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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지방소멸대응기금은 구청장의 쌈짓돈? | 빅벙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021년 12월 7일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 기본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습니다. 지방 소멸이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중앙정부가 인구 감소 지역과 관심 지역에 지원하는 기금을 얘기합니다. 인구 감소 지역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하고 국고보조사업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는데요, 일자리 창출과 청년 인구 유입, 생활인구 확대 등 다양한 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해마다 1조씩 10년간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대구 서구·남구, 부산 동구·서구·영도구 선정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받는 곳은 연평균 인구 증감률, 인구 밀도, 고령화 비율 등 8개 지표를 기준으로 선정됩니다. 지원 대상은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15개 광역자치단체와 인구 감소 지역 89개, 관심 지역 18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선정됐습니다.

선정된 곳은 투자 계획서에 따라 차등 지원됩니다. 인구 감소 지역에는 2022년에 최대 120억 원, 2023년부터 최대 160억 원이 지원되고 관심 지역에는 2022년 최대 30억 원, 2023년부터 최대 40억 원이 지원되면서 전체 매년 1조 원씩 10년간 지원됩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대구는 대구 안에서 열악하다고 알려진 서구와 남구 2곳이 선정되었습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의 경우 회계가 2년씩 반영되거든요? 그래서 2년간 지원되는 금액은 대구 서구 140억 원, 남구 134억 원입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부산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동구, 서구, 영도구 이렇게 3곳이고요. 지원금은 부산 서구 140억, 영도구 126억, 동구 112억 원으로 모두 378억 원입니다"

2020년부터 수도권 인구, 비수도권 인구 추월
대구와 부산만 비교해 본다면 대구 서구와 부산 서구가 140억 원으로 가장 많고 부산 동구가 112억 원으로 가장 적습니다. 이런 지원금이 생긴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지방 소멸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방 소멸 문제는 얼마나 심각할까요?

천용길 뉴스민 기자 "2020년 기준 시도별 인구분포를 보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의 비율이 50.24%입니다. 이 말은 즉, 수도권 인구가 2020년부터 비수도권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했고, 이후에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입니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 인구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수도권 인구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여기에 더해 급속하게 출생률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2022년 3분기 합계 출생률은 0.7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03명 감소했거든요?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데다 출생률이 낮으니까 결국 가운데서 '샌드위치 효과'로 비수도권인 지방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겁니다"


대구 남구, 지방소멸대응기금 절반 이상 투입해 앞산 모노레일 건설
이런 상황에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자체에 단비와 같은 예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실제로 지방 소멸을 막는 마중물이 되고 있을까요?

대구 남구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사용해 앞산 모노레일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2022년과 2023년 대구 남구에 배정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절반 이상인 7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사실 구청장의 공약이었던 이 사업은 2019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지역발전 투자협약 공모사업에 신청했다가 탈락한 뒤 예산 확보 문제에 부딪혀서 무기한 보류된 사업이었습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대구 남구청은 원래 지역소멸대응기금에 14개 사업을 투자계획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예산이 삭감되면서 사업이 7개로 줄었고요. 문제는 7순위에 있던 모노레일 사업이 갑자기 2순위로 바뀌고 모든 사업이 거기에 집중됐다는 겁니다. 당초 행안부에 제출한 투자 계획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1순위 사업인 앞산 문화관광 일자리 플랫폼 구축에 배정됐던 지방소멸대응기금 금액은 75억 1천만 원이었는데, 현재 투자 계획서를 보면 5억 원밖에 배정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2순위였던 1인 가구 지원 플랫폼 운영 사업은 아예 사라졌습니다. 4순위와 5순위 사업도 당초 투자 계획서와 달리 증발했고요. 그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7순위였던 앞산 모노레일 관련 사업이 2순위로 가고 2022년~2023년의 기금 50% 이상이 그대로 배정되어 있습니다"

투자 계획의 우선순위는 용역을 맡겨서 정해졌지만, 이 순서가 다 뒤집히면서 구청장의 공약이던 7순위 관광 관련 사업이 사실상 1순위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구청은 지금까지 별다른 설명과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물론 구청장 재량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재량권이라는 말 자체에 구청장 마음대로 할 수도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보니 악용 가능성이 많지 않냐는 생각이 드네요"

대구·부산, 지방소멸대응기금 절반 이상이 문화·관광·건축 사업
다른 곳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어떨까요? 투자 계획서나 추진하는 사업들의 내용을 보면 역시 관광사업이나 건축사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구와 부산지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을 분석해 보니까 문화·관광 관련 사업이 약 23%, 건축 등의 사업이 약 34% 차지합니다. 결국, 대다수의 사업이 관광 위주거나 건축사업 등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건데요. 전국 상황도 비슷한 것이,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대구·부산 지역과 비슷하게 27%가 문화·관광 관련 사업이거든요? 이런 사업의 특징은 치적사업 혹은 단기간 보여주기식 사업이라는 거죠:"

