오늘 월드 리포트는 독일 연결할 텐데요. 새로운 현지 통신원, 베를린의 고영인 님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십니까?
A. 네, 안녕하세요.
Q. 반갑습니다. 청취자분들께 인사부터 해 주실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20년 동안 한국에서 고등학교 독일어 교사였습니다.
하지만 2013년부터는 독일 고등학교, 김나지움에서 독일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한국어 교사 고영인입니다. 대구mbc 여론 현장 청취자분들께 이렇게 독일 소식을 알려드리게 되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Q. 한국어 교사하셔서 그런지 아나운서만큼이나 발음 좋으시고 장음도 잘 지키시네요, 한국. 오늘 본론부터 들어가 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고요.
독일의 9유로 티켓 저희가 다룬 적이 있거든요. 이게 좀 더 확대됐어요?
A. 네, 맞습니다. 9유로 티켓은 2022년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3달 동안 한시적으로 도입되었던 독일의 교통 티켓입니다. 9유로 티켓으로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독일의 근거리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9유로 티켓에 이어 후속 정책으로 바로 2023년 5월 1일부터 3년간 한 달에 49유로를 내면 독일의 고속/초고속 열차를 제외한 독일 전국 근거리 대중교통인 전철, 기차, 버스, 전차뿐만 아니라 일부 구간 페리까지 이등석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Deutschland ticket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오늘 저는 이 독일 49유로 티켓에 관해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Q. 대중교통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정말 유용한 소식인데, 월 49유로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 많이들 사셨나요? 사셨겠어요? 인기가 많다고 들었는데?
A. 맞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지난 5월 1일 독일 교통회사연합에 따르면 49유로 티켓은 판매 첫날부터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티켓 구매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독일 철도 서버는 오전 10시부터 다운돼서 오후 6시까지 접속이 지연되었습니다. 독일 철도는 이에 따라 "현재 너무 많은 이용객이 동시에 티켓 구매 시스템으로 접속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시도해 달라"고 계속 공지하였었습니다.
이렇게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티켓 구매를 할 것이라는 것을 독일 철도는 사전에 이미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몰린 300만 명 중에서 정기권을 사용하지 않았던 신규 고객은 75만 명이었고, 기존 지자체별 평균 72유로의 월정액권을 사용한 1,130만 명이 49유로 티켓으로 갈아타고 560만 명의 신규 고객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었습니다.
저도 사실은 4월 31일 밤 10시경에 모바일 독일 철도 앱으로 49유로 독일 티켓을 구매하려고 했었는데요. 완전히 접속이 안 돼서 애를 먹다가 5월 1일 자정이 훨씬 넘어서 1시경에 겨우 구매를 할 수 있었습니다.
Q. 대중교통 이용이 정말 활발해지겠습니다. 이렇게 독일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이유가 있죠?
A. 네, 두 가지 아주 큰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가장 큰 이유는 환경 보호입니다. 독일 49유로 티켓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들로 하여금 자동차보다는 친환경적인 대중교통으로 갈아타게 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의도로 도입되었습니다. 2022년 6월~8월에 시범 도입된 9유로 티켓이 5,200만 장이나 팔리면서 자동차 통행량을 10%나 줄이고 온실가스를 180만 톤 절감 효과를 내자 이를 정식으로 도입한 것입니다.
2022년 9유로 티켓을 시행했던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80톤이 줄었다고 추산했습니다.
Q. 180만 톤이요?
A. 180톤이요. 180톤이 줄었다고 추산했고요. 따라서 49유로 티켓도 환경보호라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경제적으로도 시민들에게 지원, 아무래도 물가가 높다 보니까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A. 네, 맞습니다. 두 번째는 경제적인 이득입니다. 베를린 시내만 이용할 수 있는 공공교통 한 달 정기 이용권은 현재 91유로입니다. 그러니까 반 가격으로 베를린 안에서만 다닐 수 있는 게 아니고 독일 전역을 다닐 수 있고요. 전국의 근거리 교통망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추가로 얻게 됩니다.
그리고 독일 정부가 이 티켓을 발행한 이유부터가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서민을 지원하기 위해서인데요. 독일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7.2%나 상승했습니다.
저도 요즘에 물건을 살 때마다 물가가 많이 오른 것을 매번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통비를 줄이고 물가 부담을 덜어주고 이를 통해 소비 심리를 자극하여 소비 촉진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바로 정부의 의도입니다.
Q. 이렇게 대중교통, 버스, 철도 다 이용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도시철도 노동자들 지금 파업하고 있네요?
A. 네, 맞습니다. 지금 독일 철도와 독일 철도교통노동조합은 지난 5월 13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노동법원에서 쟁의 조정 절차를 돌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 철도교통노동조합이 지난 5월 14일 오후 10시부터 16일 자정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50시간 동안의 경고 파업은 일단 철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 너무 다행이네요. 파업을 이렇게 예고했던 이유는 뭐였어요? 마지막 질문드려야 할 것 같네요.
A. 예고했던 이유는 독일 철도교통노동조합은 지난 2월부터 독일 철도를 비롯해서 50개의 철도 회사와 산업별 임금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산업별 임금 협상을 적용받는 대상은 20만 명으로 이 중 18만 명은 독일 철도 소속입니다.
Q. 어쨌든 임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겠습니다.
오늘은 첫날이었는데 여기까지 하고요. 또 조만간 연결 드리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