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11호 태풍 모두 빠져나갔습니다만 남긴 상처가 매우 큽니다.
특히 포항지역 피해가 컸고 다른 시군에서도 각종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취재기자와 태풍 관련, 살펴보겠습니다.
양관희 기자, 이번 태풍, 지역에 따라 피해 규모에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대구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대구와 경북지역은 5일 밤부터 6일 아침 사이에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에 들었습니다.
대구에도 크고 작은 피해가 났는데요.
대구 동구 각산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6일 오전 6시 50분쯤 침수됐습니다.
당시 주차돼있던 차량 30대는 자칫하면 침수될 뻔했습니다.
제가 해당 주차장에 나가봤는데요.
침수 피해를 입은 이곳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 당국은 2시간 동안 활동을 벌여 10톤에 가까운 물을 빼냈습니다.
해당 아파트 주민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한 번 들어보시죠.
◀아파트 주민▶
"차를 위에 세워서 괜찮았는데 아침에 방송이 나오더라고요." (방송 어떤 식으로 나왔어요?) "지금 물이 차고 있다고. 빨리 차 빼라고."
북구 대현동 지하 노래방 한 곳도 오전 3시쯤 침수돼 소방 당국이 배수 작업을 벌였습니다.
◀앵커▶
많은 양의 비뿐 아니라 강풍에 따른 피해도 속출했지 않습니까?
◀기자▶
대형간판과 건물에 붙어있던 패널도 강한 바람에 뜯겨 나가 도로에 나뒹굴었습니다.
6일 달성군에서는 최대 순간 풍속 시속 91km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강풍에 나무도 맥없이 쓰러져 차량을 덮쳤습니다.
오전 0시 30분쯤에는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주택가 옹벽이 무너졌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주택가를 오전에 가봤는데요.
옹벽이 지난 밤사이 두 차례에 걸쳐 무너지면서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해당 주택에 사는 주민 이야기 들어보시죠.
◀인근 주민▶
"밤에 여기 뭔 일인가 싶어 번개가 치나, 이 집 다 뛰어나오고 나는 집 무너지는, 지진이 일어나나 싶어서, 얼마나 놀라서···"
6일 대구에 내린 비의 양은 81.1mm로 2022년 들어 일 강수량으로는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태풍으로 대구에서는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침수와 간판 낙하 등 피해가 소방에 111건 접수됐습니다.
◀앵커▶
대구도 대구지만, 포항에서는 인명피해도 적잖던데요.
특히나 침수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여러 명이 실종됐는데, 지금까지 생존 여부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던데, 진행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소방 당국은 지금도 배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포항시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6일 오전 7시 40분쯤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왔는데요.
지금까지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7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 아파트에서는 오전 6시부터 지하 주차장 안에 있는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 방송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 실종상태인 주민들은 방송을 듣고 차를 빼기 위해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고 있어서, 차를 빼러 간 잠깐 사이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겁니까?
◀기자▶
주민들은 아파트 안내방송을 듣고 다수의 주민이 동시에 주차장에 모였고, 몇 분 만에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올랐다고 전했습니다.
당시는 폭우에다 만조 때였는데요.
인근 이마트 1층도 침수되는 등 아파트 주변은 몹시 급박했습니다.
소방 당국이 출동했을 때 물이 가득 찬 상태였습니다.
배수에는 앞으로도 5시간가량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 오전 9시 45분쯤에는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을 이동하기 위해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는 가족들 신고가 들어와 소방 당국이 배수 작업과 함께 수색을 벌였는데요.
실종됐던 60대 여성은 신고가 들어온지 6시간 만인 오후 3시 반쯤, 지하주차장에서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앵커▶
참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지하 주차장 외에도, 포항과 경주에 또다른 인명 피해도 확인이 됐죠?
◀기자▶
6일 오전 8시쯤 포항 남구 오천읍 도로에서 75살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인근에서 한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이 여성은 딸과 남편과 함께 걸어서 대피소로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전 11시쯤에는 경주시 진현동의 한 주택에서 80대 여성이 흙더미에 매몰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소방 당국은 담장과 건물 사이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벽과 창문이 토사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토사가 집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실종자도 한 명 더 있는데요.
오전 7시 30분쯤 포항시 인덕동에서 신원 미상 남성이 구조를 요청해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소방대원들은 주변을 수색했지만 실종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앵커▶
포항은 2017년에도 지진으로 큰 피해를 겪었는데, 이번엔 태풍으로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군요.
피해를 수습하려면 적잖은 시간과 지원이 있어야 할텐데, 그러려면 특별재난지역 지정도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포항시는 신속한 민생 회복을 위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하고 특별교부세 교부를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포항시가 잠정 집계한 재산 피해는 2천억 원인데요.
도로와 하천 668건, 산사태 70건, 교량 파손 102건으로 공공시설 피해가 300억 원에 이릅니다.
또 주택이나 상가 파손과 침수 1만 1,900건, 옹벽 파손 300건, 기업체 피해 100건, 농작물 침수 800ha, 정전 912건, 차량 침수 1,500여 대, 문화재 피해는 여강이씨 재실 1건 등 사유 시설 피해가 1,713억 원입니다.
아직 피해 조사 초기여서 본격 조사가 시작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 태풍은 포항과 제주 같은 해안가를 중심으로 큰 피해가 나고, 내륙지역은 상대적으로 작은 피해가 났는데요.
어떤 이유로 봐야 할까요?
◀기자▶
태풍 힌남노가 경남 거제에 상륙한 6일 새벽 5시쯤 한반도를 둘러싼 하층 대기 흐름을 보면요.
이동하는 태풍이 가진 열과 수증기가 찬 공기와 부딪히며 수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포항과 동해상에 있는 이 부분에서는 급격하게 구름이 만들어져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6일 하루 내린 비의 양이 포항은 342.4mm였지만 대구는 81.1mm로 엄청난 차이를 보였습니다.
경북대학교 지리학과 강남영 교수 이야기 들어보시죠.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
"북서쪽에서 남하하는 찬 공기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서 태풍의 이동속도가 빨라지긴 했지만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부딪치는 지역에서는 큰 강수 피해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일본 남쪽 해상에서 발달한 태풍 힌남노는 중심기압이 955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40미터로 2003년 매미만큼 강한 상태를 유지하며 남해안으로 이동했습니다.
제주도 인근부터는 해수면 온도가 일본 해상 북태평양 해수면보다 낮았지만 워낙 발달한 상태라 세력은 약해지지 않았고, 반경도 워낙 커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찬 공기를 담은 제트기류가 예측보다 일찍 내려오면서 내륙보다는 해안 쪽에 피해가 집중됐다는 분석입니다.
제트기류가 태풍의 이동 속도를 빠르게 했고, 내륙 쪽으로 더 올라오는 걸 막았다는 겁니다.
◀앵커▶
피해를 입은 지역에 더 이상 피해가 없고, 조금이라도 빨리 복구가 됐으면 합니다.
양관희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