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구MBC NEWS대구MBC 정치들어보니행정지역

[들어보니] 의원님들은 해외연수 중 | 빅벙커


2018년 말, 예천군의회의 가이드 폭행과 접대부 요구 등의 추태가 알려지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웠고 비판적인 시각이 커졌습니다. 그러면서 각 의회에 공무 국외 출장에 관한 조례나 규칙이 생겼고 심사도 이전보다 강화됐습니다. 코로나 19 여파로 3년 동안 멈춰져 있던 해외연수는2022년 7월 지방의회가 개원하면서 전국적으로 하나둘 다시 시작됐습니다.


최근 5년간 대구시·부산시 의회 해외연수 33회···4억 8천만 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대구와 부산시의회에서 간 해외연수는 33회였습니다. 의원 119명이 약 4억 8천만 원을 썼습니다. 대구와 부산 기초의회의 해외연수 횟수는 63회, 의원으로는 313명, 집행액은 약 15억 원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5년 동안 총 99회에 걸쳐 의원 432명이 약 20억 원으로 해외연수를 간 겁니다. 의원 1명당 평균 약 464만 원이 들었는데요, 이건 100% 시민들이 낸 세금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구와 부산을 나눠서 보면 대구에서 가장 많이 해외연수를 간 곳은 대구시의회인데요, 22번 갔습니다. 부산은 부산시의회가 제일 많이 갔는데요, 해외연수를 11번 갔어요. 대구와 부산을 합쳐서 보면 대구시의회가 가장 많이 해외연수를 갔습니다. 반대로 5년 동안 한 번도 해외연수를 가지 않은 의회가 있는데요, 부산 강서구입니다"

부산 강서구의회 해외연수 5년 동안 0회···부산 연제구의회는 6회
기초의회의 경우 부산 강서구처럼 아예 안 간 곳도 있지만, 부산 연제구는 6번 갔습니다. 시의회랑 기초의회는 규모 차이가 있다고 해도 대구든 부산이든 시의회가 확실히 많이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대구시의회는 최근 5년 동안 2021년을 제외하면 매년 해외연수를 떠났습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대구시의회는 대구와 부산을 통틀어서 2020년에 유일하게 해외연수를 갔는데요, 대구시의원 24명이 대구 관광 활성화,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 이런 목적으로 미국, 캐나다, 스페인, 프랑스 등으로 갔었고 여기에 약 8,116만 원이 쓰였습니다. 그때가 국내에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요, 당시 대구 지역에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시민들이 우려하는 상황에 꼭 강행해야 했느냐, 취소할 시간이 충분했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어요"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2021년에는 코로나 19로 어느 의회도 해외연수를 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산 사하구의회는 특이하게 대구와 부산에서 유일하게 해외연수를 갔어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 정보 수집도 하고 홍보도 하겠다는 목적으로 두바이를 갔는데요. 보고서를 보면 각 나라 홍보관에 가서 둘러본 게 다예요. 가서 한 질문도 2030 엑스포 유치 경쟁 현황은 뭐냐? 이 정도였습니다"

해외연수의 취지가 다른 나라에는 어떤 좋은 정책이 있는지, 가서 보고 견문도 넓히고 좋은 정책을 배워서 우리 동네를 더 좋게 만들자는 것일 겁니다. 그렇다면 어느 나라에 가서 좋은 정책들을 배워오고 있을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구와 부산 의원들이 가장 많이 간 나라 1위는 19번 방문한 일본이고요, 2위는 15번 방문한 싱가포르, 3위는 독일로 13번, 공동 4위는 호주와 말레이시아로 각각 9번 방문했습니다"


