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6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비상문이 착륙을 앞두고 213미터 상공에서 열렸습니다. 항공기 안으로 거센 바람이 들어온 상황에서 승객들은 비상구 반대쪽으로 몸이 기울어진 채 힘겹게 버텨야 했습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순간에 승객들은 공포에 떨었습니다.
탑승객 "뭐가 빨려 나가는 것처럼 벌어진 문틈에 끼인 것처럼···"
강한 진동과 폭발음이 들리면서 기내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아시아나 탑승객 "비행기가 엄청나게 흔들렸고···그때 순간적으로 창문을 봤는데 상당히 높아서 '이거는 무조건 죽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고···"
비행기는 날개 뒤쪽 비상문이 열린 채 3분가량 비행한 끝에 대구공항에 착륙했습니다. 학생을 포함한 탑승객 9명은 과호흡과 어지러움, 손발 저림 등을 호소하며 착륙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아시아나 탑승 학생, 탑승 교사 "메스꺼워요. (속이) 메스껍대요."
당시 항공기에는 승객 197명과 승무원 6명 등 203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5월 27일부터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초·중학생 60여 명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문을 연 건 비상구 쪽에 앉아 있던 30대 남성으로 확인됐습니다.
아시아나 관계자 "비상구 옆에 앉으신 고객님이 문을 열어서 이분이 문을 열어놓고 뛰어내리려고 시도했나 봐요."
비상문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이 씨는 착륙 안내 방송이 나오자 갑자기 비상문 손잡이를 당겨 문을 열었습니다. 3분가량의 공포의 비행 뒤 항공기가 무사히 공항에 내리자, 이 씨는 돌연 벨트를 풀고 비상구 밖으로 뛰어내리려 했습니다. 승무원들과 승객들이 키가 185센티미터가 넘는 거구인 이 씨의 행동을 막았기에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박시찬(아시아나 탑승객) "착지(착륙)를 하자마자 승무원분들이 벨트를 풀고 먼저 그 자리로 가셨어요. '위험하니까 물러서십시오' 이런 말도 하셨었고 승무원분들이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를 계속 외치셨거든요. 그래서 저도 뛰어가서 당겼죠."
한동안 진술을 거부하던 이 씨는 "스트레스와 답답함 때문에 빨리 내리고 싶어서 비상문을 열었다"고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은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하고, 범죄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뻔한 중대한 사안인 데다, 이 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최근 실직 후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여객기 비상문 강제 개방 직후 아시아나항공 대처는?
여객기가 비상문이 열린 채 대구공항에 착륙한 뒤 아시아나 항공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비행기에 내린 한 승객은 대구MBC에 제보를 했습니다. 이 덕분에 대구MBC 기자들이 관련 내용을 취재할 수 있었고 최초로 사건 소식을 보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는데요. 제보자인 권근환 씨가 대구MBC와 인터뷰를 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대처 미흡을 지적하자 마녀사냥식 비방 댓글이 SNS에 쏟아진 것입니다.
권근환(아시아나 탑승객) "그러니까 제가 딱 느낌에 대구 상공 진입했고요. 거기 제가 딱 창문을 봤을 때 구름이 보였거든요? 제 생각에는 경산쯤 되지 않았나"
기자 "착륙하는 단계네요?"
권근환(아시아나 탑승객) "네, 어쨌든 고도가 낮아지는 단계였죠. 그러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한 30초에서 1분만 더 빨리 열렸으면 그때는 아마 제어가 전혀 안 됐을 거다, 비행기가. 그러니까 이거는 지금 상상도 안 된다, 지금"
기자 "안에 그 당시에 열리면서 어떤 현상이 있었습니까?"
권근환(아시아나 탑승객) "열리니까 저는 사실 폭발하는 줄 알았어요. 너무 소리가 커서 '뻥' 하길래. 그래서 엔진이나 이런 게 터졌구나"
기자 "'뻥' 하는 소리가 얼마나 굉장히 큰 소리였습니까?"
권근환(아시아나 탑승객) "이거 폭발음인 줄 알았어요, 저는. 저는 그쪽에 (문이) 열렸다고 생각을 안 하고 꼬리 쪽 부분이 파손됐거나, 하여튼 저는 폭발을 했거나 그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소리가 컸어요"
기자 "그러면 그게 착륙하기 바로 직전 한 2분?"
권근환(아시아나 탑승객) "2~3분, 3분, 2분~3분"
기자 "2~3분 안에, 그러니까 그럼 안에 이제 난리가 났겠네요, 그 안에는?"
