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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검수완박’ 앞두고 ‘열일‘하는 검찰과 경찰


2022년 4월 21일 대구지검에서는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여성인 것처럼 프로필을 만든 남성들이 데이팅 어플을 이용하는 다른 남성들에게 돈을 뜯어낸 범죄조직을 붙잡았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한 것인데요, 이례적인 부분은 범죄 내용보다는 브리핑을 한 사실 그 자체였습니다. 수사는 대구지검 서부지청에서 했고 브리핑은 대구지검 본청에서 했는데, 검찰을 오래 취재한 기자들은 서부지청이 마지막으로 브리핑을 한 것이 2013년 즈음이라고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그러니까 무려 10년 만에 기자들을 모아 놓고 공식 브리핑을 한 겁니다.

김은혜 기자 “검찰이 경찰에 비해 홍보가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에요. 본인들이 일을 잘한 부분에 대해 가끔 보도자료를 내는 경우는 있는데, 브리핑은 고사하고 보도자료를 내는 부분은 경찰에 비해서 훨씬 적죠. 검찰을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굵직한 사건을 많이 보도하고 싶은데, 우리가 다 확인하고 취재한 사건을 물어봐도 “피의사실 공표라서 정확하게 확인 못 해 드린다” 이렇게 답변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물론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범죄자로 판결 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피의자를 범죄자처럼 확정해서 보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시민을 대표하는 언론에게 검찰이 중요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일, 그러니까 지금까지 검찰은 홍보나 소통을 할 필요가 없었던 조직이었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요즘에는 검찰 고위 간부들이 인터뷰를 자청해서 하기도 하고··· 최근에 검찰이 나서는 것을 보니, 그러면 그 전에는 왜 입을 닫고 있었나 그런 아쉬움이 들죠.”

사실 굵직한 범죄조직을 검거하는 경우 대부분 본청인 대구지검에서 브리핑을 해 왔는데 그나마 2019년부터는 이런 브리핑이 사라졌습니다. 당시 법무부에서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을 시행했는데요, 원칙적으로 수사 관련 정보 공개를 금지하고 꼭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수사정보공개심의위를 소집한 뒤 심의위원회에서 허가한 사항만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위원회를 소집해 허락을 받으면서까지 브리핑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그런 ‘귀찮음‘을 극복하면서까지 브리핑을 하게 된 것일까요?


검찰, ‘검수완박’ 반대하기 위한 범죄조직 적발 브리핑?

그 해답은 검찰이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 바로 밑에 있는 부제, 그리고 첨부된 추가 보도자료에 들어 있습니다. 보도자료의 제목은 ‘데이팅 어플을 이용한 신종 사기 범죄조직 수사결과‘이고 부제목은 ‘검수완박 입법으로 사라질 수사사례‘입니다. 혹시 제목만 보고 부제목은 못 볼까 봐 검찰은 친절한 추가 보도자료도 같이 배포했습니다. 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해야 했는지,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범행 전모를 규명하기는 어려웠는지를 문답식으로 풀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경찰은 단순한 소액 사기 사건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뛰어난 수사력을 발휘해 단순 소액 사기 사건 뒤에 거대 범죄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내용입니다. 한 마디로 앞으로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박탈하면, 즉 ‘검수완박’ 법률안이 통과되면 이런 범죄조직을 못 잡게 되고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죠.

경찰, 고발 사흘 만에 정호영 장관 후보 수사 착수

경찰은 가만히 있었을까요? 같은 날 대구경찰청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단체 5곳이 4월 18일 정 후보자와 당시 경북대 의대 부학장이었던 박 모 교수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는데 이 고발건이 경찰청에서 대구경찰청으로 이첩됐고, 대구경찰청은 광역수사대에서 수사하도록 결정한 겁니다. 이 모든 일은 사흘 만에 이뤄졌습니다.

양관희 기자 “제가 2021년 3월에 대구시 상인연합회 회장이 대구시와 수상한 부동산 거래를 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상인회장 자녀 특혜 의혹까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 한 달 정도 동안 일곱 꼭지를 연속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대구시 감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면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고 대구시에서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 의뢰를 한 뒤에야, 여러 의혹 중 대구시가 수사의뢰를 한 부분만 수사를 했습니다. 그러고는 결국 4개월여 동안 수사를 한 뒤 실무자들만 입건해 송치하고 정작 핵심인 상인연합회장과 부정 채용이 드러난 딸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고, 이후 국정감사에서 경찰이 축소 수사를 벌인 부분이 확인됐죠. 결국 검찰은 경찰에 재수사 지시를 했습니다. 이번 정호영 후보 수사 착수와는 좀 다르게 진행됐죠.”

많은 사람들이 정호영 장관 후보자에 관련된 각종 의혹을 보면서 조국 전 장관을 떠올렸고,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일 부인 정경심 교수가 검찰에 의해 기소된 기억도 소환했을 겁니다. 언론에서 쏟아내는 취재들을 보면서 ‘조국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정 후보자에게 검찰은 왜 가만히 있냐‘는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정 후보자와 40년 지기라는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 당선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한 마디로 ‘검찰은 있는 수사권도 쓰지 못하면서(않으면서) 무슨 수사권 박탈을 이야기하냐‘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이 틈을 경찰이 치고 들어왔다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검수완박‘이냐, ‘검찰 정상화‘냐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즉 ‘검수완박‘이라는 표현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처음 유행한 시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더불어민주당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려고 하자 ‘검수완박은 부패완판’ 즉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면 부패가 완전히 판친다‘라고 표현했을 때부터로 보입니다. 제일 처음 이 표현을 누가, 어떤 의미에서 사용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이 표현이 유행한 시점에서는 검찰의 시각, 즉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뭔가 나쁜 일이라는 느낌이 스며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검찰 정상화, 검찰 선진화, 검찰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박탈이 아닌)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즉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인 5월 10일 전까지 통과시키려는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두 가지입니다. 먼저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 취지를 보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축소하는 것은 오래된 시대적 과제“이고 “‘검찰청법‘상의 6대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한 규정 등을 삭제해, 공소 제기 및 유지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검찰의 위상을 재정립하여 국가형벌권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하고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취지 역시 “검찰의 국가형벌권 행사에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와 기소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음” “수사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로 하며 검사의 수사는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예외적 경우에 한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검찰이 ‘선택적 정의‘를 통해 공정하지 못한 수사를 해 왔다는 입장인 것인데, 이에 대한 반대는 ‘죄지은 것이 없다면 문제 될 것이 없지 않으냐’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려는 것이냐’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검수완박‘을 바라보는 검찰·경찰·정치권, 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

많은 일들이 갑자기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 기자들의 발길이 없었던 곳에서 갑자기 검찰의 사건 브리핑이 벌어지고,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되어도 수개월 동안 감감무소식이던 경찰 수사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시작됩니다. ‘거대 여당‘이던 시절에는 잠잠하던 문제가 선거에서 지니 ‘하늘이 무너질 만큼 중요한 문제‘가 되어 버립니다. 많은 시민들은 궁금해합니다. 왜 ‘거대 여당‘은 그 중요한 문제를 이제야 시민들에게 들고 나왔을까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비판을 받는 검찰은, 또 ‘이번 법이 통과되면 거대한 권력’이 될 것이라는 경찰은, 과거에 대한 성찰이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대책 대신 왜 지금 서로 자신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외치고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과연 이 법이 통과되든 통과되지 못하든 그 이후에도 검찰은 브리핑을 이어가고 경찰은 시민들의 관심사에 즉각 수사에 나서고 정치권은 수사기관의 정상화 논의를 이어갈까요?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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