2022년 말부터 해외연수 다시 집중···대구에서는 대구시의회 '유일'
몇 년 동안 코로나 19로 해외연수가 뜸하다가 2022년 말 다시 해외연수가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도에도 대구에서는 대구시의회가 유일하게 해외연수를 갔고 대구 기초의회에서는 가지 않았습니다. 부산에서는 부산시의회와 기초의회 9곳이 갔고, 부산 남구, 동구, 수영구, 금정구, 강서구, 사상구, 동래구의회가 해외연수를 가지 않고 예산을 반납했습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해외연수를 안 간 곳에 왜 안 갔는지 물어봤는데, 코로나 19 상황도 있고 또 의원들 임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업무 적응하기도 힘들어서 다녀오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부산 수영구와 동구의회는 계획은 했는데 10.29 참사 애도를 위해 해외연수를 취소했습니다"

'예천군의회 사태' 이후 해외연수 절차 보완됐지만···
좋은 목적으로 시작한 해외연수, 하지만 해마다 비판이 끊이지 않는 건 세금이 쓰인 만큼 과정이라든지 그 결과가 시민들에게 만족스러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동네 의원들이 어디에 가서 뭘 했고 뭘 배워왔는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건지 시민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천용길 뉴스민 기자 "예천군의회 사태 이후에 예전보다는 절차가 보완됐어요. 연수를 가기 전에 의원들은 계획서를 '심의위원회'에 제출해서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녀와서는 정해진 시일 내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요, 이때 심사회의록, 계획서, 보고서를 각 의회 홈페이지에 다 게시해야 합니다. 이렇게 다 올라오면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 거죠"


대구·부산 의회 중 2022년 가장 먼저 해외연수 떠난 부산 북구의회
부산 북구의회는 2022년 대구와 부산 모든 의회를 통틀어서 가장 먼저 해외연수 심사를 했는데요, 8월 말에 심사를 받았습니다. 의원 12명이 2022년 5박 8일간 핀란드와 노르웨이에 갔는데요 총 4,283만 원, 의원 한 명당 약 350만 원이 쓰였습니다. 보고서에는 '세계화 마인드 제고 및 선진 의정활동을 위한 의식 함양, 각국의 도시기반시설 및 복지, 관광, 인프라 등에 대한 현장학습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습득해 구정 정책에 적극 반영'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새로운 구성원으로 의회를 시작한 게 7월이니까 거의 한 달 만에 연수를 준비한 겁니다. 과연 북구 실정을 파악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고요, 우리 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고 지금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이런 파악이 돼야, 가서 뭘 보고 북구에 어떤 정책을 만들어야 할지 구체적인 방향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냥 경험으로, 가서 보고 오는데 4천만 원 정도 쓰인 겁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부산 북구의회 일정표를 자세히 보면요, 이동을 제외한 일정이 모두 14개입니다. 그중에서 면담을 하지 않았거나 공식 방문이 아닌 일정을 '관광성'으로 봤을 때 '관광'으로 보이는 일정이 9개입니다. 그러니까 전체 일정 중 65% 정도가 관광성 일정이에요. 물론 관광 개발을 위해서 이런 곳을 봤다고 할 수는 있겠죠. 그렇다면 거기에 가서 어떤 걸 보고 우리 동네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면 좋을지 이런 내용들을 보고서에 잘 담아야 하겠죠"

이런 부분들은 결과보고서에 얼마나 담겨 있을까요? 양으로 보면 일단 대구와 부산 해외연수 보고서 중에 최고로, 거의 160장에 달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그런데 이렇게 많이 쓴 데는 비결이 다 있더라고요. 일단 방문 국가에 대한 개요라든지 기본 사항은 인터넷에서 많이 베꼈습니다. 기본적인 정보들은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좀 의아한 부분이 있어요. 부산 북구 한 의원이 노인 주택공동체 방문 목적을 썼는데 그게 다 2021년에 진행된 '고령화 시대 미래형 시니어 주거와 삶을 논하다'라는 포럼에서 언급됐던 내용들을 그대로 가지고 온 거였어요. 그러니까 방문 목적을 베낀 거죠. 그리고 노인 주택공동체 접목 사례라고 해서 일본, 미국 등 여러 국가에 관한 내용을 썼는데 이 내용도 포럼 내용 그대로고요, 사진도 그대로 가져왔어요. 제일 심각한 건 결론 부분인데요, 어떤 고민이 필요하다, 어떤 설계 방향이 필요하다, 이런 내용을 썼는데, 누가 봐도 본인 생각 같잖아요. 그런데 이게 다 블로그와 경기도의회 부의장의 멘트를 그대로 베낀 겁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결과보고서를 보면 부산 다른 의원이 쓴 부분이 있는데요,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를 연수하면서 느낀 점은' 이렇게 시작하는데, 이건 누가 봐도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 들어갈 것 같잖아요? 그런데 이 느낀 점도 베낀 겁니다. 부산 또 다른 의원도 '연수를 마치며'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꽤 길게 썼는데요, 약 4페이지에 걸쳐 블로그 글을 그대로 베꼈습니다"

