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2.3 내란으로 혼란스러운 연말, 대구경북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상 지키라며 시 공무원을 불침번 세우는 게 맞냐는 비판도 나오고, 동상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손은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논란 속에 세워진 동대구역 광장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기념 촬영하는 어르신들 사이로 한 청년이 다가가더니 A4용지 한 장을 동상 바닥에 붙입니다.
'불법 계엄의 원조 박정희', '당장 철거해'라고 적혔습니다.
이내 고성이 오가고 험한 말도 나옵니다.
◀현장음▶
"사진 찍으려고 하는데 이러고 있어!"
친구 만나러 대구에 온 청년이 박 전 대통령 동상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해 벌어진 일입니다.
◀박태훈 서울▶
"최근에 비상계엄 터지고 나서 원조잖아요 사실··· 이렇게 목 좋은 데 이렇게 있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 모습은 사방에 설치된 CCTV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앞서 동상 설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표지석에 비판 글을 쓴 일도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누가 동상을 훼손할까 봐 감시하는 겁니다.
저녁 6시가 되면 3명이 한 조를 이룬 대구시 공무원들이 나와 보초를 섭니다.
차에 탄 채로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동상을 지켜보는 식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공물을 지키는 게 시청의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공무원단체는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했고.
◀장재형 대구시 새공무원노조위원장▶
"6억짜리 동상 하나 지키자고 날밤을 꼬박 새우면서 불침번 보초를 서게 하는··· 지금이라도 홍준표 시장은 (불침번 지시를) 즉시 철회시켜야···"
부당한 업무 지시가 계속되면 시위라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또 다른 동상이 있는 영남대에서는 동문회장이 별안간 집과 차량,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당했습니다.
지난달 영남대 민주동문회가 교내 박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한 게 이유가 됐습니다.
계란과 밀가루를 뿌리고 동상을 천막으로 덮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경찰은 '기자회견을 가장한 불법 집회'라고 보고 동문회장을 집시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이형근 영남대 민주동문회장▶
"이것을 불법 집회로 마치 소설 쓰듯이 만들어서··· 너무나도 타당한 이야기를 기자회견으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압수수색을···"
경찰은 적법절차에 따라 최소한의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동문들은 수사기관의 과도한 표적 수사라며 반발했습니다.
대구시청 앞에서는 박 전 대통령 동상을 두고 연일 시민단체의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계엄을 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된 시민들은 계엄을 네 번 내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과 함께 새해를 맞게 됐습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