천용길 뉴스민 기자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이 구청장의 공약과 겹친다는 거죠. 아까 앞산 모노레일 사업 이야기도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대구 남구의 경우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 7개 중의 5개가 구청장의 공약과 겹칩니다. 물론, 그 지역과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사업이 때마침 구청장의 공약과 맞아 들어가면 전혀 문제가 없죠. 그런데 대구 남구처럼 7순위의 사업이 이유 없이 갑자기 사실상 1순위의 사업으로 바뀌고 강력하게 추진 중인데, 하필이면 그게 구청장의 핵심 공약이라는 거는 생각해봐야 할 지점인 것 같습니다"


'구청장 공약사업'에 쓰이는 것 막기 위한 방법은?
지방의 소멸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지방소멸대응기금이 구청장의 공약사업으로만 진행되지 않도록 감사하거나 시정 조치를 하거나 하는 견제 방법은 없을까요?

천용길 뉴스민 기자 "기초지자체의 의원, 그러니까 대구 남구의회에서는 국비 사업에 대해서 견제할 권한이 없어요. 이렇게 견제받는 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구청장 재량으로 쓰고 공약사업, 치적사업에 몰두하는 거,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자치단체장이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견제 기구가 필요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조금 더 설명해 드리자면 국비 사업의 경우 나라에서 설계하고 지자체가 시행만 할 때는 견제할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이 사업의 경우 사업 설계나 기한 등을 지자체에 맡기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국비 차원이지만 이건 마땅히 기초의회에서 견제해야 하고 견제받아야 할 예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 67% "정부의 지방 소멸 대응 정책 효과 없다"
정부에서 이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을 때 원래의 취지나 사업의 목표, 방향은 무엇이었을까요? '인구감소지역 특별법에 따라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한 투자 계획과 연계하라' '청년 및 중장년 등의 정착 지원을 위해 일자리, 창업, 주거 등 관련 시책을 우선 추진하라' 등을 권고했습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결국,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역 주민을 위한 정주 여건 개선을 우선하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문제는 기초자치단체들이 정주 여건 개선과 상관없는 사업에 사용한다는 게 문제이죠. 부산 중구의 경우는 번화가에 분수대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게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투자계획을 한 사업인데 대구로 치면 동성로 한복판에 분수대를 설치하는 꼴입니다. 이게 주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국토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67%가 정부의 지방 소멸 대응 정책 효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정책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건데요, 효과가 낮은 이유를 보면 지역 현실과 괴리된 정책 추진이 47.8%, 수도권 집중 유발 정책 지속 추진 34.3%, 단기적 성과 추구 23.9% 등이거든요? 구청에서 이 사업을 했을 때 정말 지역을 위한 정책을 설계하지 않고 중앙정부의 취지에 맞지 않은 사업을 독단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이런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단기적 성과 위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 잡음이 나오는 배경에는 시작부터 설계가 잘못되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사업이 단기적 성과로만 평가하다 보니 지자체로서는 결국 성과 위주의 사업을 추진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10년간 지원된다지만 이런 거시적인 계획 사업은 10년이 결코 장기적이진 않거든요? 거기다 2년 평가를 거쳐서 단기적 성과를 보고 다음 지원금을 주다 보니 지자체에서는 단기적인 사업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거죠. 지원 조건을 보면 사업 방향이 주민 정주 여건 개선, 지역 청년 및 중장년층 일자리 창출 등을 우선순위로 둬야 하는데 단기적 성과를 내려니 관광이나 개발 사업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도입 현황 및 향후 발전방안에 관해 2022년에 나온 논문 하나가 있는데요. 지역 현장에서 지방재정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한 내용입니다. 여기 보면 '인구 감소나 지방 소멸은 그 지역에 올해 100억을 준다고 내년에 당장 성과가 나기 어렵다' '올해 기금의 성과 분석 결과가 안 좋으면 내년에는 받지도 못한다. 결국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는 사업에만 기금을 집행해야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지방 소멸을 방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내용이 있거든요? 당장 담당 공무원조차도 단기적 성과 내기에 급급한 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천용길 뉴스민 기자 "지방소멸대응기금 말고 지역상생발전기금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서울, 인천, 경기도 3개 지자체의 지방소비세 총액 중 5/11에 해당하는 35%를 지역상생발전기금으로 출연하는 것인데, 원래는 2019년까지였지만 10년 연장해서 2029년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이걸 보면 정부가 얼마나 땜질식 정책을 펼쳐왔는지를 알 수 있어요"

고령화·지역 소멸 막기 위한 해법은?
앞으로 고령화는 점점 심각해지고 지역 소멸은 가속할 거라는 것은 대부분 전문가의 일치된 전망입니다. 2년 단위의 눈에 잘 보이기만 하는 정책으로 이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요? 관광 위주의 사업으로 사람들을 유입하는 것도 좋지만 그 지역, 그곳에 사는 지역민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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