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한 주간 뉴스 짚어보는 뉴스큐레이션입니다.
보도국 김은혜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소식 전해주시죠.
◀김은혜 기자▶
병든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청년의 사건, 어린 나이에 부모나 조부모를 부양해야 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른바 '영케어러' 문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재판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뇌졸중과 뇌출혈로 병원 치료를 받다 퇴원한 50대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22살 아들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에서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4년이 선고됐고, 아들, A씨가 항소했습니다. 2심 판결을 앞두고 한 매체가 22살 아들이 처했던 경제적인 어려움 등의 상황을 자세히 보도하면서 동정 여론이 일었고요.
정치권과 곳곳에서 선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앵커▶
처음에 '패륜범죄'로 보도됐던 이 사건, 2심을 앞두고 다른 시각이 생겨나면서 결과에 관심이 쏠렸는데, 항소가 기각됐죠?◀김은혜 기자▶
2심 재판부는 징역 4년,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저도 판결문을 다 읽어봤는데요. 재판부는 A씨의 행동에 살인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가 퇴원할 때 받은 처방 약을 아버지에게 한차례도 투여하지 않았고, 코에 호스를 끼워 하루에 3개 먹는 치료식을 일주일 동안 10개만 급여하는 등 방치하면서 숨질 것을 예견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앵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버거웠겠습니다만,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은 청년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긴 하거든요. 어쨌든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은 보완되고 강화돼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피해자가 있고, 아버지를 숨지게 한 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요.
사건이 알려지는 과정에 문제로 제기됐던 것들, 가족 돌봄이나 간병이 오롯이 개인, 특히 청년이나 청소년들이 떠안는 게 문제가 아닌 건 아닌 것 아니겠습니까?이 사건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보호자가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시킨 이후에 발생한 것이거든요.
중환자가 돈이 없어서 퇴원하겠다는 걸 병원이 말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보고 있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과정에 겪는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상담, 교육하는 의료사회복지사라는 역할이 있는데, 종합병원은 의무지만 그 외 병원은 의무가 아니고 이 사건에서도 경제적인 부담을 이유로 치료를 중단했지만 어떤 안내도 없었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당사자가 신청해야만 대상이 되는 복지체계는 한계가 있다" "간병과 돌봄을 개인이나 가족에만 떠넘기는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여러 가지로 우리 사회에 또 숙제를 던지는 사건 같습니다. 다음 소식 전해주시죠.
◀김은혜 기자▶
삼성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면서포스트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6년 만의 '가을'은 너무나 짧았습니다.
◀영상▶
삼성라이온즈파크 시대 첫 가을야구로 기대와 관심을 모았지만, 삼성의 포스트시즌은 너무 빨리 끝나버렸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번 플레이오프는 3전2선승제로 단축됐는데요,
전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타이밍이 있는 3선승제와 달리 2선승제는 무게추가 한번 기울어지니 되돌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이겨야 했던 1차전을 삼성은 4대 6으로 두산에 내줬고요, 2차전도 3대 11로 다소 무력하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앵커▶
지나고 나서보면 그때 그 순간이 아쉽고 그런데.. 결과론적인 얘기겠지만, 삼성의 경기에 아쉬운 점이 많았죠?◀김은혜 기자▶
1차전은 먼저 득점을 하고도 역전을 허용했고, 추가 득점으로 재역전을 할 수 있었던 여러 번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결국 패했고요.
2차전은 경기 초반부터 거의 매회 점수를 내주면서 따라잡기가 역부족이었습니다.
경기를 보기가 참 힘들었다, 이렇게 얘기하는 팬들도 계셨어요..
정규시즌 4위인 두산은 앞서 5경기를 치렀고 외국인 투수도 다 빠져 삼성의 한국시리즈행이 기대됐지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 보인 선수 기용이나 전략의 실패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왕조 재건이란 말이 많았지만 삼성라이온즈 선수 절반 이상은 왕조 시절을 경험하지 않은 선수들인데요, 큰 경기에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해 동안 선전하며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보내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삼성이 스토브리그를 어떻게 보내고, 내년에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지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이번 시즌은 라팍, 첫 가을야구 시대를 열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다음 시즌을 기대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소식은요?
◀김은혜 기자▶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잠시 쉴 수 있는 여유가 되기도 하고 잠시 필요한 개인적인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한데요.
12시 잠시 멈춤, 점심시간 휴무제가 곳곳에 도입되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경남, 부산 공무원노조는 내년부터 낮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을 전면 요구했습니다.
