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5월 17일 영화 <노마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마드랜드>

1) <노마드랜드>는 <노매드랜드>로 표기되어 있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가?!

‘노마드’라는 말이 21세기 초에 대대적으로 유행했다. 유목민이나 방랑자란 의미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철학적 의미를 부여했는데,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꾸며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형. 또는 여러 학문과 지식의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앎을 모색하는 인간형을 가리키는 말이다. 철학자 이진경이 ‘노마디즘’이란 용어를 제시한 게 2002년의 일이다. <노마드랜드>는 “그런 유형의 사람들의 나라”라는 뜻으로 2017년 미국 작가 제시카 브루더가 일자리를 찾아 미국 전역을 떠도는 노인 노동자들의 삶을 논픽션 형식으로 묶은 책이기도 하다.

2) <노마드랜드>가 2020년에 베네치아 황금사자상, 2021년 93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그럴만한 영화라고 생각하는가?!

작년에 베네치아 영화제 이후 <노마드랜드>는 계속해서 언론매체에 보도됐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니 그럴만한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연출을 맡은 클로이 자오 감독이 동명의 서책 <노마드랜드>를 직접 각색하여 영화로 만들었는데, 대단한 실력파다. 주인공 배역을 연기한 프란시스 맥도먼드 연기는 압도적이다. 영화에서 그녀는 사람들과 끝없이 만나고 헤어지는데, 그때마다 그녀 얼굴과 눈가에 맴도는 복잡다단한 표정은 우리가 인생에서 경험하는, 필설로 형언하기 힘든 내면의 미묘한 변화까지 드러내고 있다.

3) 영화감독 클로이 자오에 대해서 국내 언론에서도 여러 번 다루면서 특히 중국의 냉담한 반응에 주목했다. 중국은 왜 그런 태도를 취했는가?!

클로이 자오는 1982년 중국 북경에서 ‘자오팅’이란 이름으로 출생한다. 2015년 <내 형제가 가르쳐준 노래>로 영화감독이 된 인물이다. 연출뿐 아니라, 각본을 직접 쓰기도 하는 실력파다. 처음에는 자오에게 대단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중국은 그녀가 2013년에 중국 청소년 자살에 관한 발언으로 등을 돌린다. “중국의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 것은 중국에 거짓말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은 나의 나라다!” -> 마동석이 출연할 마블 영화 <이터널스>의 중국 개봉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 하는 얘기가 떠돈다.

4) <노마드랜드>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온 인물과 사건 혹은 장소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소개를?!

영화가 다루는 공간이 비교적 넓다. 주인공 펀이 집처럼 생각하는 밴으로 이동하는 공간이 사우스다코타, 네브라스카, 네바다, 아리조나, 칼리포니아의 태평양에 이르는 아메리카 곳곳이기 때문이다.

폐암으로 7-8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여성 노인 스웽키가 삶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홀로 이동주택 차량으로 알라스카로 떠나는 장면과 그녀가 휴대전화로 보내온 그곳의 풍광이 가슴에 사무친다. 병원에서 연명치료 절대 안 받고, 자유롭게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려는 스웽키의 자세는 놀라운 것이다. 생의 마지막을 어디서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그런 면에서 영화 <노마드랜드>는 일종의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는데, 길에서 길로 길을 떠도는 주인공 펀이 길에서 만나고 길에서 헤어지는 여러 인물, 린다 메이나 데이비드, 봅 웰스, 스웽키 같은 인물들과 맺어가는 관계도 인상적이다.

5) 펀에게도 사랑하는 가족과 고정된 형태의 집이 있었을 것 같은데?!

네바다의 엠파이어에 석고 공장이 있었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남편 ‘보’와 조립식 주택에서 살았던 펀. 해발 1200미터 고지대에 자리 잡은 엠파이어에서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보가 죽자 펀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배회한다. 그러다가 밴으로 길에서 길로 떠돌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과 계속 만나고 헤어지지만, 그들은 “영원한 이별은 없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會者定離’나 ‘生者必滅 去者必反’이란 동양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한다. 삶의 본질은 생로병사 무왕불복에 있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