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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홍범도 지우기 그만"···대구·경북 지역·역사 학계도 반발


대구·경북서도 "홍범도 장군 지우기 안 돼"
대구의 대표적인 항일단체, '신간회'의 거점이었고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 지도자들이 모였던 곳, 약령시에 있는 교남YMCA입니다.

지역 독립운동사의 상징적인 공간인 이곳에 9월 13일 저녁, 지역 학계와 종교계 인사, 시민사회 활동가 등 수십 명이 모였습니다.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끝내 교내에서 철거하기로 하고, 국방부는 청사 앞에 있는 흉상 이전을 검토하는가 하면, 이젠 홍 장군의 이름을 딴 해군 잠수함과 도로명을 바꾼다는 논란까지 일자 이렇게 모인 겁니다.

광복회 대구지부와 대구경북학회, 전국 교수노조 대구경북지부 등 지역의 17개 단체가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대구·경북 시도민을 향해 홍범도 장군 역사 지우기를 막는 데 동참해 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백해무익한 이념논쟁을 불러온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홍범도 장군이 승리로 이끌었던)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언급하지 않고 어떻게 대한민국의 역사와 국방의 사명감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학문적 차원의 역사 왜곡과 민족사적 차원에서의 국군과 육군사관학교 정통성과 정체성 훼손에 대하여 비분강개하면서…. 대구·경북 시도민의 적극적인 동의와 참여를 호소합니다." (호소문 중)



"공산당 이력 문제 삼는 건 터무니없어"
육사와 국방부가 문제 삼은 건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활동 이력과 독립군 수백 명이 희생된 1921년 자유시참변에 홍범도 장군이 관여했다는 의혹입니다.

40년 넘게 홍 장군의 생애를 연구해 온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지역 학계에선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김재훈 대구사회연구소 소장 "그 당시는 소련과 미국이 연합국으로서 전체주의 파시스트 독일, 일본에 대해 같이 싸우고 있던 시절이었고…. 김일성 집단은 그 이후에 생겨났기 때문에 홍범도 장군의 그런(독립운동) 역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싸잡아 매도하는 건 역사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기보다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하다, 정당하지 못하다고 보는 거죠."


역사학계, 국방부 의혹 제기 정면 반박
같은 날, 한국 역사연구회와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회 등 국내 역사 관련 51개 단체도 성명을 내고 국방부와 육사가 내세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이유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자유시 참변 연루설에 대해선 "역사학계는 다양한 자료를 비교·분석해 자유시 참변의 기본 성격이 통합 방법을 둘러싼 독립군 부대들의 내분이었음을 밝혀냈다"며 "사망자를 낳은 무장해제의 책임은 고려혁명군 지휘부에 있었으며 홍범도는 유혈사태를 우려했고 무장해제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 이력에 대해서는 "일제강점기에 공산주의는 독립운동의 한 방편이었고, 좌우를 막론하고 독립운동 세력은 소련에 기대하는 바가 컸다. 홍 장군은 1922년 모스크바의 원동민족혁명단체 회의에 참석하면서 입국신고서에 직업 '의병', 입국 목적과 희망은 '고려 독립'이라고 썼다"고 말했습니다.

역사학계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가 일련의 '역사 부정'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 깊이 우려한다"며 "육사 교내 홍범도 흉상 철거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잃어버린 조국을 되찾기 위해 자신은 물론 가족의 목숨마저 아끼지 않았던 홍범도 장군.

광복 78년, 때아닌 이념 논쟁에 독립 영웅의 독립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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