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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더투데이] 1986년 대구 수성구 아파트 370만 원···전셋값은 450만 원?

전국에서 전세 사기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구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집값 하락으로 집값이 전셋값에 가까워지거나 오히려 집값이 전셋값보다 더 떨어지는 '깡통 전세' 문제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최근에만 일어난 건 아닙니다. 1986년 대구 수성구의 36.3평방미터 아파트 가격은 370만 원이었지만, 이 아파트 전셋값은 450만 원으로 아파트 가격보다 80만 원이 더 비쌌다고 합니다. 집값보다 전셋값이 더 비쌌지만 어떤 아파트 단지는 주민 70~80% 정도가 전세를 살았다고 합니다. 지금 같은 문제 역시 잇따라 발생했는데요, 1986년 9월 7일 대구MBC 정재진 기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기자 (1986년)▶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한 중급 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에는 3백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마는, 전체 입주자 가운데 20%가 이 아파트를 분양을 받고 있고, 나머지 80%는 전세를 들어서 살고 있습니다. 전세를 들어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입주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자가용 차를 갖고 있어서, 저녁으로는 주차할 자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아파트를 살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전세를 들어서 살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집을 마련하는데 많은 돈을 투자하느니, 그 돈을 다른 곳으로 활용을 해서 우리 생활에 좀 더 유익하게 쓸 수 있고, 또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돌리면 좀 더 경제적이고, 또 저축도 많이 할 수 있고,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이 아파트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여기는 대구시 황금동에 있는 주택공사 아파트입니다마는, 서민용인 이 아파트는 최근에 일고 있는 전세 추세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곳입니다. 36.3평방미터짜리 소규모 아파트를 사들이는 데는 370만 원이면 되지만, 전세를 들어가려면 사는 것보다 오히려 80만 원을 더 얹어야만 합니다. 성당동 주공 아파트의 경우도 비슷해서, 50평방미터짜리가 거래 가격은 650만 원이지만, 전셋값은 100만 원이 더 많은 750만 원까지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전셋값이 사는 값보다 더 비싼데도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전셋집을 찾고 있어서 전셋집은 구하기가 어렵고 값만 오르고 있습니다.

"20평 미만 서민 아파트의 경우, 전세 입주자의 수가 전체의 30% 내지 40%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입주 연도가 가장 오래된 황금동에 있는 주공 아파트의 경우에는 전세 입주자가 전체의 70%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금 대구의 부동산 경기가 지난 78년 이후 계속 불황을 깨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주택을 매입하는 것보다도 자기가 원하는 시기에 팔 수 있고, 세 부담도 적은 전세 입주를 많이 선택하고 있습니다"

전셋값이 비싼데도 전세를 들려는 추세가 늘어나게 되자 이를 이용한 사기 사건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사건 때문에 전세 든 돈을 모두 날리고 아파트를 비워준 채 거리로 쫓겨나서 갈 곳을 잃게 된 대구시 황금동 주공 아파트에 있는 한 입주자의 살림살이입니다. 전셋값이 사는 값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한 이와 같은 사기 사건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사기로 인한 피해자는 줄어들 수가 없을 것입니다.

"시중 전세 금액이 분양 입주금보다 다소 상회하기 때문에 앞으로 다소 늘어날 전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전세 계약 시 유의 사항으로 대구시와 협조해서 8월 반상회에 상세히 안내해 드린 바가 있습니다만, 전세 주택에 계약자 및 소유권을 확인하시는 것, 두 번째로 월부금 체납 및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지, 또한 압류라든가 법적 하자가 있는지의 유무를 확인하시고, 세 번째로는 당초 계약자가 부금 등 체납금을 월부금을 낼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아파트를 구입하지 않고 전세로 입주를 하거나 전세를 든 사람이 다시 전세를 놓는 소위 전전세로 인해서 황금동 주공 아파트의 경우 융자금이 연체되고 있는 것만도 전체의 55%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추세 때문에 입주자들의 피해는 물론이고 주택 업계도 자금 회전이 잘되지 않아서 새로운 주택 공급 사업에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는 지난 78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침체한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는 올가을부터 부동산 경기가 서서히 되살아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세 추세도 다소 수그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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