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은 범인이 비상문을 연 사실도 모르고 방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 언론은 승무원이 비행기가 이동 중일 때 비상문을 온몸으로 막은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취재해보니 사실과 달랐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문제의 사진은 바퀴가 고임목으로 고정돼 있는 등 여객기가 이동을 멈춘 뒤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변예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5월 28일 한 언론사의 첫 보도로 많은 언론사가 기사와 함께 실은 사진입니다.
비상문이 열린 곳에 한 승무원이 팔을 벌리고 출구 쪽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사진을 근거로 착륙하기 직전이나 착륙해서 완전히 멈추기 전, 온몸으로 추가 피해를 막았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애초 활주로에서 이동하는 중 촬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이제 완전히 비행기가 멈출 때까지 그 뒤부터 멈출 때까지 그렇게 승무원이 막고 있었다."
하지만 승무원들과 함께 피의자가 비행기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은 승객 권근환 씨가 비행기가 달리던 중 기내에서 촬영한 사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안전 바는 내려와 있지만 누구도 문 앞에 서 있지 않습니다.
또한 누군가 멀리서 촬영한 이 사진에는 승무원 외에 누구도 보이지 않습니다.
대구문화방송 취재진이 다시 확인하자 아시아나항공 측도 이런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그런데 약간 (기사) 쓰신 분 중에는 기사 중에는 비행 중에 착륙 전에 그렇게 했다고 나오는데 정확한 거는 착륙한 후에 뛰어내리려는 손님을 막고 난 뒤에 그 뒤에 이루어진 일이에요."
그러면 이 사진은 정확히 언제 촬영한 것일까?
경찰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피의자가 비행기 밖으로 떨어지려고 한 시각은 착륙한 낮 12시 39분이고, 탑승교와 연결된 시각은 12시 45분입니다.
승객들은 12시 50분부터 비행기에서 내렸습니다.
12시 44분쯤 자기 자리로 돌아온 권근환 씨도 승무원이 서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권근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탑승객▶
"그분의 얼굴은 기억나요. 그 승무원 보니까 마스크 낀, 하얀색 마스크 꼈었죠. 그 여자 승무원은 기억을 합니다. 근데 그 승무원이 거기에 서 있었던 걸 기억하지 못하고…"
취재진은 취재 끝에 비상구뿐만 아니라 여객기 옆 모습이 함께 찍힌 사진을 확보했습니다.
바퀴는 고임목으로 고정돼 있고 공항 관계자도 비행기 바로 아래 서 있습니다.
적어도 비행기가 완전히 멈춰 서 있는 상태에서 촬영한 것이 명백합니다.
더구나 활주로를 이동하는 비행기에 있는 승무원의 모습을 먼 거리에서 촬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구공항 관계자▶
"(사진 출처가) 대구공항 관계자라고 했는데 어떤 루트를 통해서 갔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시아나항공도 대구공항 관계자인 거잖아요. 다른 항공사일 수도 있고 아시아나항공일 수도 있고…"
누군가 특정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사진 일부만 제공한 건 아닌지 최초 보도한 언론사에 물어봤습니다.
◀첫 보도 언론사 기자▶
"저희는 다른 분을 통해서 받아서 그분이 자기 신상이나 이런 것을 절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을 하셔서 제보자께서 그렇게 말씀을 전해주셔 가지고…"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뉴스가 퍼져나가면서 부실한 조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MBC 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