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인문학
10월 6일 영화 <용과 주근깨공주>

영화 <용과 주근깨 공주>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용과 주근깨 공주>를 연출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 아닌가!
1967년에 출생한 만화영화 전문 감독. <시간을 달리는 소녀> (2007), <썸머 워즈> (2009)로 유명. 그동안 <늑대 아이> (2012), <괴물의 아이> (2015) 등을 연출하여 인기
그 가운데 사이버 가상세계 OZ와 일본의 한적한 농촌 나가노에서 벌어지는 대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건이 발생하는 만화영화 <썸머 워즈>가 <용과 주근깨 공주>와 일맥상통
호소다 마모루 영화에서 가상공간은 언제나 현실 세계와 조응하면서 상호 공존
일본 만화영화는 크게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 호소다 마모루로 삼분
영웅신화와 실낙원, 인간과 자연보호 같은 거대담론을 기초로 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만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천공의 성 라퓨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의 토토로>
남녀의 복잡미묘한 서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우리가 상실한 아름다운 사랑과 관계를 복원하는데 주력하는 신카이 마코토 영화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 호소다 마모루 영화에서는 가상공간이 주요한 의미 획득
2) 이번에 개봉된 <용과 주근깨 공주>도 실제 현실과 가상공간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고등학생 스즈는 7살에 엄마를 잃는다. 조난당한 이름 모를 소년을 구하려다 목숨 잃는 엄마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스즈 (아버지와 말을 섞지 않음: 왜 엄마는 나를 버렸을까?! 나보다 알지 못하는 아이가 더 소중했을까 등등 의문부호) -> 노래 못하는 아이
인터넷 천재 소녀인 친구 히로의 주선으로 가상공간 U에 접속
-> 50억 가입자, 노래할 수 있게 된 스즈 (가상인물 이름은 벨 Bell)
-> 순식간에 유명 신인가수로 등장하여 첫 번째 공연 앞두고 쫓기는 용의 등장
3) 그런데 스즈는 같은 반 여자 친구인 루카에게 남모를 질투와 선망을 느끼고 있다고?!
루카는 학급의 고적대 대장이며 미인인데다가 공부도 잘하는 그야말로 대세 여학생
그런 루카가 부럽지만 속으로 삭이면서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시노부의 관심 애써 외면
시노부가 여섯 살 때 했던 약속 “너를 지켜줄게!” -> 이것을 프러포즈로 생각한 스즈
시노부는 여학생들의 관심 대상 제1호로 미남에 호남자 유형의 모범생
따라서 영화는 고등학생들의 남달리 예민한 시절의 감성과 사랑을 바탕으로 전개
4) 벨의 공연 현장에 나타난 용과 그런 용을 추적하는 가상세계의 가상 경찰과의 추격전도 볼만하다면서?!
실제로 <용과 주근깨 공주>는 두 세계의 놀라운 연결과 대비가 선명하게 드러남
현실세계의 일본 농촌과 고교의 풍경, 강과 산과 자연, 유장하게 흐르는 시간과 관계
동시에 가상공간 U의 엄청난 규모와 색감과 속도와 가상 인물들의 대열은 경이로움
거기서 불쑥 나타난 용을 추적하는 가상 경찰과 그 우두머리 저스틴의 추격전 흥미
용은 온몸 곳곳에 수많은 상처가 있지만, 벨의 접근을 불허-금지 -> 벨의 호기심과 애틋한 동정을 유발 (천사의 도움으로 용이 사는 성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됨)
5) 가상공간에서 벨이 어루만져주는 용의 상처와 포옹이 실제 현실에서 일어난다면서?!
그렇다! 하지만 이것까지 말하면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에게 실례가 될 듯!
문제는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은 태초 이래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음
그것이 스즈처럼 용감한 엄마 때문이거나, 가정폭력이거나,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때문이거나, 새빨간 가난 때문이거나 간에 온갖 고통과 상처는 인생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 -> 그런 까닭에 붓다는 인생은 고통의 바다라고 설파했으며 ‘사성제 고집멸도’를 말씀했다.
호소다 마모루는 영화에서 여러 차례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U는 또 하나의 현실. 세상을 바꾸고 새롭게 살아보자.
또 하나의 나로 살아보자! 두 세계가 이어질 때 기적이 일어난다!”
6) 영화에서 그런 것처럼 현실과 가상세계가 이어지면 기적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럴 수 있을 것.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확실치 않음.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지만, 우리 눈에 보지 못하는 세계가 훨씬 크고 많다! 보는 것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고 제한적. 그런데도 그것을 현실로 믿고 살아가는 게 허망하지 않은가?! ‘눈뜬 장님’이란 말처럼 그냥 지나치거나 부주의하거나 다른 생각 때문에 보되 보지 못하는 것도 많고, 실제로 보이지 않는 것도 참 많다! (당신의 마음과 생각, 낮에 빛나는 별과 달, 구름장 뒤의 태양!)
현실의 존재는 어쩌면 플라톤의 생각처럼 허망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나친 현실 지상주의!