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2월 5일 밤 경북 영주에서 전기차가 건물을 들이받은 뒤 불이 나, 운전자가 숨졌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문제는 급증하는 전기차 수에 비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김경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 영주시 하망동의 한 상가 거리.
택시 한 대가 내리막길을 무서운 속도로 달리더니 가게 건물을 정면으로 들이박습니다.
차체 아래쪽에서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차량 전체가 불길에 휩싸입니다.
인근 주민들이 뛰쳐나와 소화기로 불을 꺼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사고가 난 현장입니다. 검게 그을린 자동차 파편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요. 주민들이 불을 끄던 소화기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줍니다."
◀ 박충원 피해 가게 주인▶
"(소화기로 해도 안 꺼지던가요?) 안 꺼져요. 소화기 열몇 개를 썼거든. 아무리 부어도 또다시 올라오고, 다시 올라오고 이러니까 사람 꺼내려고 문손잡이를 따니까 아예 말을 안 듣고…"
이 사고로 손님을 태우러 가던 70대 택시 기사 1명이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특히 사고 차량은 국산 전기차였는데, 소방대원 40여 명이 불길을 잡기까지 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전윤구 목격자▶
"레커차가 와서 아예 차체를 들어 올려서 밑에 배터리 있는 쪽에 계속 물을 붓더라고. 저희도 놀랐어요. 여기 주위 사람들 다 '아, 전기차가 저렇게 무섭구나' 하는 걸 처음 봤어요."
물로도 충분히 진압할 수 있는 일반 자동차 화재와 달리, 전기자동차는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면 1천 도가 넘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 물로만 끄려면 통상 7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임상복 영주소방서 대응 1팀장▶
"(전기차는) 충격에 의해서 화학반응이 일어나면 가연성 가스와 산소가 같이 발생해요. 그러니까 폼(액)을 덮어도 내부에서 발생하는 산소가 있기 때문에 불이 쉽게 꺼지지 않아요."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배터리 부분을 물에 잠기도록 하는 건데, 이 작업에 필요한 '이동형 수조'가 사고가 난 경북 지역에는 단 한 개도 없습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기차 등록 수는 23만여 대.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에 무려 4배 이상 급증했지만,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관심은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