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공권력 충돌···대구시 vs 경찰
약 1년 전, 2023년 6월 17일입니다.
대구 퀴어 문화축제가 대구 도심 한가운데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렸습니다.
해마다 해오던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홍준표 시장이 불법 도로점용이라며 공무원은 약 500명 동원해 행정대집행을 하며 막아섰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무원을 경찰이 다시 막아섰습니다.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인데, 방해해서는 안 된다'라는 게 경찰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렇게 도심 한가운데 도로 위에서 경찰과 대구시 공무원이 대치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1시간가량 그렇게 뒤엉켜 소동이 벌어졌다가 대구시 측에서 해산하며 일단락됐는데요.
경찰 vs 대구시 공무원, 사상 초유의 공권력 사이 충돌 사태였습니다.
법원까지 가게 된 간 공권력 충돌의 여파
초유의 공권력 충돌 사태 여파는 작지 않았는데요.
여기에서는 민사 소송만 중점적으로 다루겠습니다.
퀴어 축제 조직위 측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했습니다.
행정대집행으로 행사를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했고 홍 시장이 SNS에 올린 글 때문에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였습니다.
대구지법 제21 민사단독 안민영 판사는 "대구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가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 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홍준표 시장의 페이스북 게시글과 관련한 모욕과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손해배상 금액을 4천만 원 청구했는데 700만 원만 산정한 건, 축제가 한 시간가량 지체됐지만 열렸다는 점 등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조직위원회의 일부 승소 판결입니다.
일부 승소이긴 하지만, 대구시 행정이 부당하다는 걸 법적으로 확인한 매우 의미가 큰 판결입니다.
퀴어 축제 조직위 승소, 어떤 의미?
이번 판결은 민사입니다만, 이와 관련한 형사 소송도 있습니다.
조직위가 대구시를, 대구시는 경찰을 상대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현재까지 이렇다 할 수사 진행 상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법원이 대구시 행정을 부당함을 인정했으니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판결이 나온 직후 배진교 대구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의 말입니다.
"검찰에도 좀 더 소(수사)를 빠르게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드릴 예정이고요. 그리고 오늘 이 (법원) 판단에서 대구시가 대구 퀴어 문화축제의 집회를 방해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앞으로의 어떤 (퀴어 축제) 진행에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집회의 자유의 중요성을 확인한 판결
이와 함께 국가 폭력을 인정한 판결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퀴어 축제 조직위 측 장서연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구 퀴어 문화축제 이외에 최근에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점점 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공격 침해 방해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이 집회의 자유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확인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하고요."
조직위 측은 일부 승소했지만, SNS를 통한 모욕과 명예훼손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서는 판결문을 받아본 뒤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시 역시, 판결문이 나오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법원의 판결···홍준표와 대구시는 사과할까?
퀴어 축제 충돌 이후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는 경찰의 잘못이라며 맞고발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대구 경찰의 대구시청 출입마저 차단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적법하게 신고한 집회에 행정대집행으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홍 시장과 대구시로서는 조금 부끄러워진 상황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논란과 갈등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 아니면 유감 표명이라도 할까요?
글쎄요.
그간의 성향이나 모습을 보자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만, 일단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