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날씨는 완연한 가을이 됐지만, 가을의 대명사 ‘단풍’이 아직 입니다.
2024년 설악산 첫 단풍은 10월 4일, 오대산은 지난 8일에 관측됐는데요.
설악산 첫 단풍이 10월에 든 건 2011년 10월 4일 이후 13년만입니다.
단풍은 보통 9월 말부터 고도가 높고 기온이 낮은 설악산부터 시작해 점차 내려오는데요.
단풍 시작 기준은 산 전체가 정상에서부터 20%가량 물들었을 때를 말합니다.
하지만 2024년에는 전국 단풍이 지각입니다.
심지어 아직 대구와 경북에는 첫 단풍이 들지도 않았는데요.
지각 단풍의 주된 원인은 지난 6∼8월 평균기온이 지난 10년(2009∼2023년) 평균보다 1.3도 정도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지각 단풍은 2024년 만의 일이 아닙니다.
1990년대와 비교해 팔공산의 첫 단풍 시기는 6일이나 지체됐고요.
기후 변화는 단풍 시작 시기를 늦추는 것뿐만 아니라 색도 흐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가을 단풍은 낮과 밤의 온도 대비가 커지고, 낮이 짧아지면서 나타나는데요.
더불어 최저 기온이 5도 아래로 내려가야 제대로 붉게 물듭니다.
가을로 접어들면 광합성을 담당하던 녹색 엽록소가 분해되고 안토시아닌이라는 붉은 색소가 생기기 시작하는데요.
노란색이나 오렌지색을 내는 색소는 이전부터 잎에 있다가 엽록소가 사라지면서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점점 가을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엽록소 분해와 붉은 색소 생산이 원활하지 못하면 단풍의 색이 연해지고요.
아예 물들 때를 놓쳐 ‘초록 단풍’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9월과 10월의 따뜻한 기온은 잎에서 붉은색을 띠는 안토시아닌 생산을 감소시켜 단풍의 색이 덜 밝을 수 있고요.
만약 가뭄이 심한 경우 다채로운 단풍 대신 잎이 바로 갈색으로 변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당분간 뚜렷한 비 소식 없이 일교차 큰 가을 날씨가 전망되는데요.
최근 잦은 연휴에 계속해서 맑고 청명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나들이 가시는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
가을 정취를 더해줄 오색빛깔 단풍까지 어우러지면 정말 좋을 텐데 지각 단풍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지각 단풍의 여파로 전국 지자체에서도 단풍 축제 기간을 변경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산림청이 예상한 올해 단풍 절정 시기는 10월 28~31일 사이로 전망됩니다.
여기서 단풍 절정은 첫 단풍 시작 후 약 20일 이후로 80%가량 물들었을 때가 기준입니다.
단풍아 조금 늦어도 좋으니 알록달록 예쁜 옷 입고 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