권근환(아시아나 탑승객) "그러니까 되게 웃긴 게, 제가 아는 일행은 앞에 탔어요. '뻥' 소리 나길래 뭐가 폭발했거나 아니면 맨 앞에 탄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대요. 저기 뒤에서 누가 승객이 난동 부려서 난리가 났는가 보다. 그래서 뭔가 싶어 가려고 하니까 승무원이 제지를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웃긴 건 뭐냐 하면, 제가 지금 왜 이걸 제보하게 됐냐면 조치가 없어요, 조치가. 나는 이 생각까지 했어요. 이거 비상문 안 닫으면 착륙이 어렵겠구나. 가서 나라도 닫아야 하나? 그런 판단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내가 승무원들 얼굴을 봤거든요. 가만히 앉아 있어, 완전 겁에 질려 가지고. 그냥 자포자기 상태야, 승무원들도"
기자 "승객들은 어떤 상황이었어요?"
권근환(아시아나 탑승객) "우리 쪽에 타는 데는 완전 비명 지르고 난리났죠. 딱 착륙 무사히 했을 때는 막 박수치고 기도하고 난리도 아니었죠. 완전히 재난 영화예요, 그냥"
아시아나항공 측은 비상문을 연 30대 남성이 비행기 밖으로 뛰어내리려 하자 승무원과 승객이 제압하고 착륙 직후 경찰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항공사 측의 설명과는 다른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비상문을 강제로 연 이 씨는 착륙 후에도 상당 시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비상문이 어떻게 열렸는지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피의자를 놓칠 뻔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자 "바로 체포가 이뤄졌습니까?"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네, 네, 그럼요. 저희는 경찰에 인계를 할 때까지는 우리가 보호를 하고 있어야 하잖아요.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이 왔을 때 바로 넘겨줬죠."
그런데 10여 분 뒤인 낮 1시 3분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확인됩니다. 경찰에 체포됐다는 남성이 대구공항 청사 밖 버스 정류장에 혼자 앉아 있다가 촬영된 겁니다. 이 남성이 비행기에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 했던 탑승객 중 한 명인 권근환 씨가 직접 목격하고 촬영한 사진입니다.
권근환(아시아나 탑승객) "그 실신했던 승객이 벤치에 앉아 있는 거예요. 그 벤치 앞에 공항버스가 서는 시티투어 버스가 서는 그 벤치였어요. 저 사람이 왜 저기 앉아 있지?"
경찰에 확인한 결과 사진 속 인물이 비상문을 연 남성이 맞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도주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이 남성은 마침 승객들 상태를 확인하던 아시아나항공 직원이 가까이 다가가자 비상문 레버를 작동하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면서 덜미가 잡혔습니다.
권근환(아시아나 탑승객) "그 사람은 사진에 보다시피 누워 있어요, 배를 까고. 그리고 승무원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많이 놀라셨죠, 너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얘기를 5번 6번(했어요)"
경찰에 확인한 결과 아시아나항공이 최초로 신고한 시각은 낮 1시 20분쯤입니다.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시작한 낮 12시 50분으로부터 30분이 더 지난 뒤였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이 남성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공항 밖에 있을 때 찍힌 사진이 있다고 취재진이 밝히자 말을 바꿉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그때만 해도 이 손님이 문을 연 거는 몰랐어요. 그냥 이 손님이 비상구 바로 앞에 있으니까 이상 상태가··· 너무 놀라서 뛰어내리려고 해서 이제 승무원이 잡았고···"
비상문 고의 개방을 막지 못했고 그 사실조차 몰라 눈앞에서 놓칠 뻔한 겁니다.
권근환(아시아나 탑승객) "그리고 당연히 구조 상황이었지 그게 제압 상황이 아닙니다. 절대 제압 상황이었다면 제가 알기로는 저도 법을 전공이고 대충은 압니다마는 바로 긴급 체포가 이루어졌어야죠"
사고 직후 상당수 언론은 승무원의 '영웅담'으로 미화
5월 28일 한 언론사의 첫 보도로 많은 언론사가 기사와 함께 실은 사진에는 비상문이 열린 곳에 한 승무원이 팔을 벌리고 출구 쪽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 사진을 근거로 착륙하기 직전이나 착륙해서 완전히 멈추기 전, 온몸으로 추가 피해를 막았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애초 활주로에서 이동하는 중 촬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이제 완전히 비행기가 멈출 때까지 그 뒤부터 멈출 때까지 그렇게 승무원이 막고 있었다."
하지만 승무원들과 함께 피의자가 비행기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은 승객 권근환 씨가 비행기가 달리던 중 기내에서 촬영한 사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안전 바는 내려와 있지만 누구도 문 앞에 서 있지 않습니다. 또한 누군가 멀리서 촬영한 이 사진에는 승무원 외에 누구도 보이지 않습니다. 대구문화방송 취재진이 다시 확인하자 아시아나항공 측도 이런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그런데 약간 (기사) 쓰신 분 중에는 기사 중에는 비행 중에 착륙 전에 그렇게 했다고 나오는데 정확한 거는 착륙한 후에 뛰어내리려는 손님을 막고 난 뒤에 그 뒤에 이루어진 일이에요."
