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보호종을 대거 누락시키며 논란을 일으킨 '금호강 사색 있는 산책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재검토 결과, 대구 환경청은 거짓과 부실 작성이 아니라는 결론을 11월 20일 내렸습니다.
"미흡한 점은 있지만, 거짓·부실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금호강 팔현습지 산책로 조성 사업'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재검토 결과입니다.
법정보호종 출현에 시간·계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현장 조사에서 통상적인 주의 의무를 위반할 정도의 문제는 없었다는 겁니다.
환경단체 등은 즉각 반발하며 거짓·부실 위원회 결과를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환경단체는 "절차적 요식행위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면죄부를 줬다"고 강력히 반발하며 재심의를 요구하는 한편,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도 불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구환경청에 직접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재심의를 거듭 요청했습니다.
정수근 금호강 공대위 집행위원장 "재심의를 하지 말라는 법 있나요?"
대구환경청은 법에 따라 제대로 평가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권영창 대구환경청 환경평가과 과장 "개최해달라 요청하셨고, 법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했고, 결과를 저희도 수용한 거밖에 없는데···"
환경영향평가에서 3종만 발견된 법정보호종이 지역 환경단체 조사에서 13종이 발견된 건 조사 자체가 애초 부실했던 거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승렬 대구환경운동연합 의장 "달랑 2번 현장 조사하고 개발해도 좋다, 파괴돼도 좋다,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지요."
또 거짓·부실위가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용 절차에 그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습니다.
환경단체는 관련 제도가 2018년 11월 신설된 뒤 총 47건 심의 사례 중 해당 사업의 환경영향평가가 거짓·부실로 밝혀져 다시 평가를 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론에 떠밀려 개최된 이번 거짓·부실위조차 절차적 요식 행위에 불과했고, 환경청이 팔현습지 개발을 묵인· 방조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습니다.
박호석 금호강 공대위 공동대표 "금호강 르네상스라는 미명 하에 숨어 토건족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의무인 환경 보전은 않고 의무 없는 개발에 힘쓰고 있으니···"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 등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재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 등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해 팔현습지 산책로 사업에 대한 공방은 거세질 전망입니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은 '금호강 사색 있는 산책로 엉터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면죄부 준 대구지방 환경청'이라는 논평을 냈습니다.
이 의원은 "대구 3대 습지 중 하나인 팔현습지에 보도교 공사를 추진한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해당 사업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 법정보호종을 대거 누락시킨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대구지방환경청은 거짓과 부실 작성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엔 3종밖에 담기지 않았던 법정보호종이 지역 환경단체 조사에선 13종이 발견된 바 있다. 이게 거짓과 부실이 아니면 무엇이 거짓과 부실인 건지 대구지방환경청은 낱낱이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구지방환경청 측은 조사 방법과 횟수, 계절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법정보호종 수 차이로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이나 부실로 작성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만약 조사 방법과 횟수, 계절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면, 처음부터 4계절 조사를 했어야 한다"라며 "단 며칠만의 조사로 그 지역의 생물종 조사를 마무리해 놓고, 조사를 짧게 했으니 법정보호종이 적게 발견되는 건 당연하다고 결론을 내버리는 게 상식적인가? 법정보호종을 잘 감추기만 하면 추후에 다시 발견되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습니다.
이어 "이런 식이라면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을 지킬 수 없는, 거꾸로 개발을 허용하는 면죄부 발행용 제도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의원은 "대구지방환경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엉터리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협의해 준 책임이 큰데 이번에도 환경보호보다 거짓·부실 조사에 대해 눈감아주기를 택했다"라며 "금번 '금호강 사색 있는 산책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거짓‧부실 작성이 아니라는 발표에 대해 통탄을 금치 못하며 관련 기관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끝으로 "환경부는 대체 어떤 일을 하는 부서인가. 토목공사를 위한 면죄부를 발행하는 기관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존재 의미를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