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박정희 동상' 조례안 통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는 조례안이 5월 2일 대구시의회를 통과했습니다.
대구시의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앞서 기획행정위원회가 수정해 통과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했습니다.
상정된 조례안을 두고 표결이 이뤄졌는데, 전체 의원 32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육정미 의원 1명만 반대표를 던지고, 기권 1명, 찬성 30명이 나왔습니다.
기권 표를 던진 의원이 "찬성표를 눌렀는데 시스템 오류로 기권이 나왔다"라고 주장했는데, 현장에서 바로 시스템 오류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일단 기권 처리됐습니다.
대구시의회 32명의 의원 가운데 31명은 국민의힘 소속입니다.
육정미 의원의 '반대' 발언···시민단체, 항의하다 퇴장당해
표결에 앞서 민주당 육정미 의원은 "1시간 거리인 구미에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 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아서 구미시가 용역을 실시하기도 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청년 자살률 전국 1위이다. 가만히 앉아서 물가가 상승하는데 월급은 딱딱 내려가고 있다. 이러한 순간에 동상 건립이 과연 시민의 피 같은 세금을 쓸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냐?"라며 반대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시민단체 회원들이 "의원님 동상 건립에 반대하십시오"라며 잇달아 외쳐 청원 경찰에 의해 퇴장당했습니다.
강금수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부끄럽다. 박정희 동상을 세우고 아이들한테 어떻게 민주주의를 말하고, 인권을 가르치겠나?"라고 외치며 퇴장당했습니다.
대구시의회를 통과한 수정안은 어떤 내용이 담겼나?
지난 4월 26일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를 통과한 수정 조례안은 별도의 '기념 사업 추진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조례안은 대구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 사업과 관련 행사, 그 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기념 사업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구시가 설립한 공사·공단 또는 출자·출연한 법인에 관리 및 운영을 위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예산 범위 내에서 위탁 업무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조례안에 포함됐습니다.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과 대구 대표 도서관 앞 동상 건립을 위해 14억 5,000만 원을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했습니다.
시민사회의 반발은 계속될 듯
'4·9인혁열사 계승사업회'와 '4·9통일평화재단'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정의당 등은 2일 시의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인혁열사 계승사업회 측은 "박정희는 경제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국민을 노예처럼 부리고 수많은 선량한 국민을 고문하고 조작해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워 죽인 인물"이라면서 "친일파이자 독재자인 박정희의 동상을 세우겠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묻고 싶다"고 꼬집었습니다.
"시민의 허락도 없이 세금을 축내는 조례를 만들어 통과시키겠다는 홍 시장과 이에 동조하는 시의원들은 무슨 생각으로 정치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2일 대구시 동인 청사 앞에서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당분간 매일 오전 동인 청사 앞에서 지역위원장과 지방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 1인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진보당 대구시당도 2일 논평으로 내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반대했습니다.
진보당은 "대구의 관문 동대구역 광장과 교육의 상징이 될 대표도서관에 크게는 높이 6m짜리 박정희 동상이 세워질 걸 생각하면 몹시 괴롭다. 예산 14억 원의 문제가 아니다. 두 가지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면 좌든 우든 섣불리 우상화를 추진하면 안 될 일이다. 균형과 통합을 그르치고 심각한 갈등이 일어나 지역민을 둘로 갈라놓을 게 뻔한 일을 민의의 대표자들이 저질렀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몰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구시의회를 한낱 개인의 거수기로 전락시켰다. 한 사람의 독종이 대구시민의 마음을 괴롭혀 온 건 그렇다 치더라도 생각 없는 의원들의 저 구린내 나는 줄서기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참담하고 부끄러울 뿐이다"라면서 "진보당 대구시당은 오늘의 사태에 주저앉지 않고 박정희 동상 건립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