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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하인드] 홍준표 대구시장의 '페북 정치', '언론 편향성'에 맞서다?

정치권에서 개인 SNS를 통해 대중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정치인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여론이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여러 인사들이 있지만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른바 '페북 정치'로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탄 인물입니다. 페이스북에 쓴 글을 엮은 것만 해도 세 권에 이릅니다. 2018년 페이스북을 엮어 두 번째로 펴낸 '꿈꾸는 로맨티스트-홍준표의 Facebook 희망편지'라는 책에는 SNS를 활발하게 활용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습니다.

"내가 페이스북을 일기처럼 매일 쓰는 것은 국민과의 직접 소통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도권 언론의 편향성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트위터 하나로 반트럼프 진영의 모든 언론을 상대합니다. 이제 우리도 그런 시대가 도래했음을 곧 알게 될 겁니다. 매일 같이 일기처럼 쓰는 페이스북은 내 인생의 기록이자 내 생각을 정리하여 후대에 남기는 개인 실록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편향된 언론에 직접 대응하겠다는 주장입니다.


행정에 전념하라는 당 대표 쓴소리에 "페북 글쓰기는 10분이면 충분"
지난 4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홍준표 시장에게 행정에 전념하라는 쓴소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홍준표 시장은 페이스북에 글 쓰는 것은 10분이면 된다고 대응했습니다. 일부는 맞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홍준표 시장이 지난 1년 동안 쓴 페이스북 글 391건을 분석해 보면 301건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수정했습니다. 건당 수정 횟수를 보면 3.17회입니다. 수정에 수정을 거쳐 최초 작성보다, 날을 넘겨서까지 수정한 경우도 21건 확인이 됩니다. 2022년 12월 22일 게시물이 대표적인데요.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과 성남FC 후원금을 두고 설전을 벌였는데, 23일까지 수정을 이어가면서 12회 고쳤습니다. 글도 늘어서 800자 가깝게 늘었고 격해졌습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자기를 잡기 위해 경남지사 사업을 대부분 재조사를 했지만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며 긴 글을 이어갔습니다.

페이스북은 한 달가량 게시물의 시간대별 수정 내역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15일부터 홍 시장 페이스북 모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3월 16일부터 6월까지 약 3.5개월 동안의 구체적인 수정 내역을 확보해 분석을 해봤습니다. 전체 페이스북 글 중의 117건이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117건 중에서도 92건을 1회 이상 수정했는데요. 수정하는데 들어간 시간은 평균 181분입니다. 물론 페이스북에 글을 수정한다고 해서 원래 글과 수정된 글 사이의 시간을 이 글을 수정하는 데 모두 들인 것은 아니겠습니다. 그렇지만 홍준표 시장이 10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던 것보다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셈입니다.

3.5개월의 분석 기간 동안 홍준표 시장이 가장 많이 수정하고 힘을 쓴 내용은 '험지 출마를 두고 하태경 의원을 비판한 내용'이었습니다. 홍 시장이 대통령 측근들이 험지에 출마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하자 하태경 의원이 홍 시장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받아치자 문제의 페이스북 내용이 작성됩니다.

6월 14일 아침부터 홍 시장은 정치 역정을 설명하고 하 의원을 비난하더니 무려 13번을 수정합니다. 홍 시장 말대로 첫 작성에 10분만을 들였는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시각을 기준으로 하면 8시간 24분을 이 글 작성에 공을 들였습니다. 대구시가 공개하고 있는 홍 시장의 일정을 보면 이날 별다른 외부 일정이 없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홍준표 시장, 대구시청 압수수색 후 연일 SNS에 비판 글 올려

지난 6월 23일, 대구경찰청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구시청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날 홍준표 대구시장은 여러 건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일반적으로 홍 시장은 하루 평균 게시물을 한 건 썼지만, 6월 23일은 페이스북에 8건의 글을 쓰고 그 가운데 한 건을 지워 7건을 남깁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킬러 문제 제외 조치를 옹호하다가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대구 경찰을 비난하는 글을 쏟아냈습니다. 뒤에 수정을 해서 살짝 날이 바뀐 것이 있습니다만, 수정 시각을 고려하면 페이스북에 36번 접속했습니다. 업무 시간 20분에 한 번꼴입니다.


대구 시정보다는 정치 현안에 많은 관심···보도 내용 반박으로 사용

홍준표 시장의 SNS, 특히 페이스북 관심사를 분석해 보면 대구시정보다는 정치 현안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 당내 문제에 훈수를 두는 내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홍 시장의 페이스북 활동을 시정과 현안, 정책, 신변잡기로 구분해 본다면, 시정은 37.3%에 그쳤지만 현안은 46%로 절반에 가깝습니다. 현안을 다시 국내 정치 일반과 국민의힘 당내 사안으로 구분해야 할 정도로, 당내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잦았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나 김재원 최고위원을 둘러싼 논란, 전당대회 등의 내용이 정치 현안 글의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또한,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열심히 하는 이유를 두고 "언론의 편향성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만큼 전체 활동 가운데 다양한 언론 보도를 반박하거나 논평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특히 KBS 수신료 문제나 지금 저희가 하는 시사톡톡도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보도 내용이 거슬리면 바로 그 언론을 거론하며 문제 삼았습니다. 언론을 언급한 게시물만 35건으로 1년 치의 9%에 해당합니다. 잘 알려진 경우는 2022년 연합뉴스가 시청 식당에 칸막이를 친 것을 두고 '황제 의전'이라고 보도하자 "참 못된 기사"라며 연합뉴스 구독료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영남일보는 취수원 다변화 정책과 관련한 보도를 어이없다고 했고, 그 이후 노컷뉴스, 국민일보, 한국경제, 대구MBC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대구MBC의 보도에 대해 대구경북신공항을 폄훼하고 오도한다면서 악의에 찬 편파, 왜곡 보도라서 더 이상 참지 않고 대응할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취재의 자유가 있으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경찰의 대구시청 출입 막고 SNS에 '보복 수사' 주장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는 6월 2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구시청 동인청사 공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이후 경찰의 대구시청 출입을 막고 SNS에 연일 '보복 수사'라고 주장하며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을 비판했습니다.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대구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가 6월 23일 아침 8시 30분에 압수수색을 시작해서 오후 1시쯤 마쳤습니다. 압수 물품 박스 1개 분량을 가져갔고 기자들 질문엔 함구했습니다. 홍 시장은 "오전 9시쯤 경찰이 막간다"며 '보복 수사'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많은 분량의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대구 퀴어 축제에 대한 보복'은 따져보면 아니라는 게 확실합니다. 압수수색 영장은 6월 9일에 청구했고, 발부는 16일입니다. 퀴어 축제로 경찰과 시청 공무원이 충돌한 것은 그다음 날인 17일입니다. 홍 시장이 경찰의 버스 우회 협조 요청을 거부한 12일을 따져 봐도 경찰 영장 신청이 사흘 더 앞섭니다.

이 같은 홍준표 시장의 페북 대응에 시민단체들은 규탄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등 SNS는 게시글 및 댓글을 통해 일반 시민과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창구이지만, 홍준표 시장의 페북 대응은 오히려 대구시정의 퇴행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뉴스민 이상원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

이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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