부산 북구의회의 보고서 끝부분을 보면 해외연수를 다녀온 다음에 보고회를 개최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연수 결과를 토대로 조례를 재개정한다거나 정책을 발굴한다든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목적으로 이뤄진 건데요. 북구의원과 해외연수를 심사했던 위원들, 그리고 북구청 공무원들이 참석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 자리에서 몇 의원이 발표했는데, 그중 한 의원이 '핀란드 복지체계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발표 자료가 총 6장인데, 그중 5장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기고 글을 베낀 거였어요"

해당 의원들은 "참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니냐" "표절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앞으로 부산 북구의원들이 이 연수를 토대로 어떤 정책을 내놓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구에서는 유일하게 2022년 해외연수 간 대구시의회
최근 5년 동안 대구와 부산에서 해외연수를 가장 많이 간 의회는 대구에선 대구시의회, 부산에서는 부산시의회였습니다. 대구시의회는 2022년 대구에서는 유일하게 해외연수를 갔는데요. 2022년 10월에 의원 23명이 위원회별로 나눠서 우수 정책을 발굴하겠다는 목적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에 갔고 약 5천만 원을 썼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부산 북구의회와 비슷한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는데요, 의회가 새로운 구성원으로 개원한 게 7월이잖아요. 아직 지역 현안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시의원의 70%가 해외연수를 가는 건 너무 이르지 않냐, 그리고 코로나 상황도 완전히 끝난 게 아닌데 가는 건 시기상조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컸지만 강행했습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부산시의회는 2020년에는 가지 않았지만 2022년 10월에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를 목적으로 21명의 의원, 그러니까 부산시의원의 45%가 세 그룹으로 나눠서 갔는데요. 파나마, 페루,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갔고, 여기에 1억 2천 7백만 원이 쓰였습니다. 그런데 간 곳 중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모로코는 이미 사우디를 지지 선언한 국가이거든요? 사우디가 포기하거나 1차에서 탈락하면 2차로 한국을 지지한다, 이런 약속을 받으러 간 걸까요?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가 목적이라면서 어떻게 이 나라들을 정한 건지 의문입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가 목적이었지만···
그렇다면 일정은 알찼을까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를 이유로 간 부산시의회의 경우 관광으로 보이는 일정이 다소 발견됐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특히 파나마와 페루를 간 의원들은 기관에 가서 사람 만나고 면담한 게 총 9번, 그리고 관광성 일정으로 보이는 게 똑같이 9번인데요. 파나마운하 전시관, 플로렌스 운하, 신전, 아르마스 광장, 대통령궁, 대성당, 산프란시스코 성당 등을 갔습니다. 이렇게 보면 해외연수 목적이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가 아니라 관광지 벤치마킹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거 같아요"

