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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검찰 징역 30년 구형에 법원은 '역대급 형량' 50년 선고했지만···40일 만에야 의식 찾은 피해자의 심경은?


일면식도 없는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원룸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성폭행을 시도하고, 이를 제지하던 여성의 남자친구까지 살해하려 한 20대 배달 기사에게 징역 50년이 선고됐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보다 월등히 높고, 살인 미수 사건에서 선고받을 수 있는 최대치의 형량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이번 사건이 끔찍하고 참혹했던 데다,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아직도 당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2023년 5월 13일 밤 11시쯤 20대 배달 기사가 대구 시내의 한 원룸으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뒤따라갔습니다.

이 남성은 배달하러 온 것처럼 행세하면서 여성이 집 현관문을 열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을 시도했습니다.

여성이 반항하자,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동맥 파열 등 전치 24주 이상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차를 주차하고 뒤늦게 들어온 남자친구는 이를 제지하다가 흉기에 마구 찔려 생사를 넘나들었습니다.


피해 남성은 취재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밖에서 놀다가 맛있는 걸 사서 들고 집으로 가다가 제가 차를 잠시 주차해 놓고 온다고 여자친구가 먼저 집에 올라갔어요."

"이성을 잃어버린 거죠, 그 상황에서. 여자 친구가 칼이 있다는 소리를 했는데, 집에는 진압할 수 있는 물건도 없었고···"

"제가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꼭 결혼해야 하는 사람이라서 이런 사람한테 이런 짓을 하는 건 정말···"

남자친구는 여자친구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습니다.

"경찰을 불러서 제압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당시에 제가 들어갈 때 여자친구가 칼이 있다는 소리를 했는데 제가 칼이 있다는 소릴 못 들었거든요. 제가 너무 화나서 그 소리가 안 들릴 수도 있잖아요. 그 죽어가는 사람(여자친구)을 제가 살리는 건데 어떻게 보면 제가 그걸 못 듣고 들어간 걸 수도 있지만요"


수도 없이 흉기에 찔린 남자 친구는 중환자실에서 과다출혈로 2~3차례나 심정지가 발생해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다가 40여 일 만에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인지 행동장애와 불면증 등으로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구지법 형사 11부 이종길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 및 살인 미수 등의 혐의로 배달 기사에게 징역 50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30년보다 이례적으로 높습니다.


이 판사는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인 집에서 생면부지의 피고인으로부터 끔찍한 피해를 입었다"라며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범행 4일 전부터 인터넷에 성폭행 사건들을 검색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흉기를 미리 구입하는 등 계획적이고 치밀함도 중형 선고의 이유입니다.

주우현 대구지방법원 공보판사는 "이번 사건은 피해 여성의 남자친구가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었던 큰 상해를 발생시킨 사건이다. 만약 사망의 결과가 발생을 했다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한 사건인데, 사망하는 결과까지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살인) 미수 범죄에 해당하여 최장 50년에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사안에서 범행의 잔혹성과 피해가 막심하다는 점 등의 여러 사정들을 고려해 범위 내에서 가능한 가장 무거운 형을 당한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이번 판결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취재진은 피해를 입은 남자친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일상생활 하는 데는 이제 지장은 딱히 없는 거 같은데 팔꿈치나 손가락 저림이 심해서 지금 일 자체를 못하고 있다. 돈을 벌 수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범행이 일어날 당시 남자친구는 일용직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조금만 열심히 올해까지 정상적으로 일했으면 정식 환경미화원이 될 수 있었는데 이런 불의의 범죄에 피해를 당한 겁니다.

예전처럼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지만, 환경미화원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피해 여성도 심리 상담을 받으며 상당히 힘겹지만,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피해 남성은 '앞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깨끗한 세상에 그런 범죄자가 있는지 상상도 못 했고, 그런 범죄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심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적어도 30년 이상 형은 받아야 한다"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 지금까지 쌓아온 일들이 한 번에 다 무너졌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치료비 부담으로 너무나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피해 남성은 "치료비가 제일 힘들었다. 가해자는 합의도 하지 않고 형만 계속 깎으려고 해서 화가 났었다"라고 했습니다.

자신도 힘든 상황에서 여자친구에 대한 걱정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당시 이성을 잃었으니까 기억이 없거든요. 그때 제가 어떻게 싸웠고 이런 기억을 여자 친구는 다 기억하니까, 여자친구가 계속 그때 상황이 떠오르니까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깨끗한 세상에 그런 범죄자가 있는지 상상도 못 했고, 그런 범죄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나라에서 심판을 해줬으면 마음이다"라며 "치료비 부담 문제를 잘 해결해 줬으면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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