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흘째 폭우가 이어진 경북 북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죠,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까지 토사에 훼손될 뻔했습니다.
경북선은 철로가 유실돼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하천 8곳에 홍수특보가 잇따라 발령되는 등 폭우 피해가 이어졌습니다.
이 소식은 이도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안동 봉정사 극락전의 뒤편을 비추는 CCTV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세찬 비가 내리던 7월 10일 새벽 5시 30분쯤.
사찰 바로 뒤편의 축대가 단 4초 만에 완전히 무너져 버리면서 목조 건물을 덮칩니다.
이 건물은, 800년 전 고려시대에 지어진 걸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입니다.
무너진 토사가 봉정사 극락전의 바로 뒤편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흙이 조금만 더 내려왔다면 국가유산의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찰 관계자들은 폭우에 약한 목조 건물이라, 주변 축대를 더 견고하게 쌓아야 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두현 봉정사 주지 스님▶
"'우르르'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뭐 또 나무가 넘어가나보다 했거든요. 경내를 돌아보니까 극락전 뒤에 축대가 무너져서··· 극락전의 뒤편이라 부처님(불상이) 계신 바로 벽 뒤이기 때문에 위험했어요."
안동시는 긴급 복구로 추가 붕괴를 막고 사찰 주변 축대 전체를 재정비할 계획입니다.
◀권용근 안동시 문화유산시설팀장▶
"무너진 부분을 (보시면) 알겠지만, 뒤 채움석이 전혀 없습니다. 앞으로 복구할 석축 부분에 대해서는 뒤 채움석을 촘촘히 설치해 (폭우에 대비하겠습니다.)"
2023년 산사태로 스무 명 넘는 주민이 목숨을 잃은 예천의 산간지대 주민들도 뜬 눈으로 밤을 샜습니다.
특히 시간당 30mm가 넘는 비가 밤새 이어지면서 복구가 덜 된 마을 뒷산에서 돌들이 굴러 내려왔고, 마을 도로는 순식간에 계곡으로 변했습니다.
날이 밝자마자 마을 앞 하천들은 강둑을 위협했고, 경북 북부에서만 무려 8개 하천에서 홍수특보가 연이어 발령됐습니다.
특히 안동 길안천을 시작으로 상주 병성천, 의성 위천 등 5개 지점은 홍수경보가 하루 종일 이어졌고, 일부 지역은 제방 붕괴 직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홍규섭 상주시 화계교 인근 식당 운영▶
"하천 둑 옆에서 가게를 운영하는데 (인근) 논 쪽에 아침에 물이 많이 차 있었어요. 강처럼 돼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빠진 상태고요."
◀탁상찬 안동시 묵계교 인근 마을 주민▶
"길안천의 묵계교가 상판까지 물이 찼습니다. 차 가지고 묵계 2리 주민들 사는 곳까지 역수 해 마을까지 물이 들어왔어요."
열차 운행도 잇따라 중단됐습니다.
시간당 50mm의 폭우가 쏟아진 김천에선 경북선 철로가 여러 곳 유실되면서 운행이 전면 중단돼, 상주, 점촌, 예천, 영주의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영동선과 중앙선 열차도 일부 운행에 차질을 빚는 등 사흘간 이어진 300mm의 폭우가 지역 곳곳을 위협했습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최재훈 / 영상 제공 시청자 지효섭, 영주시청, 의성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