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반으로 쪼개진 동대구역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 전부터 동대구역 앞은 둘로 갈라졌습니다.
동대구역 앞세워진 박정희 동상을 두고 찬반 맞불 집회가 열린 겁니다.
극우·보수 단체 등이 찬성 집회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과 시민단체 등이 건립 반대 집회를 했습니다.
오전 11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의 박정희 동상 불법 설치물 규탄 기자회견이 먼저 열렸습니다.
대구시당 허소 위원장 "독재자 찬양을 강요하면서 도시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인권 없는 독재국가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타락시킨 박정희 동상은 시민에 의해 반드시 끌어내려질 것입니다."
발언을 지켜보던 일부 시민들은 "다 치워라", "정체가 뭐야 저것들"이라며 삿대질하고, "저 XXX들"이라며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오후 12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의 박정희 동상 설치 반대 긴급 행동이 진행됐습니다.
내란 원조, 친일 독재 등이 적힌 현수막과 박정희 동상 절대 반대 피켓을 들었습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친일 부역자이자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한 내란 원조인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것은 민주주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정희 동상을 세우자고 한 홍준표 시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성종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박정희 동상을 통해서 보수 세력들의 결집과 대선 후보로 이렇게 나서기 위한 자기 힘을 모으려는 그런 획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20대 여성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홍예빈 대구 달서구 "(반대 이유는) 인민혁명당 사건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 희생됐던 특히 하루도 채 지나지 않고 죽어야 했던, 희생당해야 했던 그 여덟 명이 버젓이 있는데···"
반대 측 참가자가 집회 신고 장소를 벗어나면서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동상 건립에 찬성하는 구국 대구 투쟁본부는 태극기, 성조기와 함께 부국강병 박정희 정신을 이어가자는 현수막을 들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만세', '대한민국'을 함께 외쳤습니다.
박 전 대통령 덕분에 나라가 제대로 살 수 있게 됐다며 그의 공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정용해 대구 달서구 "역사를 보더라도 우리 박정희 대통령 위대하지 않습니까? 만약에 박정희 대통령이 없었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었는지.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잘 사는, 부강 나라인지 모르고···"
볏단 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반대 집회에 홍준표 시장 "시국 어수선하니 저 사람들 또 기승"
혼란 속 제막식이 시작됐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는 언제나 공과가 있습니다. 과만 들춰내지 말고, 공이 있다면 그 공도 기려야 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입니다."
3m 높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밀짚모자 아래 환하게 웃는 얼굴.
품에는 볏단을 한 아름 안고, 장화를 신었습니다.
디딤에는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동상 둘레석에는 '보릿고개 넘어온 길, 자나 깨나 농민 생각' '재임 18년 동안 모내기, 벼 베기를 한 해도 거르지 않은 대통령' 등 글귀가 새겨졌습니다.
제막식 참가자들과 구국 대구 투쟁본부는 환호했고,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행사장 밖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대 목소리를 두고 홍 시장은 소용없다고 말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요즘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까 저 사람들이 또 기승을 부리는 거예요. 신경 쓸 거 없어요. 저렇게 해 본들 아무 소용 없어요. 시민들은 70% 이상 찬성합니다."
박정희 동상, 법정 공방도···국가 철도 공단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vs 대구시 "아무 문제 없어"
문제는 이번 동상 건립이 적법한 절차를 거친 건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12월 13일 국가철도공단은 대구지법에 대구시를 상대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정부 소유인 동대구역 광장에 제대로 된 협의 없이 동상을 세우는 건 안 된다는 겁니다.
동대구역 광장은 '경부고속철도 대구 도심 2구간 건설사업'에 포함된 시설물입니다.
12월 23일 기준, 준공되지 않은 자산이라 국가철도공단이 대구시에 시설물을 넘기지 않은 상태입니다.
공단에서는 대구시에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네 차례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구시는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홍 시장은 동대구역 광장은 2017년부터 공단으로부터 관리권을 넘겨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115억을 들여 대구시에서 광장 조성을 해왔고, 대구시에 권한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5년 초가 되면 정산이 끝나고, 소유권은 대구시로 넘어온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불법이니 하는데 천만에! 우리는 적법한 시의 조례도 만들었고 여기 관리권이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법정 공방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동상 건립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동상 설치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지 않고요. 법률적으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 철도공단과 함께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논란 속 9달 만에···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우뚝'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은 홍 시장이 건립 의사를 드러낸 지 9달 만에 공개됐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3월, 페이스북에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은 어떨지 검토 중"이고 밝혔습니다.
당시 홍 시장은 "달빛 철도 축하 행사차 광주에 가보니 광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업적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며 "대구에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보이지 않아 참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입법예고, 조례안 제출, 시의회 통과까지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지난 5월, 대구시의회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했습니다.
의원 32명 중 31명이 찬성했고, 1명이 반대했습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시의회 방청석에 있던 시민단체 회원 중 일부가 의원들에게 조례 반대를 요구하며 소리를 지르다 퇴장당했습니다.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도 꾸렸습니다.
동상 건립을 두고 논란이 계속됐지만, 박 전 대통령 동상은 동대구역 앞에 우뚝 세워졌습니다.
시민단체는 동상이 철거될 때까지 동상 옆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12.3 내란 사태의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엄을 네 번이나 선포했던 박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