천용길 뉴스민 기자 "위원회별로 나눠서 해외연수를 간 대구시의회의 경우 관광지로 보이는 곳은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요. 일정표를 쭉 보니까 경제위원회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갔는데, 보고서를 아무리 봐도 방문한 기관을 몇 시에 만났는지 나와 있지 않아서 사진만 찍고 왔는데, 아니면 의원들이 이 기관에서 제대로 뭘 배우는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없어요. 대구시의회 해외연수는 심사를 받을 때도 일정에 관해 지적을 받았습니다. 관광 위주다,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일정이 있다, 이런 지적이 있었지만 그대로 다녀온 거죠. 또 이건 대구시의회나 부산시의회 공통점인데, 대부분이 하루에 일정이 하나 아니면 둘인데 그 외 시간에 뭘 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해외연수 결과보고서 들여다 봤더니···베끼기에 짜깁기에
결과 보고서는 어땠을까요? 부산시의원들이 페루에 다녀와서 쓴 결과보고서에는 '페루는 이미 한국 지지 선언을 문서로 공식화'라고 나와 있습니다.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가 목적인 해외연수인데, 이미 지지 선언한 나라를 세금을 들여서 왜 간 걸까요? 방문 성과나 시사점을 봐도 엑스포와 한국의 문화를 같이 홍보하는 방안을 강조한다 등 추상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체코로 간 부산시의원들의 보고서를 보면 이게 뭐지 싶은 게 있어요. 의회에서 해외연수를 가면 현지 기관에 있는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질문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그때 오갔던 내용들을 보고서에 적는데요, 그 내용을 다른 데서 그대로 베낀 겁니다. 코트라 홈페이지를 비롯해 2021년 양국 대통령들의 정상회담에서 나왔던 내용, 2020년부터 2022년 5월 사이에 쓰인 기사, 기관 공식 홈페이지, 블로그에서 짜깁기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로 간 의원들의 보고서 역시 주요 내용을 분석해 봤더니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기사와 두바이 관광청 블로그 내용을 가져와서 요약했습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대구시의회 보고서를 보면 다른 보고서를 베낀 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대구시의회는 의원 22명이 해외연수를 갔는데 보고서 어디를 봐도 의원들의 의견, 제안, 하다못해 소감이라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기초의회에서는 이 부분은 어떤 의원이 쓰고 이건 누가, 이렇게 표시를 하거나 연수 후기라도 쓰는데, 대구시의회 보고서는 누가 작성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대구시의회뿐만 아니라 부산시의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표절 난무한 부산 영도구의원 해외연수 결과보고서
기초의회의 경우는 어떨까요? 관광 일정과 짜깁기 보고서 작성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습니다. 부산 영도구의원 6명은 2022년 10월 말 5박 7일간 호주 시드니에 갔습니다. 의원 1인당 380만 원 예산, 총 2,373만 원이 들었습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비행시간을 제외하고 5일 동안 일정이 13개 있었어요. 면담은 4번, 나머지 일정 8개는 견학으로 다 채워져 있었는데 블루마운틴, 시드니 타워, 달링 하버,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관광지였습니다. 연수 목적이 도시재생, 생태관광이라고 하는데 과연 호주와 영도의 어떤 점이 비슷한지 의문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결과보고서도 표절이 난무했는데요, 한 의원이 쓴 4장 반 분량의 보고서 대부분은 2009년에 쓰인 다른 보고서를 그대로 베낀 거였어요. 이게 2009년 보고서다 보니까 다녀왔던 호주 기관의 데이터도 다 2006년 자료더라고요"

천용길 뉴스민 기자 "다른 의원의 경우에는 영도대교 옆 봉래동 인근에 커피 특화 거리를 조성해서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좋겠음, 이렇게 썼는데, 이미 2022년 7월에 부산시가 딱 그 자리에 커피 특화 거리를 조성한다고 밝혔거든요? 그런데 마치 호주에 가서 우리 영도구에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느낀 것처럼 썼더라고요"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이건 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는데 시드니 올림픽 파크에 가서 현지 스텝을 만나서 브리핑을 들었다며 그 내용이랑 시사점을 써놨는데, 이게 2000년에 환경운동연합과 해외 건축 관련 잡지에 기고된 내용과 2010년 대전발전연구원에서 쓴 거, 2018년 강릉시에서 쓴 결과보고서를 다 짜깁기한 겁니다"


