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 대구의 각 구·군 의회에서 집행부인 구청, 군청이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예산은 없는지, 부족해서 더 채워야하는 예산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 조정하는 게 의회 본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데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대구 동구의회는 동구청이 제출한 예산을 1원도 손대지 않고 마치 거수기처럼 그대로 통과시켰습니다.
윤영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윤영균 기자▶
대구시 동구의 한 아파트 진입로입니다.
'아름다운 동구 만들기'라는 사업으로 50m 벽화 작업에 2천만 원을 썼습니다.
어떤 동네는 2천만 원을 들여 봄꽃을 심고 2천만 원으로 가지치기를 한 동네도 있습니다.
낭비성 예산이란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윤영균)"대구 동구청은 올해 '아름다운 동구 만들기' 사업비로 동구의 모든 행정동 22곳에 각각 2천만 원씩 썼는데요.. 내년에는 한 동에 5천만 원씩, 모두 11억 원을 쓸 예정입니다"
◀인터뷰▶대구 동구 주민
"여기(벽화)에 2천만 원 투자했다면 좀 너무 과한데... 좀 그러네요. 다른 분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좀 보기 좀 그러네요."
"동구청은 이 사업을 포함해 내년에 7천669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겠다며 동구의회에 제출했습니다.
동구의회 상임위원회인 의회운영위원회와 기획행정위원회, 도시건설위원회는 이 예산안을 하나도 손대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켰습니다.
경제복지위원회에서만 단 한 건, 건물 한 곳의 간판 교체 비용 5천만 원에서 2천만 원을 깎은 게 전부였습니다.
전체 예산의 0.002%만 손댄 셈입니다. 그나마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된 뒤 삭감된 2천만 원은 다시 살아났고 본회의에서도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결국 당초 예산안 그대로 통과된 겁니다.
◀인터뷰▶대구 동구청 관계자
"사업비 삭감된 게 2천만 원인데 그게 이제 다시 예비비로 편성을 했거든요? 긴급하게 필요할 때, 급박하게 필요할 때 쓰려는 예비비 항목이 있는데.."
수많은 항목의 예산이 적절히 배정됐는지 검증 작업이 과연 있긴 했을까 의문입니다.
특히 올해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단체장의 불필요한 선심성 예산이 사용될 수 있는 시기여서 어느때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동구 의회의 무기력한 대처를 두고 의회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권상대 의원/대구 동구의회 부의장
"동구청장의 어떤 아량으로 준 예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선거를 앞두고 그런 눈치 보기보다는 이것이 제대로 된 예산이냐 아니냐를 잘 살펴보는 것이 구의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인데"
게다가 전체 열다섯 명의 의원 중 일곱 명, 예결위에서는 일곱 중 다섯 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을 견제하지 못해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영균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