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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KAL 858기, 공중에서 산산조각?···비상 착륙 가능성 높아

대구MBC 특별기획 'KAL 858기 실종사건, 국가는 없었다' 세 번째 시간입니다.


KAL 858기 실종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전두환 정권은 폭탄 테러로 공중에서 산산조각 났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대구MBC 특별취재단이 수중 촬영한 영상을 보면 KAL 858기가 바다에 비상 착륙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정 동체가 KAL 858기로 확인된다면 최대의 미스터리 항공 참사의 진실을 알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으로 기대됩니다.

KAL 858 추정 동체 날개에 붙어 있는 엔진, KAL 858 기종인 보잉 707-3B5C 엔진과 비슷한 모습
2020년 1월 4일 대구MBC 특별취재단이 미얀마 안다만 50미터 해저에서 촬영한 KAL 858기 추정 동체를 보면 비행기 날개에 붙어 있는 엔진의 모습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취재진이 항공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얻은 결과 이 엔진은 KAL 858기 기종인 보잉 707-3B5C의 엔진인 프랫 앤드 휘트니(Pratt & Whitney) 사의 JT 3D-3B와 매우 비슷한 모양입니다.

김성전 KAL 858기 유족회 고문은 "당시에 대한항공이 사용했던 P & W 엔진과 모양이 제가 볼 때는 똑같아요. 블레이드 모양을 보면 모든 것들이 707엔진 P & W 엔진과 일치한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의견을 물어본 전문가는 항공기 정비사와 조종사를 비롯해 모두 6명인데 이들 대부분이 보잉 707일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KAL 858기는 보잉 707기종으로 양 날개에 2개씩 모두 4개의 엔진을 가지고 있는데 촬영된 물체는 왼쪽 날개와 그곳에 붙어 있는 바깥쪽 엔진으로 추정됩니다.

최흥옥 전 건설교통부 항공사고 조사위원회 사무국장은 "지금 터빈엔진, 이러한 형태의 날개를 갖고 이러한 형태의 엔진을 갖고 이러한 형태의 비행기가 추락한 것은 사실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비행기는 분명히 707 대한항공 858편 비행기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KAL 858 추정 동체 촬영 지점 부근 해역에 항공기 추락한 것은 KAL 858기가 유일
추정 동체가 촬영된 지점의 부근 해역에 항공기가 추락한 것은 KAL 858기가 유일합니다.

취재진은 미얀마 안다만해역에서 일어난 항공기 사고가 얼마나 되는지 국제 민항기구의 사고 기록을 일일이 확인해 봤습니다.

그 결과 인도양에서 21차례의 항공사고가 있었고 이 가운데 미얀마 안다만해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모두 3차례였습니다.

두 곳은 대구MBC가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찾은 곳과 많이 떨어진 곳이고 나머지 한 곳은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추정 동체가 촬영된 지점 주변입니다.


대구MBC가 추정 동체를 촬영한 지점은 바로 858기 항로 아래쪽 바다였습니다.

1990년 3월 태국 어선들이 KAL 858기 잔해를 건진 곳도 대구MBC가 촬영한 곳 부근입니다.

여기에다 추정 동체가 KAL 858기와 같은 종류의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면 다른 비행기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비행기 날개에 붙어 있는 엔진···"공중에서 산산조각 났다면 형태 보존될 수 없어"
더욱 놀라운 것은 비행기 날개에 엔진이 붙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비행기가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났거나 자유 낙하로 떨어졌다면 이처럼 형체가 보존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학교 운항학과 교수는 "공중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고 추락하면 사실은 엔진이 사실 파일론(날개와 엔진을 연결하는 부분)에 장착되어 있는 것은 4개 정도의 볼트에 의해서 지지가 되는 거기 때문에 그것이 상당히 어떤 충격이 오면 떨어져 나가도록 설계가 되어 있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엔진이 윙(날개)에 붙어 있다는 가정을 하면 상당히 충격은 약했다고 볼 수밖에 없죠. 만약에 엔진이 붙어 있었다면 그러면 착륙 시도를 하는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공중 폭발로 비행기가 산산조각 났다고 전두환 정권이 발표한 내용과 완전히 다릅니다.

전두환 정권 "KAL 858기, 대규모 폭발로 추락···동체·유해 못 찾았다"
당시 정부는 KAL 858기가 대규모 폭발로 추락해 동체와 유해를 못 찾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대구MBC 특별취재단이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촬영한 지점 주위에는 비행기 잔해들이 직경 100미터 안에 대부분 모여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공중에서 폭발해 산산조각 났다면 잔해들이 이렇게 좁은 지역 안에 온전한 행태로 군집을 이룰 수 없습니다.

이종인 KAL 858기 수색단장은 "그냥 활강을 한 거예요. 엔진이 돌았든 멈췄든 최대한의 마찰, 충격을 줄이려고 비상착륙을 한 상태에서 거기서 스멀스멀하게 들어간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사고 조사 당사자인 미얀마 교통부가 국제민간항공기구에 보고한 조사 보고서에도 바다에 비상 착륙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있어 이런 추론을 뒷받침해 주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검은 연기를 내며 바다로 떨어지는 것을 봤다는 선원의 목격담이 기록돼 있습니다.