관광 일정으로 바빴던 부산 기장군의회···보고서는 '베끼기'
부산 기장군의회의 경우 2022년 10월에 3박 5일로 의원 9명 전원이 태국 방콕으로 갔습니다. 약 1,500만 원이 쓰였는데요, 태국의 관광자원과 교통 정책을 보고 기장군에 접목 가능한 정책을 발굴하겠다는 목적이었습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태국은 지하철과 같은 MRT가 발달된 나라인데 기장군이 벤치마킹할 게 있나 싶네요. 사실 이 점은 해외연수 심사할 때도 지적됐습니다. 그리고 원래 해외연수 한 달 전에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기장군은 굉장히 늦었습니다. 10월 2일에 출국하는데 회의를 연 게 보름 전인 9월 16일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심사를 받는 게 아니라 그냥 "해외연수 갑니다" 하고 통보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일정표를 보면 기장군의원들이 굉장히 바쁜 일정을 보냈더라고요. 앞서 본 다른 의회는 대부분 하루에 일정이 하나 아니면 두 개 정도잖아요? 그런데 기장군 의원들은 태국 왕궁 갔다가 에메랄드 사원 갔다가 수상가옥 갔다가 새벽사원 갔다가 거기에 산업단지까지. 하루에 일정 5개까지도 소화했습니다. 관광 개발을 위해서 정말 바쁘게 관광지를 다닌 거죠"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는 결과 보고서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은데요. 공식 일정으로 면담을 하면 거기 관계자들에게 질문도 하고 거기서 들은 답을 보고서에 정리하거든요? 기장군의회도 아마타 시티, 태국 관광청, 방콕시 교통국, 팍크렛 시청에 가서 면담을 했는데 그때 했던 질의응답 내용이 블로그나 보도자료, 기고 글, 국토부 보도자료, 여행 관련 홈페이지, 기사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베낀 거였습니다"

부실한 해외연수 결과보고서
이렇게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결과보고서를 다른 거 베끼고 짜깁기해도 이를 점검하는 곳은 사실상 없습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심사도 그랬는데 보고서라고 해서 크게 다를까요? 지금은 대부분 심사위원회가 보고서를 의결하고 홈페이지에 올리게 되어 있는데 심사위원회가 결과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야 합니다. 제주도의회는 의원들이 제출한 결과보고서가 부실한 경우에는 정정 제출을 요구하는 규정을 뒀어요. 그리고 출장보고서를 제출할 때 별도로 정책 검토 보고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대구나 부산에는 이런 규정이 있는 곳이 한 곳도 없어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저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보고회가 필요하다고 봐요. 현재 몇몇 의회에서 결과보고회를 열긴 여는데 대상이 의원, 의회 공무원, 심의위원입니다. 거기에 시민은 빠져 있는 거죠. 시민 보고회를 열어서 예산으로 이런 곳을 갔고 이런 것들을 보고 왔다, 그래서 어떤 점을 우리 동네에 접목했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도 하고 거기에 대해 시민들의 평가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대구와 부산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보고회를 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그리고 연수를 다녀온 의원 모두가 보고서를 써야 합니다. 대구시, 부산시의회의 경우를 보면 누가 썼는지 표시도 안 돼 있는데, 알고 봤더니 다 직원들이 썼던 거였고요. 의원 수십 명이 연수를 갔는데 아무도 보고서를 안 쓴다? 과연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연수를 간 본인, 그리고 모두가 써야 합니다. 결국 정책을 제안하고 만들어가는 건 의원들이잖아요"

