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반도체 대란으로 차량 출고가 몇 달 혹은 해를 넘길 정도로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차량 제조사들이 차 연식이 바뀌었다며 소비자들이 원하지도 않는 옵션 비용을 떠넘기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봤더니,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차량 매매약관이 문제였습니다.
양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구에 사는 노 모 씨는 2021년 12월 2021년식 현대자동차 GV70 차량을 계약했습니다.
4개월 뒤면 차량이 나온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 그러다 지난 4일, 대리점에서 차량 연식이 바뀌어서 113만 원을 더 내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계약했던 색상도 아니었고, 원하지도 않는 옵션 두 개가 들어갔습니다.
◀노 모 씨 GV70 차량 계약자 ▶
"값이 올랐으면 미리 소비자에게 통보를 했어야해요. 오른 금액이 113만 원 정도 되는데 그게 반도체하고 전혀 상관이 없고, 또 제가 원하는 사양도 아니고"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면서 차량 제작이 늦어지는 사이 연식 변경으로 찻값이 올랐다는 건데, 대부분 제조사가 작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50만 원 안팎의 비용을 소비자에게 더 부담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현대자동차 대리점 관계자▶
"고객님 입장에서는 저도 이해하는데 회사 측에서는 모르겠습니다."
소비자단체들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배짱 영업할 수 있는 건 공정위가 시대에 맞지 않는 자동차 매매약관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가격·옵션 변동의 내용만 통지하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조라는 겁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
"그게 2008년도에 만들어진 공정위 표준약관이거든요. 연식 변경에 따른 피해가 발생한다든가 이런 부분은 크게 문제가 안 됐던 거죠. 그 당시에는."
소비자단체는 신차 출고 지연 사태가 장기화하는 만큼 공정위가 서둘러 매매약관을 개정하고 기업들에게 철저한 이행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MBC 뉴스 양관희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김종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