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정부가 다음 주 입법 예고했습니다.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만성 과로 일터'가 보편화되고 산업재해도 크게 늘 거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최대 근로 시간이 일주일에 69시간까지 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경우에 따라 주 80시간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취재기자와 이 문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손은민 기자, 현행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잖아요?
이게 얼마나 늘어날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현행 근로기준법은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만 일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와 사용자가 합의하면, 일주일에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습니다.
연장 근로까지 합해서 주 52시간제인 겁니다.
정부는 일주일 단위로 제한하던 연장근로를 한 달이나 분기, 최대 1년 단위로 몰아 쓸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바꾸려 합니다.
일주일에 12시간 가능한 연장근로를 한 달 단위로 관리해서, 한 달에 52시간 범위 안에서 더 일하는 겁니다.
하루 11시간 휴식 보장하고 주 6일 일하면 주 69시간까지 일하게 됩니다.
정부는 극단적으로 해석이라고 했지만, 현장의 노동자들 목소리는 다릅니다.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이창률 씨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창률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앉지도 못하고, 기대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서서, 걸어 다니면서 집품을 하고 포장 작업을 해야 합니다. 화장실도 자주 가면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으로 노동 강도가 높고 휴식 시간이 부족한 (일터에서) 노동시간이 집중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더없이 위험한 노동 환경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과로로 아프고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더 길게 일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앵커▶
몰아서 일하는 단위를 한 달보다 더 길게 잡으면 계산상으로는 주 80시간 넘게 일하게 될 수도 있겠네요.
◀기자▶
민주노총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연장근로를 한 달이 아닌 3개월 단위로 적용하면 한 주에 83시간씩 3주 동안 휴일 없이 일할 수도 있습니다.
3개월 동안 140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개월, 1년 단위로 연장근로를 쓰면 더 오래 길게 일할 수 있는데요.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산재 인정 기준을 보면 12주 평균 주당 60시간 일하거나 4주 평균 주당 64시간 이상 일할 경우 '만성 과로'로 보고요.
또 심장이나 뇌 질환 발병 직전 일주일 동안 근무 시간이 이전 12주 평균보다 30% 이상 늘었을 때는 '단기 과로'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업무상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업무 환경을 스스로 가능하게 한다는 비판이 큽니다.
김세종 노무사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세종 노무사▶
"갑작스럽게 집중 장시간 노동을 하면 상당하게 뇌 심혈관 질환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거든요.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산업재해를 촉발하는 개정안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게 하겠다는 근무 환경.
이미 과로 사회인 지금, 초과 근무를 더 조장하고 일하는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