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문화방송이 마련한 창사 59주년 특별 기획 뉴스.
'사분오열 대한민국, 진영 논리를 넘어 미래로' 순서입니다.
오늘(8월 26일)은 어느 시대에서나 항상 문제가 돼 왔던 세대갈등을 다루고자 합니다.
세대갈등은 시대가 변하면서 항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곤 하지만, 그 본질은 세대 간의 차이와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병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21년 1월, 한 남자 중학생이 경기도의 도시철도 객차 안에서 70대 여성에게 욕을 하고 때리며 넘어뜨립니다.
할머니가 바닥에 쓰러지자 웃기까지 합니다.
같은 달, 지하철 1호선 객차의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한 학생이 훈계하던 70대 남성에게 마구 욕설을 합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광경입니다.
나이를 존중하는 전통적인 관념이 약해지면서 나오는 부작용입니다.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문화가 확산하고는 있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나이와 연공 서열을 무시할 수 없는 사회입니다.
직장 내 상사와 부하 사이 갈등 또한 이런 점을 감안하면 세대 갈등 양상이 많습니다.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기성세대들이) 자기네들은 너무 힘들다, 도대체 일을 못 하겠다, 쟤네들이랑 어떻게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하고).. 젊은 사람들은 또 이쪽 나이 든 사람들이랑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자기 우울증 걸릴 것 같고(라며 하소연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갈등이 가장 심한 연령층은 50~60대와 그들의 자식뻘인 20~30대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나 민주화 운동을 겪은 50~60대는 집단주의 문화에 익숙하지만 1980년 이후에 출생한 20~30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높습니다.
50~60대는 한국의 고성장시대를 거치면서 노력하면 성과도 따라온다는 믿음을 가진 세대입니다.
20~30대는 경제적인 풍요 속에서 자랐지만, 비정규직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연예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로 불릴 만큼 앞날에 대해서 걱정이 많습니다.
이 두 세대는 여러 면에서 다른 삶의 궤적을 갖고 있고 이는 세대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유신 세대와 386세대로 불리는 50~60대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부모 세대와 충돌했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가치를 놓고 자식 세대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한 포션(부분)의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중심에 있는 그런 연령대이기도 하고 그래서 다른 세대보다 그 규모가 큰 집단을 이루고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고요."
한국리서치는 지난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웹 조사 방식으로 '세대 갈등 인식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에 대해 응답자의 81%가 크다고 답했습니다.
1년 전보다 4% 포인트 감소했지만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중장년 세대가 청년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응답이 45%인 반면 청년 세대가 중장년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응답이 29%로 상대적으로 많이 낮았습니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차장▶
"우리 부모님 세대들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쉽게 자산 축적이 가능하고 이제 부동산(투자)을 좀 해서 이제 계급을 뛰어넘는 그런 것들이 상대적으로 쉬웠던 반면에 20~30대는 현재로선 그게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서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요)"
"세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른 세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각 세대의 특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각 세대를 집단별로 이분화해서 접근하는 방법은 경계해야 합니다.
각 세대 집단은 저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으로 이해하면서 서로를 인정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홍덕률 사회학자 전 대구대학교 총장▶
"그냥 집에서 부모한테 잔소리 듣고 피하고 등 돌리고 하는 이런 차원이 아니고 공식적인 프로세스에서 어떤 주제를 놓고 정책을 설계하고 의견을 모아갈 때 세대 간에 다른 세대들이 마주 앉아 가지고 얘기할 수 있도록…"
세대 갈등의 많은 문제는 쉽게 풀 수 없는 숙제이지만 윗세대들이 퇴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곤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세대 간 오해와 갈등을 비롯해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우리가 세대 갈등을 넘어 세대 연대의 가능성을 찾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마승락)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