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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8시간 노동, 40분 식사, 20분 휴식···"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

정부가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는 근로 시간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게 하겠다는 건데요, 노동시간을 줄이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사실상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장시간 과로와 단기간 업무 부담 증가로 재해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걱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미 '과로 사회'라는 겁니다. 물류센터 현장의 목소리는 어떤지 이창률 공공운수노조 쿠팡대구물류센터분회 분회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이창률 공공운수노조 쿠팡대구물류센터분회 분회장
먼저 쿠팡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쿠팡은 그룹인데요.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과 자회사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쿠팡 이츠라든지 라이더라든지 그래서 쿠팡 같은 경우에는 고객분들이 PC나 모바일로, 앱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사고 싶은 물건을, 제품을 주문하게 되면 그 제품을 고객분들에게 보내드리는 상거래를 하는 업체가 바로 쿠팡입니다. 그 쿠팡이 모기업이고요, 제가 근무하는 회사는 이 쿠팡의 물류 자회사입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린 주문한 온라인 건에 대해서 주문자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센터에서 재고 건을 찾고 그다음에 모아서 그다음에 포장을 해서 택배로 출고하는 단계까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라는 업체는요, 먼저 풀필먼트에 대해서 잠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예전에 물류 사업은 도심지 외곽지에 큰 축구장만 한 그런 시설을, 창고를 하나 지어놓고 유통사로부터 제품을 받아서 보관하고 있다가 내보내는 역할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물류 사업을 하는 업체가 자기 자본으로, 그다음에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직접 사서 자기 물류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을 받고 해당 건을 포장하고 출고하고 택배 배송까지 하는, 거기다가 광고까지 더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자기 자본이 확장이 되고 변화된 사업 형태를 하나의 묶음으로, 덩어리째로 풀필먼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사실 물류 업계에서는 풀필먼트에 대한 용어의 개념의 범위가 어디까지 되는지는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선이 그어져 있는 그런 상태는 아닙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여기까지를 풀필먼트라고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쿠팡 물류센터 노동과 노동자의 문제가 시작이 되는 부분입니다. 예전에 사람이 필요치 않던 사업 공간에 사업 부분들이 포장을 하고 진열을 하고 재고를 보관을 하고 있고 검수를 하고 이런 것들이 다양해지면서 노동력들이 더 추가로 필요하게 됐고, 거기에 맞는 노동 환경이 갖춰지면 되는데 제품들만 가득한 물류 창고의 환기 시설이며 냉난방 시설이며 휴식 공간 등등 노동력을 고려하는 필요성이 뭐가 있냐는 그런 예전 생각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자본은 진화하고 비즈니스 또한 진화하는데 노동자와 노동에 대한 가치관을 못 따라가거나 자본에서 따라가지 않고 있는 그런 상태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물류 업계를 '까대기'라고 부르면서 멸시하고 천대시해 오는 그런 과거의 가치관이 그대로 남아 있고요, 여기에 쿠팡과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의 IT가 결합한 현재에도 차별의 형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매일 하고 있는 출고 공정을 기준으로 설명을 드리자면요. 출고는 집품 작업과 포장 작업으로 나눠집니다. 2022년까지는 1일 8시간 기준 평균 3시간에서 3시간 30분 또는 4시간 2회 집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보통 6시간~7시간, 길게는 8시간의 집품 작업을 계속하게 됩니다. 만약 3시간을 하게 되거나 3시간 30분을, 두 개를 하게 되면은 그 남는 시간은 포장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반대의 경우에는 2회의 포장 작업을 하고 남는 시간을 집품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2023년부터는 인원을 아예 나누어서 8시간 동안 집품 작업만, 그리고 8시간 동안 포장 작업만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집품 작업의 경우에는 하루에 1만 8천 보에서 2만 보를 걸으면서 물품들을 집품을 하고 있는데요. 허리를 숙이거나 쪼그려 앉아서 그 주문된 물품을 끄집어내서 PDA를 통해서 토트에 담는 작업을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개당 단위 무게가 5kg~10kg 나가는 쌀 등의 곡류, 그다음에 저용량 샴푸, 세제, 락스, 간장 등의 14리터, 14kg 액체류 대용량 말통, 그다음에 요즘 고양이들 많이 키우시죠? 고양이들을 위한 에테라이트, 배변용 모래, 그다음에 단위 무게 10kg를 초과하는 우유와 두유, 그다음에 20kg의 박스 단위의 병, 음료수 등을 모아서 싣는 중량물 집품 작업도 매일 포함이 됩니다. 이렇게 중량물 집품 작업을 하게 되면 평균 120kg를 초과하는 작업이 되게 되는데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작업 배치를 하게 됩니다. 포장 작업의 경우에는 앞에서 말씀드린 집품이 되는 물품들을 들어서 포장 작업대에서 박스가 비닐에 넣어 포장을 하도록 작업 배치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하게 되면 당연히 근골격계와 심혈관계에 문제를 누적시키게 되는데요. 평균 3시간에서 또는 4시간 작업시간 동안 휴식 시간이 단 한 차례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 시간 동안은 집품과 포장 작업을 계속 해야 하고 앉지도 못하고 기대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서서 걸어 다니면서 집품을 하고 포장 작업을 해야 합니다. 화장실도 자주 가면 안 됩니다. 화장실까지 따라옵니다, 현장 관리자가. 그래서 퇴근할 때까지 8시간 노동, 40분의 식사, 20분의 휴식 시간이 쿠팡 물류 센터 노동자들의 매일의 전부입니다.

