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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책임지고 지켜준다더니"…HUG 전세금 반환 하세월


'책임'지고 '지켜준다'더니…수개월째 '심사 중'
2024년 5월, 최 모 씨는 아파트 전세보증금 4억 6천만 원을 떼였습니다.

2년 새 집값이 곤두박질치고 다음 세입자를 못 구한 집주인이 돌려줄 돈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미 이사 갈 집을 계약해 둔 상황이었습니다.

곧장 주택도시보증공사, HUG에 보증금을 대신 달라고 청구했습니다.

이런 사고 날까 봐 가입해 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만 믿었습니다.

◀최 모 씨 전세 반환보증 처리 지연 피해자▶
"아무래도 전세 들어갈 때도 역전세나 사기에 대한 우려가 있던 상황이었거든요. 혹시 모르니까 심리적인 부담을 덜자는 측면에서 저희가 전세 보증을 들게 된 거였어요. 아니나 다를까 2년 지나고 시세는 많이 낮아진 상태고 집주인이 처음엔 다음 세입자 받으면 주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매매한 잔금으로 주겠다고‥ 근데 집을 내놔도 매매가 전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보증 청구하는 게 낫겠다…"

그런데 4개월 넘도록 감감무소식, 신청 때 '2개월 정도 걸린다'던 담당자는 연락조차 안 됐습니다.

지연 이자 등으로 매달 200만 원 넘는 돈을 내고 있는데 버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최 모 씨 전세 반환보증 처리 지연 피해자▶
"연락을 전혀 받지 않는 거예요. 전화도 드리고 메일도 보내고 해도. (서류) 보완 요청도 받은 적이 없고요. 지금 저희가 몇 번째 순서인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만약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하면 기간이 더 길어질 텐데 저희가 언제 그 검토를 받을 수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거죠. 가지고 있던 예금이라든지 이런 걸 헐어서 쓰고 있는 상황인데… 타임라인에 대한 최소한의 공유라도 받았으면…"

'1개월 이내 지금' 약관 있어도 실상은…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약관에는 접수일로부터 한 달 안에 심사를 거친 뒤 보증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서류 등 추가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HUG가 보완 요청을 하고 그 보완을 완료한 때로부터 한 달 이내에 보증 금액을 지급한다고 적어놨습니다.

이 '서류 보완이 필요한지' 답변받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르는 겁니다.

지난 7월 HUG에 전세금 반환을 신청한 박모 씨도 상황이 같습니다.

계약 만료일을 코앞에 두고 집주인은 돌려줄 돈이 없다고 했습니다.

다음 세입자를 구해서 준다더니 연락이 끊겼습니다.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아 뒀고, 당장 입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부랴부랴 가입해 뒀던 전세 보증을 찾았습니다.

급한 마음에 직장도 며칠씩 빠지며 필요한 서류를 미리 챙기고 대구에서 부산까지 가서 직접 이행 청구를 했는데, 3개월이 넘도록 보증금을 못 받고 있습니다.

◀박 모 씨 전세 보험 지급 지연 피해자▶
"하도 답답해서 계속 전화하니까 겨우 통화가 됐는데 지금 5~6월 거를 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10월인데. 7월에 신청한 저는 그럼 다음 달에 되는 거냐, 하니까 지금부터 3~4개월, 경우에 따라서는 5개월도 더 걸릴 수 있다 하길래 내가 지금 한 달에 내는 돈이 얼마고 그건 그럼 다 보상해 줄 수 있냐, 하니까 그건 또 말 못 해준대요."

전출하면 보증금 반환을 못받을까 분양받은 아파트에는 전입도 못 하고 있습니다.

분양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기존 전세 대출에 묶여 낮은 금리의 신혼부부 정책 대출은 거절당했습니다.

불어난 이자에 두 집 관리비까지 내며 박 씨는 하루하루 피가 마릅니다.

◀박 모 씨 전세 보험 지급 지연 피해자▶
"신혼부부다 보니까 새로운 집에 전입해야 세제 혜택도 있고 그런데 허그 때문에 그런 것들도 다 피해를 보는 거죠. 와이프랑 제 이름으로 대출 낼 수 있는 대출 다 내고 외가 쪽, 친가 쪽 식구들한테 돈 빌리고… 심사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접수할 때는 분명 서류에 문제가 없다고 들었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며 심사 기준이 무너진… 지금 내 보증보험이 정상적으로 되어 있냐는 것조차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더 불안해지죠."

"3개월 넘게 기다리는 중"…단톡방에 백여 명
이런 세입자 한둘이 아닙니다.

HUG 영남관리센터에 보증금 반환을 청구한 세입자들이 모인 단톡방에는 3개월 넘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람만 100명이 넘습니다.

대부분 역전세나 전세사기로 피해를 봤습니다.

공사 측은 "올해 들어 영남권에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몰리면서 처리가 일부 지연되고 있다"며 "기존 4명이던 담당자를 6명으로 늘려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보증금 변제가 늦어지면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세입자들은 HUG를 상대로 보증금 변제가 늦어지면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에 나섰습니다.

◀박 모 씨 보증 반환 지연 손해금 청구 소송▶
"지키지도 않을 약관으로 세입자들한테 지금 두 번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개개인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다 돈인데 연체 이자 나가고,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하는데 누구는 넉 달 걸리고, 누구는 다섯 달 걸리고 그동안 연락 하나 없고 말이 안 되잖아요. 업무가 이렇게 정체되면 인력을 재배치하든가 해야지. 연체 보상금 지급에 대한 선례를 남겨서 이런 프로세스가 개선됐으면 하는 거죠."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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