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대구·경북 수련병원들이 과별로 전공의를 모집했습니다.
이른바 인기 있는 과로 지원자가 몰리고, 일부 과는 미달 현상을 보이는 등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상황이 비슷한데요, 특히 소아과 지원자는 대구에서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의료공백에 따른 진료 차질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철우 기잡니다.
◀기자▶
대구 한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병동입니다.
이 병동 전체에 전공의가 4명인데 2023년에 모두 4년 차가 됩니다.
전공의가 줄어 50개가 넘었던 병상 수도 20개로 줄였습니다.
1년 차부터 4년 차까지 적어도 열 명가량 전공의가 있어야 하지만, 몇 년째 지원자가 없다 보니 나타난 현상입니다.
밤새 당직 근무하고도 퇴근이 쉽지 않을 정도로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김윤근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라고 하죠. 삶의 가치를 직업에서도, (수련 과정) 이후의 나머지 시간에서도 찾을 수 있는 (진료) 과를 많이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소아과나 바이털(생명을 다루는)과는 그런 게 없죠."
당장 2023년 소아과 전공의 지원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일 년 뒤 모집에서도 지원자가 없으면 전공의 부재로 진료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최희정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생아부터 청소년까지 다양한 연령대, 그리고 몸무게는 1kg이 안 되는 아이부터 100kg이 넘는 거의 성인을 넘어서는 영역까지 다양한 아이들을 보게 되는데 이런 아이들을 진료하는 데 있어서 성인에 비해 서너 배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의료) 수가는 1/3(에 불과하다)."
전국 모든 병원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 67개 수련 병원의 내년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충원율은 16%에 지나지 않습니다.
특히, 대구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이른바 선호도가 낮은 진료과에서도 정원 미달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 서비스 수준 악화는 물론 의료 공백으로 인한 진료 차질이 우려된다며 정부에 장단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용한 대구시의사회 기획이사▶
"전공의가 지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실하게 지원했으면 좋겠고 다른 과와 차별화한 차등화 정책을 해 주셨으면 좋겠고."
전공의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진료과 가운데 상당수가 수술이 많고 24시간 환자의 긴급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과들입니다.
이른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과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해질수록 그에 따른 피해는 의료서비스의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이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MBC NEWS 김철우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