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안동과 예천에서 원룸 세입자들을 상대로 선순위 보증금 규모를 속이고 전세금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임대업자에 대해, 법원이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들 대부분이 사회 초년생인 데다, 피해 회복마저 더디다면서 중형 선고 배경을 밝혔습니다.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던 2023년 초, 안동과 예천의 다가구주택 세 채에 잇따라 경매 공고가 뜨며 심상찮은 조짐이 감지됩니다.
알고 보니 세 곳의 주인은 50대 김 모 씨, 모두 같았습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세입자들이 모여 전세 계약서를 분석했더니, 계약 당시 선순위 보증금 규모를 실제보다 많이 축소해 알려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계약기간이 끝나도 보증금 반환은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장00 세입자 (2023년 4월 19일)▶
"전세 보증금이, 4억이 저보다 먼저 들어와 있는 물건이라고 하면 저는 여기 계약을 안 했겠죠. 사회 초년생이 처음 사회생활 시작해서 모았던 소중한 돈인데."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김 씨는 세입자 명의의 막도장을 파서 위조 계약서를 만들어 경찰에 제출하는 등 혐의를 숨기기 급급했습니다.
수사 결과, 세입자 34명으로부터 14억여 원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김 씨에게 1심 법원은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피해자들 대부분이 사회초년생으로, 피해 금액이 전 재산인 경우도 있는 등 범행의 죄질이 매우 나쁜데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없다"며 이례적인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 씨가 선순위보증금을 속일 때 사실상 개입한 걸로 판단되는 부동산중개인과 중개보조원 등 3명에 대해서도 최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임대인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이 내려졌지만 정작 세입자들의 피해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피해자들은 각종 공과금이 체납돼 전기며 수도마저 끊길 처지지만, 경매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오도 가도 못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김00 전세 사기 피해자▶
"TV의 무선 채널들이, 방송이 이제 그거는 끊겼고요. (수도) 단수 고지가 붙어서 그때 저희(세입자)가 같이 모여서 납부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유죄를 받은 부동산 중개인들은 물론, 김 씨의 건물을 중개했지만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중개인들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최00 전세 사기 피해자▶
"중개인들도 책임이 있고 거의 공범 수준이라고 보이지만 기소가 안 됐기 때문에 (민사소송에서) 일부 승소라도 해서 조금이라도 피해 회복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전세 사기에 대한 법원의 단호한 처벌 의지가 확인된 만큼, 유사한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의 더욱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 CG 황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