취재진은 취재 끝에 비상구뿐만 아니라 여객기 옆모습이 함께 찍힌 사진을 확보했습니다. 바퀴는 고임목으로 고정돼 있고 공항 관계자도 비행기 바로 아래 서 있습니다. 적어도 비행기가 완전히 멈춰 서 있는 상태에서 촬영한 것이 명백합니다. 더구나 활주로를 이동하는 비행기에 있는 승무원의 모습을 먼 거리에서 촬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구공항 관계자 "(사진 출처가) 대구공항 관계자라고 했는데 어떤 루트를 통해서 갔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시아나항공도 대구공항 관계자인 거잖아요. 다른 항공사일 수도 있고 아시아나항공일 수도 있고···"
누군가 특정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사진 일부만 제공한 건 아닌지 최초 보도한 언론사에 물어봤습니다.
첫 보도 언론사 기자 "저희는 다른 분을 통해서 받아서 그분이 자기 신상이나 이런 것을 절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을 하셔서 제보자께서 그렇게 말씀을 전해주셔 가지고···"
비상문을 온몸으로 막았다는 이런 보도들 때문에 비상문 개방을 막지 못했던 아시아나항공이 오히려 영웅으로 대접받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처음에 항공 사건에 대한 대처를 잘했다는 언론 보도가 도배를 하다시피 하면서 긍정적인 여론이 많이 형성됐습니다. 그렇지만 대구MBC 보도 이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여론은 반전됐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측이 피의자가 비상문을 연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힌다는 반응들이 다수였습니다. 어떻게 항공 테러와 같은 범죄가 일어났는데도 그런 일이 일어난 사실조차 모를 수 있냐는 것입니다.
아시아나항공, 119 구조 요청과 경찰 신고도 늦어
그런데 아시아나항공 측은 119 구조 요청과 경찰 신고도 늦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시나아항공 탑승객이 5월 26일 낮 12시 53분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촬영한 사진에는 수하물을 내리기 위한 차량만 보일 뿐 환자 치료나 이송을 위한 119구급차는 보이지 않습니다.
권근환(아시아나 탑승객) "구급차가 한 대도 없길래 그 사진을 찍은 거라고요. 그런데 그게 53분, 그렇다면 거의 10분 이상의 시간 동안 뭔가 조치가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그 조치가 뭐냐, 적어도 다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다른 탑승객들도 기내에서 환자가 발생했지만 내릴 때 구급차는 없었다는 일치된 진술을 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최초로 119에 구조를 요청한 시각은 낮 1시 5분입니다. 승객이 내리기 시작한 12시 50분으로부터 15분이 지난 뒤입니다.
오마이뉴스 기자 "이게 엄청난 사고였다면 이게 좀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요?"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그런데 일단 그건 가정이고요. 가정이잖아요. 실제로는 정상 착륙을 했고 무사히 착륙을 했고 저희도 이제 그 상황을 다 컨트롤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에 (크게 늦은 것은 아니다)"
피의자가 비상문을 열었다고 말한 것을 듣고도 아시아나 측은 10분 이상 지난 뒤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MBC에 보내온 타임라인에는 "낮 1시 3분 이후 '손님이 항공기 문을 열면 어떻게 되냐' '내가 열었다'는 식으로 말함에 따라 직원이 이상함을 느낌"이라고 돼 있습니다.
아시아나 측은 그 뒤 낮 1시 10분쯤 피의자를 사무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10분이 지난 낮 1시 20분쯤에야 사무실을 찾은 지구대 경찰에게 신고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오히려 진짜 이 손님이 어떻게 보면 도주하려고 하는 걸 저희 직원이 진짜 기지를 발휘해서 잘 막은 거죠."
비상문 강제 개방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후 대처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권근환(아시아나 탑승객) "만약에 피의자였다면, 피의자임을 인식했다면 바로 긴급 체포가 이루어졌어야 해요. 그리고 그 사람이 만약에 피해자였다면 그 사람에 대한 구호 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그 두 가지가 전혀 안 됐다는 거죠"
오마이뉴스에서 이런 경우에 대비한 매뉴얼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없다"였습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이게 아마 전 세계 항공사에서도 승객이 비상문을 열었을 때 매뉴얼이 있진 않았을 거고 이런 긴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일단 저희 승무원들이 했던 조치들이 다 맞는 건데···"
오마이뉴스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한 직후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부적절한 대처라는 지적과 관련해 질문지를 보내면 공식적으로 답하겠다고 했지만, 답변서에는 이 부분은 아예 빠졌습니다.
