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대구 치맥 축제에 두 차례나 잇따라 방문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월 12일 강연을 위해 경북 경산에 있는 대구대학교를 찾았습니다.
강연의 주제는 '대한민국 미래 청년 그리고 정치'.
강연장에는 200여 명의 학생이 몰려 자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8월 13일 경북 경산에 있는 경일대학교 강연까지 포함하면, 이 전 대표는 최근 한 달 새 대구·경북 일정을 4차례나 소화하는 겁니다.
이처럼 대구 방문이 잦자 '2024년 총선 때 대구에 출마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 "서울 노원 병에 출마하겠다"
대구대 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표는 "기본 계획은 서울 노원구 출마해서 내가 나도 자랐던 노원구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 출마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다만 나중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속단할 수가 없다. 오히려 내가 속단하는 것이 혹시라도 장난을 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가능성도 닫아놓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대구뿐만 아니라 제주도도 나갈 수 있다. 어떤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겠다는 의미지, 지금 고려하고 있는 옵션들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대구에서 '나쁜 사람'과 붙겠다는 것은···
이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구에 출마한다면 나쁜 사람과 붙겠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특정인을 지칭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사실은 '나쁜 놈'이라고 했다. 나쁜 놈과 붙겠다고 했더니 이례적으로 아무도 말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번 김승수 의원이 '너무하시다' 이렇게 나한테 이야기했는데, 단 한 번도 김승수 의원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김승수 의원은 대구 국회의원 12명 중에서 좋아하는 의원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강대식 국회의원이 거론된 것에 대해서는 "강대식 의원은 나와 동지적인 정치 행보를 같이했던 분이다. 어려울 때 바른미래당으로 동구청장에 출마해서 어려운 선거를 치른 적도 있고, 무엇보다 나와 신의를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기에 그런 맥락에서 강 의원과 신의를 저버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TK 물갈이설·용산 측근 낙하산 설?
'대구·경북 물갈이설' 등 2024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서는 "지난 몇 번의 공천 동안 국민의힘 또는 보수정당에서 비우는 것에 주력하다 더 나은 것을 채우지 못했던 때도 있다"면서 "어떻게 비우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으로 채우느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비워야 할 것을 잘 골라서 비우고 좋은 것을 채울 수 있는 기획을 한다면 그것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어느 당이라도 지역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개각에 대해서는···
이 전 대표는 교체설이 나오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고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가 '항명' 논란에 휩싸인 해병대 박정훈 전 수사단장을 언급하면서 "이종섭 장관이 대통령의 명을 전달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을 하게 된다"며 "이 사태의 책임을 국방부 장관이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에서는 탄핵에 나서려고 하는 상황인데 탄핵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가 그래도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해서는 "김행 전 비대위원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성 정책을 했다고 보기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양성평등교육원장을 한 이력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보수 정당에서 여가부를 사실상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현 김현숙 장관도 여성계 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여성인 경제학자 정도의 위치다"라면서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다면 업무를 재조정하거나 부처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밝혔습니다.
공천 앞에서는 그저 당원 중 한 사람?
전국 곳곳을 돌며 행사 참여나 강연을 이어가는 이 같은 이준석 전 대표의 행보는 2024년 총선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됩니다.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는 총선 3개월 전인 2024년 1월에 풀립니다.
정권 실세와 큰 마찰 끝에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 전 대표가 총선에서 대구 출마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보수층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