덧붙여서 일주일 기준으로 4일 출근과 2일 휴무, 3일 출근과 1일 휴무를 반복하다 보면 당연한 결과로 집품 작업으로는 하체, 포장 작업으로는 상체에 부담이 누적되고 피로도 역시 쉽게 쌓여서 약간의 외부적 충격에도 쉽게 업무상 사고 및 질병, 그리고 재해로 이루어져서 결국에는 산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쉬는 날에는 한의원을 포함한 병원 진료를 받고 있으며 내일을 위해 또 출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좁은 대구·경북의 노동시장이라는 현실에서 선택지가 없는 최저 시급 노동자들의 서글픈 미래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쿠팡은 대한민국 헌법, 노동법, 근로기준법 등을 지키지 않고 오직 자신들만의 자본과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 역시 당연하게 산업재해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2020년에는 239건, 2021년에는 332건, 2022년 8월 말까지 집계된 건수만 345건의 산업재해 건수에 달합니다.

지난 3월에는 산재보험료율이 낮은 업종으로 사업 등록을 변경하기 위해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하는 산재보상보험 사업 종류 변경 소송에서 패소를 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벌어졌습니다. 육상화물 취급 같은 경우에는 보험료율이 1,000분의 29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만약에 사업 등록을 변경하게 되면서 운수부대사업에서 서비스업을 하게 되면은 1,000분의 9의 보험료율이 적용이 되기 때문에 이 요율 변경을 통해서 사업 이익을 꾀하는 그런 아주 우스꽝스러운 재판이었습니다.

쿠팡은 2021년 22조 2천억의 매출을 올렸고 2022년 3분기에는 매출액 6조 8,383억 원, 영업이익은 137억 원, 당기 순이익은 1,215억 원에 이르는 흑자를 만들어냈습니다. 쿠팡 자본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 성장을 했습니다. 쿠팡 자본의 이러한 성장과 성공 기록, 그리고 고객들의 시간과 편리함을 서비스해 주는 저와 저희 같은 동료 노동자들이 일하는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는 8천 명을 뽑으면 6천 명이 나간다는 동종업계 최악의 퇴사율과 비정규직 고용률의 기록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과 노동 두 가지 측면에서 2관왕을 달성한 셈이죠. 쿠팡 물류센터 사측은 노동자에게 앞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 보장조차 무시하는 과로 노동을 시키고 있는 겁니다.

1년 365일 24시간 중단 없이 운영되는 물류 업계에서는 잦은 휴식 시간은 불가능하다고 사측에서는 주장하지만 노동력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한 여유 있는 일용직 노동력을 제대로 수급하지 않고 항상 타이트하게 가져가는 쿠팡 물류센터의 인력 관리 형태는 일용직으로 오랫동안 대구·경북에서 근무한 노동자들조차 한결같이 지적을 하고 있고 이 사실을 사측에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이런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지 않거나 외면하고 싶은 과로 노동에 대한 고의적인 의도이며 방치인 겁니다.

저는 쿠팡에서 일한 지 몇 년이 됐습니다. 일용직으로 시작해서 하루 평균 1만 8천 보에서 2만 보를 걸으면서 꿋꿋하게 출근을 하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여름과 겨울이 시작되면 다시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에는 스키복을 입고 내의는 두 벌을 입고 매서운 겨울 혹한의 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 일을 하는 게 겁이 나고 한여름 폭염에는 바깥 온도가 오히려 시원해서 땀을 식히던 모습이 이제는 걱정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시리고 손목과 팔꿈치가 아파서 잠을 설치고 소염진통제를 달고 살면서 쉬는 날에는 병원 가기 바빴던 시간을 보내면서 무표정하고 생기 없는 시설의 쿠팡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대구 물류센터를 포함한 전국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는 최저시급과 시급에 걸맞지 않은 고강도의 노동과 여름에는 냉방기가 없고 겨울에는 난방기가 없으며 출근하면서 휴대전화조차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고 근로계약서에는 개인 소지품 검사까지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개인별 급여 명세서 내역조차 공개할 수 없고 이를 지키지 않는 노동자들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되거나 퇴사를 시킵니다. 센터장의 지시와 그에 맹목적으로 따르기만 하는 현장 관리자들과 매니저들의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근거 없는 지시들과 자신들의 성경과도 같은 규정들의 집합체인, 하지만 정작 노동과 노동자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S.O.P라는 작업 공정 규정을 따르라는 목소리만 있을 뿐입니다. 산업재해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작업 중 다친 노동자에게 전화를 해서 출근을 강요를 하고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안전과 인권은 자본과 시스템, 그리고 S.O.P에 묻혀서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최저시급과 최저시급의 비정규직이라는 또 다른 차별과 더불어 노동자들을 매일 과로 노동의 현실에 버려두고 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는 작년 2022년부터 연장 및 특근을 대폭 감소를 해오다가 올해 2023년부터는 전혀 실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연장이나 특근의 상징적인 날짜, 매월 1일 정기 배송일조차 연장과 특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현풍 구지에 위치한 현풍물류센터의 가동으로 대구·경북권 전체가 물류 주문 물량의 분산이라는 결과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의 하락세입니다. 이제는 장시간 노동보다는 집중적인 노동 강도와 부족한 휴식 시간으로 인한 과로 노동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노동 시간 개악으로 노동 강도가 높고 휴식 시간이 부족한 노동시간이 집중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더없이 위험한 노동환경이 될 것입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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