2004년 KBS 스페셜 'KAL 858기의 미스터리' 제작진이 확보한 목격자의 인터뷰에서도 이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 어부로 추락하는 비행기를 목격했다는 우뇨 씨는 "비행기는 크게 좌우로 흔들리며 떨어졌습니다. 날개에 불이 붙어서 크게 흔들리며 떨어졌습니다."라고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놀랍게도 당시 목격자가 추락하는 비행기를 봤다고 가리킨 지점은 대구MBC 특별취재단이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찾은 장소 부근입니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KAL 858기는 비행 중 폭발이 발생해 바다에 비상 착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비행기 바다 내렸을 당시 조종사·승객 생존했을 가능성 높아···동체 조사하면 '폭파의 비밀' 풀 수 있어
비행기가 바다에 내렸을 당시에도 조종사와 승객들이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성전 KAL 858기 유족회 고문(전 조종사)은 "잔해 상태를 보면 꼬리 부분이 먼저 떨어져서 안에 잠겨 있고, 그다음에 조금 떨어져 있는 부분이 앞부분 동체와 날개가 붙어 있다. 이거는 어떤 경우에 나타나느냐 하면 조종사들이 의도적으로 바다에 수중 착륙, 즉 디칭(수면 착륙)을 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형태라는 거죠."라고 밝혔습니다.


추정 동체가 KAL 858기로 확인되면 블랙박스와 동체에 대한 조사를 통해 왜 비행기가 추락했는지를 밝힐 수 있습니다.

폭탄 테러라면 어떤 종류의 폭발물이 어디에 설치되었고 어떤 식으로 파편이 날아갔는지 등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습니다.

대구MBC 특별취재단이 촬영한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살펴본 폭파 전문가인 심동수 교수(상지대학교 신에너지 자원공학과 겸임 교수)는 동체를 인양만 하면 이제 폭파의 비밀을 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심동수 교수는 "30년이 지나도 폭약 성분이 남아 있을 수 있고 (폭발물이) 터진 위치가 어디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 터진 위치에는 화약 흔적이 남아 있는데 거기에는 잔류물들이 남아 있어요"라고 밝혔습니다.

1990년 미얀마가 넘겨준 KAL 858기 동체, 국과수 감정했지만···폭발 물질 검출 안 돼
KAL 858기가 실종된 지 2년 반이 지난 1990년 3월 미얀마 어선이 KAL 858기 동체를 건져 올려 우리 정부에 넘겨줬습니다.

우리나라에 인도된 KAL 858기 동체에는 88올림픽 엠블럼과 영문으로 쓴 서울 1988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보조날개와 주 연료탱크와 같은 부품들도 많이 인양됐는데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잔해들이었습니다.

특히 창문 4개가 있는 비행기 뒤쪽 동체는 가로 8미터 세로 3미터 크기로 뜯긴 채 인양됐는데 이 부분은 승객들이 있었던 곳이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객실 선반에 폭탄을 두고 내렸다는 김현희의 말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잔해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발표대로 비행기 안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면 여기에 폭약 성분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 폭발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인 1987년 사고 직후 미얀마 화물선이 건진 KAL 858기의 구명정에도 폭발 흔적은 없었습니다.

김현희가 폭탄을 둔 곳과 5미터 거리밖에 안 되는데도 폭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KAL 858기에서 난 폭발은 정부가 주장한 것처럼 대규모 폭발이 아닌 이보다 작은 규모의 폭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사실 역시 앞에서 언급한 KAL 858기의 비상 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대목입니다.


동체 인양된 곳 주변 지역 수색 안 한 당시 한국 정부···동체까지 폐기 처분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당시 한국 정부는 이 동체들이 인양된 곳 주변 지역을 수색하지 않았습니다.

신성국 전 KAL 858기 시민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수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가 자료를 통해서 또 여러 가지 자체 조사를 통해서 확인을 했습니다"고 증언했습니다.

비행기 동체는 사고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민간항공기구는 항고 사고와 관련된 증거를 잘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는 미얀마로부터 넘겨받은 동체를 아예 폐기 처분해 버렸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이렇게 한 것일까?

아니면 정부가 너무 태만하다 보니 백 명이 넘는 국민들이 억울하게 죽어간 사건의 증거를 실수로 사라지게 한 것일까?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것은 보수 정권이나 진보 정권을 떠나서 진실을 규명하는 문제인데 진실에 불편한 진실이 어디에 있어요. 진실은 진실일 뿐이죠."라면서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추정 동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보름쯤 앞둔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KAL 858기 실종 사건.

전두환 정권이 제대로 된 조사와 수색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 지으면서 항공기 사고 역사상 최대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찾으면서 그날의 진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우리는 이제라도 사건의 진실을 담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KAL 858기는 오늘도 미얀마 안다만의 차디찬 바닷속에서 희생자들과 함께 귀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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