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지역 아파트 매매 가격의 폭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최고가와 비교해 60% 가까이 떨어진 단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023년에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가격 하락세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이 자리에 취재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손은민 기자,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학원들이 밀집해 있고 학군이 좋은 대구시 수성구의 한 아파트 단지의 전용면적 75제곱미터 아파트는 지난 11월 21일 6억 4천여만 원에 팔렸습니다.
최고가였던 2020년 10월의 13억 9천만 원과 비교하면 53.5%나 떨어진 것인데요.
이는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정보시스템에서 확인된 내용입니다.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의 전용면적 59제곱미터 아파트도 지난 11월 29일 2억 원에 매매되어 최고가였던 2021년 7월의 4억 6,500만 원보다 57%의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밖에도 대구시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의 전용면적 75제곱미터 아파트도 11월 25일 3억 4,500만 원에 거래되어 최고점인 2020년 12월의 6억 5,800만 원과 비교해 47.5%가 떨어졌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대구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지난 11월 -2.09%를 기록해 2022년 들어 가장 많이 떨어졌습니다.
2022년 들어 누적 하락률은 -9.2%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5월부터 매매가격지수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앵커▶
손 기자, 실거래가격이 이렇게 하락했지만 실제로 이 시세에 내놓은 매물을 찾아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많이 내렸다는 뉴스를 보고 실제로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가 보면 매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집주인들이 지금의 매매시세에는 팔려고 내놓은 매물이 적기 때문인데요.
또한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앞으로 아파트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지금은 집을 사려고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거래량이 매우 적은 이른바 '거래절벽'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인 이진우 소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진우 소장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전체 단지에서 한두 개 나오는 매물들이 사실은 거래가 되고 있는데, 이러한 매물들이 계속 나오게 되면 시장의 일반적인 수요자들은 시장 접근 자체를 하지 못합니다. 더 떨어질 것 같은 기대감 때문에…"
◀앵커▶
손 기자, 2023년에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3만 5천 채가 쏟아질 예정인데 가격 하락세는 더욱 커질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3만 5천 가구나 새 아파트에 입주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이사를 해야 합니다.
그때가 되면 집주인들이 어쩔 수 없이 싼 값에라도 팔아야 하는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물량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아파트값 하락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구과학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이병홍 교수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이병홍 교수 대구과학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지금은 입주하기에 앞서 입주를 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 헌 집을 팔아야 하니까 헌 집을 내놓는데 안 팔리죠. 그러니까 매물은 쌓여 있고 안 팔리니까 헌 집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거죠."
대구의 아파트 가격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과잉 때문인데요.
2024년까지 입주 물량이 매우 많아서 그때까지 계속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3년 하반기 또는 2024년 상반기에 아파트 가격이 크게 내려가면서 바닥을 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는 거래량인데, 거래량이 늘기 시작하면 가격 하락세가 멈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아파트 매매시장은 금리와 상관관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시장의 향방은 금리 인상 기조의 변화 여부에 달려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처럼 금리가 높으면 아파트 매매시장에 돈이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거래량이 줄고 시장 침체는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폭으로 이어질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미국 연준은 최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려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1.25%포인트 더 높아졌는데요.
한·미 간 역전된 금리 격차가 1.25%포인트로 벌어진 것은 22년여 만에 처음이고 2000년 10월 기록한 1.5%포인트 이후 두 번째로 큰 격차입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11월 최종금리는 3.5% 전후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금리 인상을 조절하겠다는 뜻을 비쳤는데요.
하지만 미국 연준이 예상하는 2023년 최종금리가 지난 9월 예측치인 4.6%에서 5.1%로 올라가면서 한국은행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5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최종금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12월 20일 하반기 물가안정 목표 설명회에서 답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