항공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책은 어떻게?
다시는 이런 아찔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사건의 경위와 원인을 정확히 짚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비상문이 열린 고도와 시점이 중요합니다. 경찰은 착륙하는 여객기에서 비상문이 열린 고도가 224미터이고, 시속 260km로 비행 중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비상문이 열린 시각은 5월 26일 낮 12시 37분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 시각은 비상문이 열린 정확한 시점은 아닙니다. 37분부터 38분 사이라는 얘기입니다. 경찰은 아시아나항공 측으로부터 비행 기록 장치를 넘겨받아서 수사를 했는데요. 수사 중이라서 정확한 시간을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비상문이 열린 시점을 항적 추적 사이트를 통해서 추정해 봤습니다.
'Flightradar24'라는 항공기 비행 정보를 제공해 주는 스웨덴의 권위 있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도에 실시간 상용 항공기 비행 정보를 보여줍니다. 여객기의 운항 정보, 출발지 및 목적지, 항공편, 항공기 유형, 등록 번호, 위치, 고도, 표제 및 속도 등이 포함됩니다.
취재진은 비상문이 열린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검색해 봤습니다. 비상문이 열린 고도인 224미터는 735피트인데요. 사이트에는 고도 775피트와 650피트에 대한 기록만 나와 있습니다. 비상문이 열린 고도는 775피트와 650피트 사이인데요, 고도 775피트를 비행할 때 시각은 협정세계시, 즉 UTC로 3시 37분 21초입니다. 한국 시각은 9시간을 더하면 되는데요. 12시 37분 21초입니다. 650피트는 12시 37분 29초입니다. 그러니까 비상문이 열린 시각은 그사이가 됩니다.
비행기가 고도 775피트에서 650피트로 하강하는 데 8초가 걸렸으니까 1피트당 0.064초가 걸린 셈인데요. 그래서 비상문이 열린 고도인 735피트의 시각을 구하면 12시 37분 23.56초가 나옵니다. 이 시각은 비행기 안에서 비상문이 열린 직후 모습을 촬영한 승객 박 모 씨의 촬영 정보와도 일치합니다.
박 씨가 촬영을 마친 시각은 12시 38분 정각이고 동영상 길이는 19초입니다. 따라서 촬영이 시작된 시각은 12시 37분 41초인 셈인데요. 박 씨는 비상문이 열리고 10여 초 후에 촬영을 시작했다고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이 증언대로라면 12시 37분 21초에서 12시 37분 31초 사이에 비상문이 개방된 것입니다. 취재진이 계산한 시각을 경찰에게 물어서 확인한 결과 거의 비슷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에서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진 점은 비행 중인 여객기의 비상문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열릴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여러 증언을 종합해 보면 피의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한 채 비상문을 열었다는 것인데요. 이번에 비상문이 열린 비행기의 기종은 A321-200시리즈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해당 기종은 사고를 낸 승객의 바로 앞에 승무원이 앉는 구조가 아닌, 대각선 맨 끝에 승무원이 앉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비행기는 항공기 고도에 따라 기내 압력을 조절하도록 자동 설정돼 있으며 항공기가 높은 고도에 있을 때는 문을 열 수 없지만 고도가 낮아져 착륙할 때가 다가오면 문을 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전했는데요, CNN은 항공 전문가 제프리 토머스를 인용해 이 사건을 "매우 기괴한 사건"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토머스는 CNN에 "기술적으로 비행 중에 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기류를 거슬러 문을 열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믿기 어렵지만 어찌 됐든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비상문이 열린 고도'가 얼마인지가 사건의 원인을 밝힐 수 있는 핵심 포인트인 셈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뒤에 아시아나항공은 고도 213미터에서 비상문이 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비행기록장치의 데이터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경찰이 아시아나항공 측으로부터 비행기록장치를 넘겨받아 수사한 결과는 224미터였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표한 고도보다 11미터가 더 높았는데요. 왜 아시아나항공 측은 비상문이 열린 순간의 고도를 더 낮게 발표했을까요? 전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항공 사건인데 단순한 실수로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사건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는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해서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비상문이 열렸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아시아나항공 측은 없다고 밝혔는데, 이런 해명이 사실인지 여부도 반드시 밝혀내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가 발생했는데도 왜 늑장 구조 요청을 했는지, 또한 피의자가 비상문을 열었다고 아시아나항공 측 직원에게 밝혔는데도 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10분 뒤에 알렸는지 등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는 희한하게도 많은 언론이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지 않고 사실과 동떨어진 미담과 영웅 만들기로 국민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항공 사건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경위와 원인을 밝히고 재발을 막는 후속 조치가 중요하고, 언론 역시 사건의 본질을 분석하는 책임감 있는 보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심병철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