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면식도 없는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원룸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성폭행을 시도하고, 이를 제지하던 여성의 남자친구까지 살해하려 한 20대 배달 기사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50년이 선고됐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보다 월등히 높고, 살인 미수 사건에서 선고받을 수 있는 최대치의 형량인데요, 그만큼 이번 사건이 끔찍하고 참혹했던 데다,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아직도 당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재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5월 13일 밤 11시쯤 20대 배달 기사가 대구 시내의 한 원룸으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뒤따라갔습니다.
이 남성은 배달하러 온 것처럼 행세하면서 여성이 집 현관문을 열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을 시도했습니다.
여성이 저항하자, 흉기를 휘둘러 동맥 파열 등 전치 24주 이상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차를 주차하고 뒤늦게 들어온 남자친구는 이를 제지하다가 흉기에 마구 찔려 생사를 넘나들었습니다.
◀피해 남성▶
"이성을 잃어버린 거죠, 그 상황에서. 여자 친구가 칼이 있다는 소리를 했는데, 집에는 진압할 수 있는 물건도 없었고···"
중환자실에서 과다출혈로 2~3차례나 심정지가 발생해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다가 40여 일 만에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인지 행동장애와 불면증 등으로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구지법 형사 11부 이종길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 및 살인 미수 등의 혐의로 배달 기사에게 징역 50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30년보다 이례적으로 높습니다.
이 판사는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인 집에서 생면부지의 피고인으로부터 끔찍한 피해를 입었다"라며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범행 4일 전부터 인터넷에 성폭행 사건들을 검색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흉기를 미리 구입하는 등 계획적이고 치밀함도 중형 선고의 이유입니다.
◀주우현 대구지방법원 공보판사▶
"(살인) 미수 범죄에 해당하여 최장 50년에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사안에서 범위 내에서 가능한 가장 무거운 형을 당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
남자친구는 예전처럼 힘을 쓸 수 없는 상황, 하지만 환경미화원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피해 여성도 심리 상담을 받으며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피해 남성▶
(앞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지 않습니까?) "깨끗한 세상에 그런 범죄자가 있는지 상상도 못 했고, 그런 범죄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심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이들은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치료비 부담으로 너무나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MBC 뉴스 박재형입니다. (영상취재 윤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