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두고 이제 다가오는 주말 37라운드 마지막 원정 경기인 포항과의 맞대결을 앞둔 이근호 선수는 우리 K리그를 대표하는 '저니맨'일 겁니다. 여러 팀을 옮겨 다니면서 꾸준하게 본인의 가치를 입증했고, 어려움이 있어도 꾸준하게 선수 인생을 이어온 '저니맨' 이근호는 해외 클럽을 포함해 무려 11번이나 팀을 옮겼는데요.
어떤 팀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이근호의 활약상 중 우리 K리그 클럽 중 2시즌 이하로 활약했던 짧았던 팀의 기억을 모아보는 시간, 대구MBC의 이근호 은퇴 특별 기획 '이근호의 라스트댄스'에서 준비했습니다.
군 입대 '상주상무'···그리고 트랙터
인천유나이티드와 대구FC로 이어진 K리그의 시간에 이어 일본에 진출했던 이근호는 군 문제 해결을 위해 다시 귀국해 울산에서 2012시즌을 보낸 뒤 상주상무 유니폼을 입습니다. 2013년 생애 첫 K리그챌린지 무대를 경험한 이근호는 15골과 6개의 도움으로 2부리그 득점왕과 MVP를 모두 차지합니다. 본인 커리어에 있어 첫 리그 공식 타이틀이기도 했는데요. 이근호의 압도적 활약으로 상주상무 역시 2년 만에 1부리그에 복귀합니다.
그리고 맞이한 2014시즌, 이근호의 스타성이 폭발하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바로 2014년 7월에 펼쳐진 올스타전 출전 과정에서 홍보영상으로 본인 커리어에 큰 흔적을 남겼는데요. 상주에서 서울까지 트랙터를 몰고 상경한다는 컨셉, 아마 K리그가 영상과 온라인을 활용해 팬과 가까이 가는 시도로 거의 첫 성공 사례라 할 겁니다. 이근호의 스타성은 이렇게 군팀, 상주상무에서도 확실히 감출 수 없었습니다.
짧았던 전주와 제주의 시간
이근호 선수의 커리어 가운데 첫 임대 신분이었던 전북현대와의 인연은 그리 길진 않았습니다. 2015 시즌 중반 합류해 대략 15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였는데요. 그래도 4골과 1개의 도움을 기록했고, K리그 무대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이어지는 2016년, 리그 개막까지 팀이 정해지지 않았던 이근호는 제주유나이티드에 이적했습니다. 벌써 K리그에서만 6번째 다른 유니폼을 입은 건데요. 시간이 지나며 팀에 녹아든 이근호는 시즌 끝자락인 10월 리그 통산 42번째 30-30클럽에 가입하면서 제주 소속 선수로 최초라는 의미 있는 기록까지 씁니다. 거기에 개인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순간까지 만나는데요. 바로 제주에서 뛰던 시절, 바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결혼까지 이른 겁니다.
마지막 낯선 유니폼의 행선지는 '강원'
본인 커리어에 다양한 팀을 담은 이근호는 기업구단과 시, 도민구단의 비율 역시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여줬습니다. 강원에 입단하면서 이근호는 K리그 3개의 시민구단과 기업구단 3곳, 그리고 군팀 상무까지 모두 7개 팀을 거친 기록을 보유했습니다. 당시 강원은 공격적인 영입으로 이근호를 품었는데요. 팀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2017시즌 이근호는 정규라운드 전 경기 출전과 함께 37경기 8골, 9도움을 기록합니다. 당당히 K리그 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린 이근호, 강원 소속으로 최초의 기록이기도 한데요.
이듬해 역시 강원의 실질적 주장으로 활약한 이근호는 어시스트를 늘려가며 공격포인트를 이어갔지만, 득점과 인연을 늘리지 못했고 부상까지 당하며 쉽지 않은 시즌 초반을 보냈습니다.
본인 선수 생활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여기며 향한 강원행, 하지만 시즌 중반을 앞두고 이근호를 원한 울산의 간절함은 강원과 인연 역시 2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마무리하게 했습니다.
K리그와 중동, J리그를 오가며 풍운아처럼 그라운드를 누볐던 이근호. 그에게 붙은 저니맨이라는 용어는 그에 대한 존중과 대단함이 같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대단함과 꾸준함, 그리고 그라운드 밖에서도 충분히 입증한 스타성까지. 이근호의 시간을 떠올리면서 대부분의 K리그 구단 지지자와 축구 팬들에게는 아마 좋은 추억과 긍정적인 기억이 더 많지 않을까요? 그랬던 이근호가 그라운드를 누비는 시간도 이제 2경기만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