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동대구역 앞에 우뚝 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근거로 세워졌는데, 시민 단체가 이 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며 대구 시민 만 4천여 명 서명을 받았습니다.
곧 폐지 조례안을 청구할 예정인데요. 이번 주민 조례안 의미와 앞으로의 절차, 변예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꾹꾹 눌러쓴 이름 석 자, 책상 위 서류가 가득합니다.
박정희 동상 건립의 근거가 된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에 관한 조례 폐지에 동의한 대구 시민들입니다.
시민단체는 이번 시민들의 서명을 바탕으로 폐지 조례안을 청구합니다.
폐지 조례안에는 박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가 기념할 인물이 아니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1월 13일 정오 기준, 온라인에서는 만 4천여 명이 조례 폐지안에 뜻을 함께했습니다.
조례 청구에 필요한 서명 수, 만 3천여 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필요한 서명 수를 채운 건 2011년 '대구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 조례 이후 처음입니다.
◀강우진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에 관한 조례안 통과에 대한) 공청회라든지 시민사회의 요구를 반영하는 절차적인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한 것이 아니고요. 그래서 박정희 동상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그런 여러 가지 계기들이 마련되지 않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의 요구는 항상 존재한다는 거죠."
특히 2030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졌습니다.
◀김선미 대구 시민▶
"(지원 조례안이) 재검토가 되고 사람들이 이렇게 반대하는 의견이 뭔지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소통을 통해서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서명에 동참을 하게 됐습니다."
SNS를 통해 대구시에서 독재자를 우상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임성종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우리 청년들에 의해서 그 보수는 균열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고 그 균열의 시발점이 바로 박정희라는 대구·경북에서 반신반인의 경지에 있는 사람에 대한 동상 반대 의견이 주민 조례로 청구될 수 있는 그런 힘으로 발휘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는 1월 15일, 대구시의회에 청구인 명부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의회 문턱을 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 기념 사업 조례를 만들 때, 시의원 32명 중 31명이 찬성했기 때문입니다.
남은 절차도 순조롭지 않습니다.
대구시의회는 청구인 명부를 공고한 뒤, 폐지안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습니다.
폐지안 수리 여부는 운영위원회에서 심사하는데, 이의신청이 끝난 후 3개월 안에 결정해야 합니다.
폐지안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의장 명의로 발의해야 하고 최종 심의와 의결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주민 조례가 청구된 만큼, 시민의 목소리를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MBC 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 그래픽 한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