지방공무원 복무 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의 점심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로 돼 있습니다. 다만,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1시간 범위에서 점심시간을 달리 운영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고요.
대부분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민원실이 여기에 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 우리 지역에서도 있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경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3~14일 실시한 점심시간 휴무제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이 90%를 넘어 내년 1월 1일부터 휴무제 시작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앵커▶
점심시간 휴무제가 도입된 곳이 이미 있죠?
◀김은혜 기자▶
지난 7월에 광주광역시 5개 자치구가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점심시간 휴무점포를 도입한 은행도 있는데요.
사실 은행원이나 민원실에서 근무하는 분들, 10분 만에 후다닥 밥 먹었다, 밥 먹다가 뛰어 들어간다면서 고충을 토로하죠.
공무원노조 측은 공무원 휴식권 보장을 위해 점심시간 휴무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무인 민원기로 민원 업무 대부분은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고, 점심시간에 교대로 근무를 하더라도 요청 민원에 맞는 담당 공무원이 없으면 처리해 줄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반대로 그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각종 행정처리, 금융 업무를 봐야 하는 직장인들, 인터넷이나 무인 민원기 이용이 어려운 고령층은 점심시간에 안 되면 어떻게 하라고? 라며 난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에 앞서 노동자의 권리, 삶의 질을 보호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데요.
저는 이걸 보면서 병원 점심시간이 떠올랐거든요,
12시 반이나 오후 1시부터 2시 이렇게 하잖아요? 점심시간에 올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하면서 점심시간도 보장받는..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방법을 찾아서 너도, 나도 알차고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앵커▶
시행이 되면 처음에는 혼란이 좀 있겠지만 금방 나름의 조정기를 거쳐서 길을 찾아 나갑니다.
처음에 주 5일제 하겠다고 했을 때도 나라가 망한다고 한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마지막 소식 전해주시죠.◀김은혜 기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양의 아연을 생산하는 영풍 석포제련소가 공장 가동을 멈췄습니다.
지난 8일부터 영풍 석포제련소가 조업을 멈췄습니다. 1970년 공장 문을 연 지 51년 만에 처음입니다.
하루에 아연 천 톤을 생산하는 공장이 오는 17일까지 열흘간 멈추면서 600억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10일 조업 정지는 제련소 측이 공장 폐수를 낙동강에 흘려보낸 혐의에 대한 처분입니다.
◀앵커▶
폐수 방류가 적발된 게 2018년인데, 3년 넘는 법정 공방이 이어졌죠?
◀김은혜 기자▶
경상북도는 2018년 2월에 오염물질 배출 허용기준 초과, 방지시설 내 폐수 중간 배출 등을 적발해 20일 조업정지 행정 처분을 내렸습니다.
석포제련소가 조업정지 취소 행정심판, 이게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심까지 거치면서 조업정지는 10일로 줄었고 대법원이 제련소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앵커▶
제련소 측은 조업정지 기간에 설비를 교체하고 환경과 안전 특별교육을 하는 등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죠?
◀기자▶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상류에 있는데요. 안동 등 지역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상류 중금속 오염 문제, 어류 떼죽음 등의 원인으로 제련소를 지목해 왔습니다.
제련소 측은 폐수가 낙동강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무방류 시스템 설비를 늘리고, 지하수 차집 시설도 설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하지만, 지역 환경단체들의 반응은 싸늘하죠?
◀김은혜 기자▶
특히 더 싸늘한데요.
영남지역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석포제련소 공동대책위원회는 조업 정지 10일은 면죄부가 아니며, 지난 5월 무방류 시스템이 모든 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과대 홍보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공대위는 지난달에 제련소 1공장 폐수처리장과 저류조 사이에서 흘러나온 물을 떠 분석을 맡겼더니 카드뮴과 수은, 비소 등 기준치를 넘는 중금속 성분이 검출된 게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지하수 차집시설도 제련소가 낙동강을 사유화하게 한다면서 이전, 폐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석포제련소는 2019년에도 공장에 설치한 별도 배관을 통해 배수를 배출하다 적발돼 경상북도로부터 조업정지 60일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것도 지금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인데 결과에 따라서 또 멈출 수 있습니다.
환경단체, 인근 농민들의 불신은 그동안 반복돼 왔던 사고와 책임지지 않는 대응으로 커졌는데요. 환경오염 방지와 지역 주민의 건강보다 앞서는 가치는 없겠죠?
물, 땅 오염에 대한 명쾌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번 주 주목할 만한 뉴스 짚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