해외연수 사전 심사 의무화는 했지만···
해외연수를 가려면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일정도, 보고서도 부실한 해외연수는 어떻게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일정도 관광지가 대다수고, 가서 뭘 한지도 모르겠는 이런 해외연수가 다 심사를 통과했다는 거죠. 결국 의원들이 계획을 제대로 안 세웠다는 거고 사전 통제로 심사를 의무화는 했지만 제 역할을 못 하고 있고 또 다녀와서 다 베끼고 짜깁기한 보고서를 써도 아무도 확인하거나 평가를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사전 준비, 심사, 사후 평가까지 어느 과정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는 거죠"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대다수 의회에서는 의원 전원이 해외연수를 못 가게 조례나 규칙에 명시를 해놨어요. 부산 중구의회도 조례에 '특별한 사유 없이 의원 전원 또는 1명으로 국외 출장은 제한한다'고 돼 있는데도 심사에서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사유가 '단합 차원'이라는 게 중구의회의 입장입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시즌에 일본 삿포로로 갔는데 일정도 절반이 관광지 견학입니다. 결국 심사는 통과의례처럼 그냥 받는 겁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보통 해외연수 계획서를 한 달 전에 내는데, 그 정도면 어느 정도 다 예약이랑 조율이 됐다는 겁니다. 그러면 심사할 때 수정사항을 얘기해도 뭐 때문에 안된다, 취소하면 수수료 든다, 이런 이유로 수정이 안 됩니다. 적어도 3달 전에는 계획서를 내서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그리고 심사위원회 구성도 지방의회나 지역 정책에 대해서 전문성이 있는 분들로 구성해야 합니다. 온정주의라는 말이 여기서도 나오는데 서로 다 아는 사이여서 객관적인 심사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감시의 '사각지대' 국내연수
해외연수 못지않게 짚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국내연수입니다. 해외연수는 그나마 심사도 받고 보고서도 작성하는데 국내연수는 별도의 심사도 없고 보고서를 써야 하는 의무 규정도 없습니다. 국내연수는 횟수나 예산 규모도 꽤 크지만 해외연수에 가려져서 감시를 안 받고 있습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의원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의원 대상 교육을 하기도 하고요, 더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시도에 가서 다양한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겁니다. 해외연수와 비슷하죠? 다만 그 장소가 국내냐 해외냐의 차이인데, 해외연수는 1년에 한 번 가지만, 국내연수는 횟수도 잦고 인원도 많습니다"

대구·부산 의원 국내연수 최근 5년 동안 224회···14억 2천만 원
최근 5년 동안 대구와 부산 의원들은 국내연수를 총 224회 갔습니다. 의원 653명이 약 14억 2천만 원을 썼습니다. 가장 비용이 많이 든 국내연수는 2022년 김동하 전 부산시의원이 3월 25일부터 30일까지 제주도에서 특별 직무교육 연수를 받았는데 총 393만 원이 들었습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국내 연수로 어디를 많이 가는지 보니까 서울·통영이 공동 4위, 여수가 3위, 부산이 2위, 그리고 제주도가 123회로 압도적으로 1위예요. 제주도 연수 목적을 보면 대부분 '직무교육', '전문성 강화 교육', '의정 실무 특강'인데 굳이 제주도에서 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분명 가서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보고서를 써야 하지 않을까요?"

천용길 뉴스민 기자 "국내연수를 간 시기도 한번 봐야 하는데요. 2022년 6월 1일에 지방선거를 했잖아요? 그런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6월에도 부산시의회, 부산 사상구의회, 진구, 수영구, 동구, 그리고 대구 동구의회 의원들이 제주도, 보령, 포항, 강릉 등에서 연수를 열심히 했습니다. 특히 대구 중구의 한 의원은 임기 만료 이틀 전까지 제주도에서 연수를 받았어요"


대구·부산 의회 2023년 한 해 해외연수 예산 14억 원
코로나로 멈췄던 해외연수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대구시와 부산시의회, 그리고 대구와 부산의 24개 기초의회 모두 2023년 해외연수 예산을 잡았습니다. 2023년 한 해 예산만 약 14억 원입니다.

해외연수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 겁니다. 단 해외연수에 드는 비용이 세금인 만큼 그에 걸맞은 성과가 있어야 하는 건 분명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의원들 스스로 해외연수가 의정활동의 연장선상이고 이게 세금으로 이뤄졌다는 인식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


윤영균

추천 뉴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