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이를 낳아도 돌보고 키우기가 무서워 아예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많죠?
경북 청도에서는 '공동 육아'로 함께 아이를 키우고 생업에도 종사하는 한 마을이 있습니다.
돌봄 걱정을 덜면서 한 집에 아이가 평균 3명에 이르고 있는데요.
저출생, 지방 소멸의 시대, 하나의 해법이 되지 않을까요?
한태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경북 청도 화양읍의 한 작은 초등학교입니다.
운동장 한 켠 놀이기구에는 학교에 갈 나이가 안 된 어린 아이들이 매달려 놀고 있습니다.
◀현장음▶
"우리 집 둘째, 노는엄마 대표님 둘째" "간다~ 둘이서 마주 보고"
엄마들은 누구 집 아이라 할 것 없이 먹을 것도 나누고 함께 그네도 타며 놀아줍니다.
그사이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이 나옵니다.
◀현장음▶
"인사하고 가자", "안녕히 가세요"
학교가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직행하는 도심 아이들과 달리 가방은 엄마에게 맡기고 다시 놀이터로 향합니다.
엄마들은 집으로 돌아가서도 이웃집 아이들까지 함께 공작 놀이를 합니다.
◀현장음▶
"여기 안에 나무가 있잖아. 이 나무를 붙인 다음에 그 위에 색칠을 해도 괜찮은 것 같아."
이 같은 공동육아는 2021년 남편 고향인 청도에 정착한 주부들이 '노는엄마들'이란 청년공동체를 만들며 시작됐습니다.
두세 명으로 시작한 공동 육아는 2년 사이 11가족으로 늘어나 젊은 엄마들끼리 서로 돕고 의지하고 있습니다.
함께 키우는 아이는 모두 29명입니다.
출산을 앞둔 뱃속 둘까지 합치면 한 가족에 자녀가 3명 가까이 됩니다.
◀구승희 노는엄마들 회원▶
"서로가 서로 아이들을 봐주면서 이렇게 노니까 아이들도 어울려 노니까 더 잘 놀고 그리고 엄마들도 덜 지치고, 엄마들끼리 같이 소통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고, 그런 점들이 참 좋은 거 같아요."
아이 하나도 키우기가 겁나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부부가 늘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셋째, 넷째까지 낳고 있습니다.
◀박성애 노는엄마들 회원▶
"청도에 오게 되면서 젊은 엄마들 만나고 제가 먼저 아이가 많은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좋은 일인지 얘기하다 보니까 저도 임신을 하게 됐어요. 제가 만약에 도시에 살았으면 넷째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 같아요."
◀안지민 노는엄마들 회원▶
"분위기나 모든 게 저를 셋째를 갖고 싶게끔 마음을 만들었던 거 같아요. 같이 공동 육아도 하고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너무 예쁘기도 하고 언니들 줄줄이 임신도 하고 왠지 이 언니들과 함께하면 나도 낳겠는데 또 분위기도 너무 좋고…"
지난 2021년까지 16년 동안 저출생 대책에 280조 원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럼에도 저출생은 개선은커녕 오히려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돈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배정란 노는엄마들 대표▶
"엄마들이 고립되지 않고 같이 육아하기 위한 공동의 커뮤니티를 많이 활성화하는 그런 도움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종명 배정란 대표 남편▶
"저출산이라는 부분이 참 안타까운데 국가에서는 그걸 돈으로만 해결하려고 하고 사실 문화인데,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뭔가 사람들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한 것 같은데"
20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저출생, 지방소멸의 시대, 청도의 작은 마을이 하나의 해법을 보여줍니다.
MBC 뉴스 한태연입니다. (영상 취재 이승준, 드론 촬영 김규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