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나무재선충병이 경북에서 다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양군과 울릉군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재선충병이 발생했는데요.
2022년 가을부터 재선충병으로 죽은 소나무가 무려 58만 그루가 넘습니다.
김경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안동시 정하동의 한 야산.
푸릇한 나무 사이에서 소나무 몇 그루만 갈색빛을 띠고 있습니다.
잎은 바싹 말라 생기를 잃었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겁니다.
이렇게 죽은 소나무는 산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북에서는 2022년 가을부터 58만 그루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죽었습니다.
1년 전 31만 그루보다 80% 넘게 급증했습니다.
경북 23개 시군 가운데, 재선충병이 발생하지 않은 청정지역은 이제 영양군과 울릉군 단 두 곳뿐입니다.
◀정남권 경상북도 재선충팀장▶
"(경북에서) 제일 심하다고 봐야 하는 데는 포항과 경주, 구미, 안동 4개 지역 정도가 가장 핵심 지역이라고 보고 있고요. 전체 발생의 70%가 여기 집중돼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피해가 증가한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한반도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 솔수염하늘소의 활동이 예전보다 활발해진 겁니다.
코로나 대응 예산이 우선 배정되면서 재선충병 방제 예산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점도 피해를 키웠습니다.
병에 걸린 소나무를 베어내 훈증 처리하거나 파쇄하는 비용은 한 그루당 약 10만 원.
58만 그루의 고사목을 처리하려면 단순히 계산해도 580억 원이 소요되는데, 예산은 늘 부족합니다.
경상북도는 하반기 방제 작업에 필요한 국비 지원을 정부에 요청하고, 피해 발생지에 대한 항공 예찰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소나무 품종을 다변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주문입니다.
◀임언택 교수 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소나무재선충병을) 완전히 방제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죽어가는 소나무를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소나무 품종으로 대체시켜서···"
소나무재선충의 천적 곰팡이를 발굴하고, 소나무 면역력을 키우려는 실험도 진행 중이지만, 치사율 100%인 소나무재선충병을 방제할 뚜렷한 해법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